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은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b.1980)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서베이 전시 《더스트》를 8월  31일(토)부터 2025년 1월 19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 그리고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인다. 

니콜라스 파티는 유년시절부터 그래피티를 체험하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 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으며,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미술, 음악, 퍼포먼스가 융합된 전시와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그의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러한 다원적 경험은 벽화, 채색 조각, 총체적 설치와 전시기획을 포괄하는 작품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티에게 미술사는 영감을 위한 소중한 보고(寶庫)이자 아카이브이다. 그는 고대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미술사의 다양한 작가, 모티브, 양식, 재료 등을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며 그만의 독자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그는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이후 잊혀진 파스텔화를 소환하여 풍경, 정물, 초상 같은 회화의 전통 장르를 재해석한다. 선명한 색, 단순한 형태, 생경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으며, 가벼움과 심오함, 유머와 진지함 사이를 넘나든다. 

◇ 파스텔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인간, 문명, 자연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이끄는 《더스트》 

전시 제목 ‘더스트’는 파스텔 고유의 특성을 회화적 재현의 주된 방식이자 주제로 받아들이는 파티의 작품세계와 연계된다. 마치 ‘나비 날개의 인분(鱗粉) 처럼’ 쉽사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스텔은 지극히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다. 작가는 파스텔화를 ‘먼지로 이루어진 가면(mask of dust)’에 빗대며, 마치 화장과 같이 파우더로 덮인 환영을 만든다. 

또한 미술관 벽에 직접 그리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는 전시 동안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러한 파스텔의 존재론적 불안정성을 인간과 비인간 종(種), 문명과 자연의 지속과 소멸에 대한 사유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을 참조하고 그의 작업과 함께 병치하며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대화를 촉발한다. 

특히 장생과 불멸의 염원을 담아내는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 속 다양한 상징들을 재치있게 샘플링하여 상상의 팔선 (八仙)을 형상화한 신작 초상 8점을 선보인다. 금박으로 덮인 아치형 프레임에 담긴 초상은 사슴과 학, 당나귀 등으로 몸이 대체되어 있거나, 개를 머리카락 삼기도 하고, 복숭아와 연꽃이 가득한 화면으로 스며들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작가는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과 재현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엮어내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 

생명탄생과 예술의 기원을 담은 거대한 <동굴> 앞에 조선시대 <백자 태호>를 병치하고, 지구상에서 멸종된 종을 손바닥 만한 동판에 온순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담아낸 <공룡> 연작은 <청동운룡문 운판>에 재현된 상상의 동물이자 불법을 수호하는 용(龍)의 이미지와 만난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브론치노의 해부학적 인체표현과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케셀 1세의 곤충 이미지를 참조한 작가의 <주름>과 <곤충> 연작은 ‘목숨 수(壽)’자를 굴곡진 늙은 송백(松柏)의 형상으로 구현한 정선의 <노백도>와 함께 전시되며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가 뒤섞인 듯한 기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인간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파티의 신비로운 사계 풍경은 해, 구름, 소나무, 불로초가 있는 십장생도의 도교적 이상향과 조우하며, 르네상스 이후부터 쇠퇴의 메타포로 그려진 <폐허>의 이미지는 기후 위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숲>과 잿빛 <구름>과 연결을 이룬다. 

이를 통해 파티는 낭만주의적 숭고와 재난의 이미지를 교차시키고, 재현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 전시기간에만 존재하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와 총체적이며 몰입적인 전시 경험

니콜라스 파티는 이번 전시에 호암미술관의 로비와 전시장 벽 위에 직접 그린 파스텔 벽화 5점을 선보인다. 

동굴벽화, 중세와 르네상스의 종교적 프레스코화까지 벽화는 미술의 역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이다. 작가는 여기에 유년시절 오랜 기간 체험한 그래피티의 역동성과 현장성을 더하며 건축적 규모의 다양한 벽화를 그려왔다. 특히 그는 연약하고 지워지기 쉽지만 선명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파스텔로 거대한 벽화를 그리며 회화의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로비의 중앙계단 벽에 그려진 <폭포>는 구불구불한 붉은 돌산 사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장대하고 기이한 풍경을 펼쳐내며 전시의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낯선 세계로 안내한다. 전시장에도 깊고 푸른 <동굴>, 핏빛 <나무 기둥>, 신비로운 <산>과 잿빛 <구름> 벽화가 그려지며 공간을 새롭게 환기한다. 한편,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벽화는 전시가 끝나면 “공기 속 먼지”로 사라지며 파스텔 고유의 일시성을 극대화한다.

니콜라스 파티는 “쉽사리 ‘공기 속 먼지’가 되어버릴 수 있는 예술작품에는 시적인 면이 있다” (『Nicolas Party』, Phaidon Press, 2022) 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호암미술관의 1층과 2층을 동일한 구조로 만든 작가는 좁은 회랑과 넒은 방들로 미로 같은 공간을 연출하고, 중세 건축과 회화의 모티브인 아치 문과 마블 페인팅(faux marble)을 활용하여 각기 다른 색의 방과 방을 연결하는 특별한 건축적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전시장을 에워싸는 벽화와 그의 다른 작업을 ‘콜라주’하듯 겹쳐 걸거나, 고미술 작품과 병치하기도 한다. 

 

정교한 구성과 재기 발랄한 즉흥이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는 하나의 작품이자 총체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으로 제시되며, 공간과 전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전환시킨다. 

전시를 기획한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니콜라스 파티는 파스텔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미술사의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는 작가”라며 “미로와 같은 공간에서 아치문을 통과할 때마다 만나는 낯선 무대에서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들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교차하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전시와 연계하여 니콜파스 파티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먼저 작가와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이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8/30(금) 오전 10시 30분 호암미술관 전시장 내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 유튜브 계정(@leeummuseumofart)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경, 전시 준비의 뒷 이야기 등 전시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큐레이터 토크는 10/8(화) 오후 3시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이, 11/5(화) 오후 3시 호암미술관 워크숍룸에서 김혜연 큐레이터가 각각 진행한다.   

또한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짧은  글쓰기로 연결해 보는 짤막 쓰기 워크숍 [말하는 그림에게, 답장하는 글쓰기]가 안희연 시인의 진행으로 총 4회 진행되며, 어린이 전문강사와 협업하여 작가가 사용하는 주 재료인 파스텔을 사용한 드로잉을 통해서 매체의 특성을 이해 해보는 어린이 워크숍이 10~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무료 오디오 가이드(큐피커)와 매일 오후 2시, 4시에 전시 설명 도슨트(50분)가 진행되며, 가을 단풍이 한창일 9/24~11/3은 매일 오후 1시, 3시에 전통정원 희원 도슨트(30분)를 운영한다.  

또한 화~금, 매일 2회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리움~호암 미술관 사이의 무료 셔틀버스(편도 50분)를 운영하여 한나절 안에 서울 근교에서 전시와 자연을 즐길 수 있다.    

◇ 문화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힐링의 공간,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 컨셉으로, 호암 미술관에서는 ‘23년 《한 점 하늘_김환기》, ‘24년 상반기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등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하여, 주요 미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한국 정원문화의 진수를 재현한 전통정원 『희원』, 희원 연못의 관음정(觀音亭)과 어우러진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금 연꽃〉, 미술관 진입로 부근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 등 대자연의 유려한 풍광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또한 10월 말~11월 초 서울 근교 주요 단풍 명소로 꼽히는 호암미술관에서 예술과 가을 단풍의 절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전시기간 동안 호암미술관 ‘프로젝트룸’은 문화, 예술, 패션, 라이프 스타일 등 전방위 협업을 선보이고 있는 ‘카멜커피’와 협업하여 전시와 연계한 특별메뉴와 호암미술관 로고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