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024 우종미술관 기획 초대전 《초록빛 기억, 달빛 산책》
일 정 : 2024년 11월 01일(금) ~ 12월 14일(토)
장 소 : 우종미술관 제 1,2 전시실
주 관 : 우종미술관
후 원 : 전라남도, 보성군
협 찬 : 보성컨트리클럽, 와이엔텍
총 괄 : 우영인(관장)
전시총괄 : 신민영(부관장)
기 획 : 신미성아(학예연구사)
진 행 : 김기림(학예인턴), 노유연(학예인턴)
《초록빛 기억, 달빛 산책》
오늘날 인간은 환경과의 얽히고 설킨 상호작용 속에서 생태적 위기를 마주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와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예술의 세계에서는 기술의 찬란한 유혹과 소비주의의 소란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공생과 회귀(回歸)의 미학을 다시금 찾아 가는 본질적인 탐구가 깊어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근원적 관계로의 귀환을 꿈꾸며 자연과 더불어 숨 쉬고자 하는 성찰의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일찍이 독일의 시인 노발리스(1772-1801)가 사유한 ‘타자로서의 자연’은 자연 역시 인간처럼 고유한 영혼을 지닌 존재로서 우리와 나란히 서 있는 동등한 타자임을 일깨운다. 그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자원이 아닌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력을 품은 동반자로 바라보았으며, 이로부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은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 조화의 기반을 ‘창조’와 ‘사랑’에서 찾았으며 이 두 요소가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살피며 진정한 관계를 맺게 하는 근본적 원천임을 강조했다.
≪초록빛 기억, 달빛 산책≫ 전의 첫 번째 부분 <달빛 산책>에서 만나게 되는 변대용의 백곰 조각 설치 작업에서 이와 같은 생태적 인간주의 사유를 상기시킨다. 백곰의 의인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우화적으로 투영되며 부드럽고 풍만한 형태 안에 따스한 온기와 포용의 감각을 담아낸다. 변대용의 백곰은 단순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존재를 넘어 다양한 동시대 인간 군상의 욕망과 삶을 품은 상징으로 변모하며 그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 그 과정에서 백곰은 노발리스가 말한 자연과 인간의 동등한 타자적 관계를 상기시키고 그 속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
전시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자연을 매개로 한 창작의 여정을 담은 이종우의 전시 <초록빛 기억>와 조우하게 된다. 자연과 문명 간의 시각적 은유적 관계를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교차하며 섬세한 실크스크린 판화로 구현하고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생태계에 대한 서사를 ‘돋보기적 관찰’을 통해 예술적 통찰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펼쳐지는 작업들은 ‘포스트 디지털 인류세’ 라는 전례 없는 변곡점에 직면한 지구의 현실을 마주하며 표면적으로 자연을 낭만화하거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윤리적 정서 속에서만 해석하려는 평온한 환경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시 ≪초록빛 기억, 달빛 산책≫를 통해 우리는 이 예술가들의 창작 세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서로 깊이 공명하는 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 울림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불확실한 생태적 미래에 대한 감각적 탐구로 이어지며 이 전시는 그 탐구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 걸음으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경험하게 한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다시 모호해지는 이 순간,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구 생명 공동체의 일부로서 자각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그 상실의 어둠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새로운 빛을 발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