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평소 “나는 천재이다”, “나는 세상의 배꼽이다”, “미치광이인 척하지만 피타고라스적 정확성을 갖춘 인간이다”, “내가 피카소보다 1000배 낫다”라고 자처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이 오만한 달리도 그의 삶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만큼이나 이중 삼중의 복잡한 정신세계와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성격의 소유자였음을 알 수 있다.

《달리, 나는 세상의 배꼽》은 이러한 달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더 나아가서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그의 형(7세 때 죽은 형)과 아버지, 달리의 영원한 연인 갈라, 카다케스 마을, 파리(혹은 개미), 알(계란), 바위, 달, 악마, 천사, 비너스, 눈물, 배설물(똥)들이 그의 내면에 어떤 창조성을 부여하고, 어떻게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드는지 보다 흥미롭고도 재미있게 접근하고 있다. 기존의 난해한 달리에 관한 책과는 차별화되게, ‘아버지가 말하는 달리’, ‘달리가 말하는 달리’, ‘평론가가 말하는 달리’ 3부로 구성하여 각기 다른 시각에서 3색의 목소리로 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맨, 패러디의 귀재인 달리의 기발한 생각들이 어떤 발상에서 나왔는지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냄으로써 어른은 물론이고 청소년들도 괴짜천재화가 달리에게 매료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염소똥으로 직접 만든 향수를 몸에 바르고, 잠수복을 입고 강의실에 나타나는가 하면, 세상을 뒤엎을 40m 길이의 빵을 만들고, 등에 다는 보충 인공유방을 만들며, 세상을 깜짝놀라게 하는 달리.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우리는 《달리, 나는 세상의 배꼽》을 통해 20세기 예술사를 뒤흔든 천재화가 달리에게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