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도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단행본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

  • 청구기호650.4/정54어
  • 저자명정석범
  • 출판사루비박스
  • 출판년도2005년
  • ISBN8991124291
  • 가격13800원

상세정보

18세기 영국의 귀족 자제들은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서 유럽대륙으로의‘대여행(Grand Tour)’을 감행했다. 그것은 오늘날 관광명소만을 다니는 여행과는 달리 장기간 현지에 살면서 문화 전반을 체험하고 현지인들과 교유하면서 책에서 배운 관념적 지식에 생생한 살을 입히고 그 과정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인문학적 학습행위였다. 

이 책은 그런 대여행의 정신에서 영감을 얻은 한 미술사학자가 21세기 벽두에 떠난 인문학적 학습행위로서의 여행의 궤적이다. 지은이가 선택한 피렌체, 톨레도(마드리드), 암스테르담, 파리, 런던, 베니스 등 6개 도시는 예술사, 서양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도시들로서 현대판‘대여행’의 목적지로 손색이 없다. 

물론 지은이의 주된 관심은 방문 도시들의 시각예술이다. 하지만 시각예술은 특정한 시대와 사회의 산물인 만큼 지은이는 그것의 정치, 사회, 문화사적 맥락을 탐색하는 데 주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울러 시각예술과 하나의 유기체로 얽혀있는 문학 또는 음악적 전통과의 관계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시각예술의 인문학적 맥 짚기인 셈이다. 

지은이는 각 도시마다 중심 테마를 선정, 그 테마를 중심으로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구축한다. 암스테르담을‘무한한 자유의 해방구’라는 전제하에 서술한 것이나 베니스를‘오페라’라는 프리즘을 통해 파악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논지의 전개에 있어서 기존의 주류적 관점에서 탈피, 새로운 시각으로의 접근을 모색한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피렌체의 반르네상스적 움직임에 주목한 점이나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파리를 소외된 자들의 도시로 바라본 것이 그런 예이다. 

논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은이는 다양한‘장치’를 이용한다. 먼저 ‘나’라는 주관적 시점을 채용해 독자들이 마치 친구로부터 속내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특정 현상을 설명할 때 추상적인 개념의 나열을 지양하고,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암스테르담 역사 안의 마약중독자들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통해 무한한 자유의 해방구로서의 암스테르담의 성격을 부각시키려 한 점이다. 

또 각각의 글에는 중심 테마를 받쳐주는 음악이 뒤따른다. 마치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톨레도 편에 흐르는 알베니스의‘아스투리아스’와 베니스의 쪽빛 바다에 흩어지는 말러의‘아다지에토’선율은 글의 주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 낭만적인 정서를 부여한다. 

팝, 샹송 등 대중가요 노랫말의 텍스트로서의 유용성에도 주목했다. 파리 편의‘샤틀 레 레알 Ch?telet les Halles’(플로랑 파니), 런던 편의‘런던브리지에서 On London Bridge’(조 스태포드) 등의 노랫말은 지은이가 선정한 중심테마와 절묘하게 부합된다. 

이 밖에도 지은이는 논지의 전달에 도움이 되는 경우 영화, 소설 등 독자와 친숙한 매체로부터의 인용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대중들에게 모든 문화적 현상이 시각예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그들을 시각예술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가 전달하려고 하는 진정한 가치는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인간이 신과의 화해(신에의 귀의)를 통해 정신적 아름다움(만족감)에 도달할 수 있듯이 하나의 예술 작품도 장르간의 화해(상호 융합)를 이룰 때 비로소 인간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은이는 진정한 예술작품은 이러한 음악적, 미술적, 문학적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고 보며 문학, 미술, 음악이라는 장르간의 구별은 단지 그 작품의 주된 표현형식이 무엇인가라는 차이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본다. 베네치아 화파의 작품 속에서 시적 정서와 오페라적 요소를 발견하는 것은 지은이의 그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예이다. 기독교 문화와 아랍문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톨레도의 건축물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발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지은이는 한결같이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동시대인들에게 화해를 촉구하고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