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
- 청구기호654.9/이34ㄹ
- 저자명이명옥 지음
- 출판사시공아트
- 출판년도2004년
- ISBN8952741986
- 가격14000원
누구나 낭만적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의 근원이 되는 중세적 사랑관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낭만적 사랑을 만들었으며 왜 인간은 낭만적 사랑을 꿈꾸게 된 것일까. 저자 이명옥은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재기 발랄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인류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단테의 <신곡>에서 그 해답을 얻어 낸 것이다.
이 책을 구성은 크게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렌슬롯과 귀네비에, 트리스탄과 이졸데, 단테와 베아트리체라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망스의 증세로 네 쌍의 사랑이야기를 각각 분류한 다음 연애의 시작, 전개, 결말을 상세히 해부하고 말미에 나름대로의 견해를 제시했다. 그 많은 연인들 중 서슴없이 네 쌍을 로망스 원조로 본 책에 소개한 것은 이들이 모두 중세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급 사랑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었고 자기 취향대로 사랑을 선택해 향유한 개성파 연인들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네 쌍의 연인들은 ‘낙원은 천상이 아닌 지상’에 있으며, ‘신은 사랑하는 마음에 깃든다.’는 자주적인 연애를 실천한 사랑의 테러리스트들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낭만적 사랑’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마음의 재발견이다. 음유시인들은 육체보다 마음에서 싹튼 사랑에 최고점수를 주었다.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눈에서 시작되며, 눈과 눈의 만남을 통해 인간은 마음을 얻고 그 마음은 영혼을 부른다. 또한 사랑은 외부 세계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각인시키며 사랑을 통해서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섬세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랑을 깨달아야 인간은 비로소 마음 안에 바람 소리, 파도소리 같은 떨림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뜸들인 마음의 사랑보다 즉석판매기 같은 몸의 사랑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로망스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하겠다.
다음은 고통이다. 사랑의 고통처럼 인간에게 극심한 괴로움을 주는 것도 없다. 사랑의 고통이 그토록 끔찍한 아픔을 주는 것은 사랑만큼 인간에게 큰 희열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통과 상처 덕분에 인간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대해 포용력을 갖게 되며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된다. 아울러 가장 큰 행복은 가장 큰 절망과 고통을 가져온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끝으로 지혜이다. 사랑은 우리가 기를 쓰고 욕망 하는 대상들을 단숨에 무의미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세속적으로 최고의 가치인 명예와 돈, 안락한 생활, 그리고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까지도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수행의 마지막 단계인 초월의 경지에 인간을 도달하게 한다.
마음을 다시 발견하고 고통을 이해하고 지혜의 눈을 뜨게 하는 사랑 그것이 바로 로망스이다. 당신이 만약 낭만적 사랑을 하고 싶거나 아직 낭만적 사랑을 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펼쳐들고 네 쌍의 연인들이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이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열린 마음이요, 상대를 안쓰럽게 여기는 측은지심이며 동정심이요 연민이며 자비를 통해 상생으로 나아가는 삶이라는 영원한 진리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너의 고통을 내 것처럼 아파하는 영혼이 깃든 둥지 그 따스함의 보금자리가 바로 로망스인 것이다.
<로망스>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실린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을 이루어질 수 없는 낭만적 사랑의 모티브로 삼아 렌슬롯과 귀네비에, 트리스탄과 이졸데, 단체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그림(라파엘전파, 상징주의, 빅토리안 아트)과 문학(중세문학, 음유시인, 낭만주의), 음악으로 풀어보는 흥미로운 인문 예술서이다. 이제 각 장에 소개된 내용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 키스
이 장은 <신곡>에서 단테가 지옥의 제2원에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고 그 연인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충격을 받아 혼절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그림과 중세문학으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키스. 연인에게 키스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불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을 갈레오토의 책에서 나오는 키스 장면에서 찾고 있다. 연인들은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입맞춤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입술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은 지옥까지 함께 하는 영원한 연인관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같이 저자는 사랑을 부르는 키스를 이 장의 모티브로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렌슬롯과 귀네비에 - 영웅
아더 왕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이 장에서는 아더 왕에게 충정을 맹세한 기사 렌슬롯과 아더 왕의 부인 귀네비에의 불같은 사랑을 다루고 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키스라는 매개체로 사랑을 싹틔웠듯이 이들 연인들도 사랑의 뚜쟁이 역할을 한 렌슬롯의 친구 갈레오토가 제안한 비법으로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자신의 반쪽과 함께 위험한 사랑의 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영웅’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이 장에서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기사 렌슬롯을 통해 중세인의 사랑관을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중세시대에 인기가 많았던 마상시합에 얽힌 애정 행태와 렌슬롯을 흠모한 또 다른 전설의 여인 샬롯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성배 이야기를 통해 도덕을 상징하는 신의 복종을 거부하고 끝내 사랑을 선택한 렌슬롯의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이 상징적으로 잘 묘사되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 사랑의 묘약
중세 최고의 로망스는 렌슬롯과 귀네비에 뿐이 아니었다. 이 장에 등장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도 그들 못지않게 가슴 아프고 애절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키스가 아닌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서로에게 매혹 당한다. 그리고 한쪽이 생명을 다하다 다른 한쪽마저 세상을 떠나고 마는 끊을 수 없는 강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중세의 마법의 약이 등장하는데 이런 주술과 마법의 요소들이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적 모습을 어떻게 담아내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을 노래한 음유시인의 등장 배경과 중세사회에서 그들의 역할도 트리스탄을 통해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장에서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외에 음악가 바그너와 마틸데,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제인, 그리고 제인의 남편 윌리엄 모리스의 엽기적인 애정 행각을 잘 묘사하고 있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모두 아우르는 이들의 사랑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못지않게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 할 것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 - 사랑의 결정(結晶)작용
이제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단테의 <신곡>에서 출발한다. 단테에게 연인 베아트리체는 어떤 의미였을까. 어떻게 그토록 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한 평생 그녀만 사랑하며 살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스탕달의 ‘사랑의 결정작용’에서 찾고 있다. 단테는 이렇듯 ‘사랑의 결정작용’으로 오염된 영혼을 정화시키며 예술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절대적 사랑의 대상인 베아트리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옥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 정신적인 절대적 사랑의 완결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장에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그의 모델 엘리자벳 시덜과 비교하며 설명하여 단테와 로제티는 사랑의 결정작용을 통해 자신들의 연인들을 미화시키며 신격화했다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주었으며 현대인에게 로망스가 지닌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정리하며 책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