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4년에 임영방 선생을 처음 뵈었으므로 퇴임한 뒤에도 나는 호칭에 꼭 ‘관장님’이라고 부른다. 가장 인상 깊은 만남이었기 때문인데 당시 관료중심이던 미술관을 학예사 중심으로 전환시켜 내셨으니 그 업적 탓에 관장이란 호칭이 아예 입에 붙었던 게다. 요즘 미술관이 관료중심으로 퇴행을 거듭하고 있어서인지 그 호칭이 더욱 간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임영방 관장은 퇴임하시고 몇 해 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미술>이란 저술을 내놓았다.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공직 퇴임을 마친 지식인이 이처럼 학문에 몰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만인 올 해 <중세미술과 도상>이란 저술을 내놓았다. 열심히 읽었는데 비로소 나는 그 참된 의미와 가치를 깨우칠 수 있었다. 단지 그 저술행위에 대한 존경이 아니라 저술이 담고 있는 미술사학의 가치에 대한 외경심이 솟아올랐던 것이다.
이 책은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미술에 대한 완벽한 저술이다. 그리스도교 미술을 모두 담고 있는 이 방대한 저술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마치 한편의 즐거운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난해하기 그지없을 유럽 중세미술을 이처럼 간명하게 서술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성화상 논쟁을 서술한 부분에서는 탄식을 금치 못했거니와 중세미술의 미학을 서술하는 부분에 이르러 비로소 임영방 사학의 깊이와 넓이에서 오는 지적 수준의 탁월성을 깨우칠 수 있었다. 참으로 이 책이 나옴으로써 이제 전문가는 물론 교양을 채우고자 하는 대중에 이르기까지 유럽 중세미술을 쉽고도 즐겁게 제것으로 만들 수 있는 행운을 맞이했다 할 것이다. 더욱이 관장께선 또 한 권의 저술을 집필 중이라 하니 우리가 누릴 미래의 행복이 너무 커서 벅찬 마음 어쩔 줄 모르겠다.
최열 | 미술평론가
성당은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일반대중들의 성서였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종교적인 교리를 가르쳐주는 곳이었다. 이 세상이 창조된 때부터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으로 이루어진 구원의 역사, 하느님의 뜻을 품고 있는 자연의 세계, 하느님께로 가기 위한 올바른 삶의 길인 미덕의 세계,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이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생활에서의 일과 학문의 세계가 시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성당은 신학 그 자체이기도 했거니와 돌로 된 백과사전이기도 했다. 중세미술은 비유를 통한 형상표현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해 주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가지의 상징성으로 하느님의 뜻을 전해주고 있다.
목 차 차례 머리말
서론 제 I 부 그리스도교의 탄생과 미술 1. 예수의 가르침과 시련 2. 초기 그리스도교미술 - 카타콤바 벽화미술과 그 영향 3. 지상으로 나온 그리스도교미술
제 II 부 비잔틴미술의 형성 1. 초기 비잔틴미술 2. 성화상 논쟁 3. 843년 성상옹호론 승리 이후의 비잔틴미술 4. 비잔틴의 건축
제 III 부 서방미술의 출현 1. 로마네스크미술 이전의 서방세계 2. 로마네스크건축의 출현 3. 로마네스크시기의 조각, 벽화, 필사본세밀화 1) 건축조각 2) 벽화 3) 필사본세밀화
제 IV 부 로마네스크미술의 도상 1. 필사본세밀화의 영향 2. 복잡한 동방의 뿌리 3. 풍부해지는 도상 - 성지순례 4. 백과사전과 같은 미술 5. 이야기를 담은 정문조각 6. 도상의 변천 -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제 V 부 고딕미술 1. 고딕미술의 시대적 배경 2. 천상을 향해서 3. 빛이 충만한 하느님의 집 4. 쇠퇴하는 고딕미술 1) 플랑브와양 양식 2) 사실주의로 가는 미술 - 조각, 색유리그림창, 필사본세밀화 5. 프랑스 이외의 유럽의 고딕미술
제 VI 부 고딕미술의 도상 1. 하느님이 지으신 세상 2. 창조의 뜻 3. 올바른 삶의 길 4. 구원의 역사 1) 구약과 신약의 일치 2) 외경(外徑)과 성인전
제 VII 부 중세미술의 미학 1. 정신의 눈으로 보는 미술 2. 신(神)의 빛을 향해서 3. 자연미에서 초월적인 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