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도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단행본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사랑의 이미지

  • 청구기호654.9/정78ㅅ
  • 저자명정진국 지음
  • 출판사민음사
  • 출판년도2005년
  • ISBN8937425440
  • 가격20000원

상세정보

2005 <올해의 논픽션상> 심사평 
이 책은 사랑의 이미지라는 창을 통해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그림들을 탐사한다. 비교적 우리들에게 덜 알려진 그림들이다. 우리 주변에 사랑의 이미지는 넘친다. 상업 광고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랑의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경박하고 상투적이어서 이 책에서 탐사된 사랑의 이미지에 비교될 수 없다. 정진국의 ?사랑의 이미지?는 시대정신과 인간 존재의 핵심에 근접하는 에너지를 지닌 이미지들을 발굴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유럽의 구석진 미술관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또 유럽 미술에 관한 무거운 책 속으로도 깊숙이 들어간다. 저자는 화가의 삶과 시대적, 예술적 상황 위에 그림을 놓고 그 그림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사랑과 고뇌뿐만 아니라 예술사적 의의까지 읽어낸다. 그리하여 이 책의 그림 감상은 어느덧 한 시대정신과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문학’이 된다. 이것은 예술 감상을 한 차원 높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남호(고려대 교수/문학평론가/심사위원)


'화가는 사랑의 시련으로 담금질한 이미지를 이상(理想)의 제단에 바친다.” 

기독교 세계에서 “최고의 화가”로 예우를 받는 반 데어 베이덴, “베누스의 화가” 티치아노, “화가 중의 화가” 벨라스케스, “불꽃을 그토록 멋지게 미술 속에 끌어들인” 화가 라 투르, “연애화(戀愛畵)의 창시자” 프라고나르, 낭만주의를 알린 들라크루아, 인상주의의 선구자 카미유 코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쿠르베, “현대적 바로크 작가” 마그리트… 저자는 각 시대의 정신과 욕망을 그림에 담아낸 회화 작품에서 화가의 내면을 끄집어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 34점은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그림들이지만, 대부분 화가의 감정을 가장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거나 화가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여인의 초상이다. 


<1부 동경(憧憬)>은 “고딕 미술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는 장 푸케의 <천사들에 둘러싸인 동정녀>, “진정한 홀란드 고전 회화의 출발점” 테르보르흐 등을 통해 유혹과 동경의 이미지를 선보인다. 
<2부 우아(優雅)>에서는 고전과 근대를 잇는 화가들을 얘기한다. 당시 “권세 있는 남자치고 한 번쯤 애인의 초상을 그려 달라며 줄을 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티치아노, “르네상스의 고전을 떠받치는 기둥” 만테냐, 그리고 “인물과 풍경의 완벽한 조화”를 보이는 조르조네의 <폭풍우> 등을 소개한다. 
<3부 정념(情念)>에서는 20대 초에 “국왕의 친구”로 통했던 왕실화가 벨라스케스, 끈끈한 촌놈 기질로 마드리드 왕실을 파고든 고야, 일상 속에 거룩한 이미지를 안착시킨 샤르댕, 루이 15세 치하의 살롱 여인네들을 사로잡은 프라고나르, “육덕(肉德)”으로 충만한 쿠르베… 그들이 발산하는 욕망과 집념을 읽는다. 
<4부 무상(無常)>에서는 선구적이고 파격적인 뒷모습을 보여 준 <오르막길>의 카유보트, 양파와 사과를 관능적인 상징물로 둔갑시킨 세잔 등 당대 윤리의 예민한 지점을 건드렸던 인상주의 화가들과 “절망적으로 막막한 사랑의 대륙을 탐색한” 마그리트를 조명한다. 

사진 작품에 대하여 

사진작가 정진국은 <사랑의 이미지>를 위해 직접 사진 화보 34점을 찍었다. 이 책에 소개된 회화 작품들은 대부분 저자가 몇 년에 걸쳐 발품을 팔아 원작을 직접 본 것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 미술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도판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법을 택했다.” 사진에 보이는 모든 책은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희귀본들이며, 이 책의 특별한 화보를 만들기 위해 책갈피 등의 오브제들을 직접 세심하게 고르고 사 모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독자에게 도판만을 “썰렁하게” 보여 주기보다는 이런 접근이 “내가 그림을 보았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 사진들은 나무 탁자와 책이라는 종이와 책받침의 플라스틱 질감의 대비 효과를 노린 작품들이다. 그리하여 “이 글과 사진은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들을 확인한 ‘눈’과, 그것에 관해 쓴 적지 않은 글을 읽고 들은 ‘귀’의 즐거운 합작이다.” 

화가의 여인들의 욕망과 비탄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이미지로 승화된 인간의 열정과 숭고한 이상 

“사랑은 삶의 동력”이라는 신념으로 시작된 이 글은 화가의 마음을 움직인 여인들의 이미지를 통해 화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이다. 렘브란트의 에피소드를 보자. 화단에 군림하던 중늙은이 화가 렘브란트를 사랑의 노예로 만든 어린 처녀 헨드리키에가 나타난다. 하지만 렘브란트와 7년 동거 생활을 한 유모는 좀처럼 화가를 놔 주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세 명의 동거를 끝내기 위해 화가는 유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야 만다. 결혼하지 못한 채 아이를 가진 헨드리키에는 법정에서 “파문으로도 화가에 대한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상상하기 힘든 발언을 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삶이 고되었던 렘브란트에게 헨드리키에는 “철없는 화가를 일상생활에서 살아남게 하고 내면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여인이었다.
화가는 지난 사랑뿐 아니라 다가올 사랑까지도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러나 이 이상주의자들에게도 현실은 사랑보다 더 무섭고 힘겹다. 이미지라는 아름다운 허상의 이면에는 거칠고 난폭한 사랑의 실상이 버티고 있다. 예술가가 이러한 세상의 몰이해와 현실의 고통을 견디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맹목적 확신에 기대서만이 가능했다. 그토록 인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들여다본 화가의 모델들의 삶은 다양하다. “색의 권리”를 들고 나온 들라크루아는 여색에도 “특유의 취향과 집착”을 보인 반면, “배짱 두둑한 파리 깍쟁이” 마네는 “색”을 장악하고 다스리고 절제했다. 
메디치 가문 남자들이 탐내던 “제노바의 별” 시모네타, “안트베르펜 최고의 미녀” 엘렌 푸르망, “자신의 애첩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최초의 군주” 샤를 7세의 애첩, 바티칸의 여신 루크레치아의 남편을 사로잡은 라우라, 10년간의 줄다리기 로맨스를 완성시킨 라투르의 연인과 “화가의 모델들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주인공”이 된 모딜리아니의 연인… 이 책은 화가의 모델이 된 여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풍성하다. 
한편 <사랑의 이미지>는 사랑의 대상을 향한 화가의 독특한 시선을 읽어낸다. <내에서 목욕하고 있는 여인>에서 저자는 렘브란트의 시선을 이렇게 해석한다. “이제 막 몸을 풀고 부쩍 성숙한 아내의 육신에 새삼 눈을 떴을 것이다. 사랑의 힘은 진부한 것마저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는 듯이.” 또 헨드리키에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놓은 당당한 모체로서의 자신감”을 읽어낸다. 렘브란트에게 사랑의 이미지는 위안이다. 당시의 도덕에 어긋나는 동거 생활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무시할 만한 그럴듯하고도, 자신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를 ‘예술’이라는 또 다른 세계의 이미지로 옮겨 놓는 일”이었다. 이처럼 사랑의 이미지는 화가에게 구원이자 안식처였다.
인간은 희망은 접을 수 있어도, 성공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있어도, 사랑만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실체를 모르면서 머리와 가슴으로만 그리기 때문에 “사랑은 우선 이미지로 다가온다.” 따라서 화가가 남긴 작품에는 시대의 몰이해와 맞선 예술가의 의지, 사랑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승부를 건 예술가들의 열정과 믿음이 보인다. 따라서 화가가 사랑하는 여인의 이미지는 최후의 걸작으로 남는 경우가 많으며, 거기에는 사랑으로 숭고해진 삶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문학의 향기가 진한 정갈한 글을 선보인다 
정진국의 글에서 그림을 바라보는 미학적 시선은 인문학적 사색으로 이어지면서 독자에게 아름다운 메시지와 훌륭한 에세이를 선사한다. <연애편지>를 보자. 베르메르의 인물들은 모두 가지런히 정해진 자리에 서 있다. 저자는 이것이 하나님이 정해 준 자리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랑 또한 하느님이 정해 준 때와 장소에서 그렇게 ‘고지서’처럼 날아드는 신성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일까? 비록 현실과 일상은 누추하더라도.” 한편 베르메르 작품이 모든 계층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한다. “순수한 사랑이라든가 인생의 의미 같은 보편적 감정들을 곱씹어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애도하는 성녀 이렌>에서는 “고통에 넋이 나간 신체는 거꾸로 여인의 손길을 받아 황홀경에 도취된 사내”로 변한다. 여기서 관능은 되레 남자의 몫이다. “단정한 여인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쥐고 있는 자태는 심상치 않다.” 저자는 이것을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오직 불타오르는 긴박감과 생명에 대한 간절한 소망으로 변모된 사랑”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이처럼 독창적이면서도 단아한 글로 독자를 거장들의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벨라스케스는 “자칫 경박해질 수도 있는 사랑의 주제를 완전한 베누스의 이미지로 승화시킴으로써 거장이 다루는 사랑의 무게 또한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준다. 모딜리아니의 모델들은 거의 무표정하게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있지만, 샤넬 라인에서 다리가 잘린 채 화면 전경으로 바짝 끌려나와 관객에게 더 호소하는 자세를 취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모딜리아니는 “신앙심에조차 기댈 수 없는 현대인의 실존적 불안”을 그린다. 또 저자는 <고도이 부인>에서 “자신의 부끄러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고야의 몸부림”을 보고, <시전 기도>에서는 “사소한 것을 영예롭게 하는 화가의 능력”을 찬양하는가 하면, 프라고나르의 <훔친 키스>에서는 “너무 일러서도, 또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사랑의 표현에 대해 얘기한다. 

거장의 그림은 시대정신과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다 
테르보르흐의 <모녀상>은 당시 전성기를 맞은 네덜란드 풍속화을 대표한다. 하지만 1650년대 네덜란드는 황금기에 종지부를 찍고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였다. 저자는 이러한 풍속화가 사랑스러운 일상의 재현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미화”라고 지적한다. 즉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자 일상의 풍속을 상징적으로 소비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의 연출”인 것이다. 
고야를 보자. 정략결혼에 희생된 여인 <고도이 부인>은 “40대에야 철이 들고… 처음으로 ‘장이’처럼 그리는 데에서 벗어나 인간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갖게 된 이 화가의 붓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나라의 재정을 축내기만 하는 루이사 왕비와 그녀의 정부 고도이, 그리고 고도이의 정부 마하를 둘러싼 부패한 에스파냐 왕실 한가운데 서 있는 고야의 그림에서 저자는 “신랄한 수법의 캐리커처”와 불합리한 시대상을 읽어낸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에게 그림을 역사와 문화를 읽는 또 다른 코드로 제시한다. 샤르댕의 <식전 기도>에서 18세기 도덕이 요구하는 여성상을 끄집어내는가 하면, 들라크루아와 쿠르베에서는 19세기 사진의 출현으로 예술 논쟁에 휩싸인 화단을 들여다본다. 또 <엠마 도비니>에서는 무작정 상경하여 “화가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곤” 하던 10대 모델들의 생활상을, <오르막길>에서는 당대 중산층의 풍속을 엿본다. 

신선한 내용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수준 높으면서도 편안한 글을 선보인다 
조르조네는 몇 점의 작품만으로 가장 많은 글의 전거가 된 신화적인 인물이다. 특히 <폭풍우>는 “상징성에 끌려 다니지 않고 이미지 자체를 즐기게 한다는 점 때문에 근대 회화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코시모의 <시모네타 베스푸치>는 기괴스러운 장식 모티프 때문에 “역대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의 초상들 중에서도 대단히 기이한” 작품이다. 저자는 이처럼 알쏭달쏭한 그림에 대한 분분한 해석들을 재미있게 풀어 들려주기도 하고, “무지의 지혜”를 옹호하면서 순수한 감상의 의미를 끌어내면서 독자에게 그림을 보는 색다른 창을 선사한다. 
“회화란 눈으로 보는 시”여야 한다고 믿은 티치아노, “여성의 비례에 대한 유럽적 편견에서 해방”된 고갱, 누드를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승화시킨 벨라스케스의 <거울 앞의 베누스>… <사랑의 이미지>는 작품을 보는 흥미로운 관점들과 그 애매성과 모호성을 탐색하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애도하는 성녀 이렌>에서는 “입체주의 못잖게 먼 훗날의 세잔이나 레제의 경고한 이미지를 예고”하는 라 투르의 “독창성과 현대성”을, <잠>에서는 “독창성을 넘어 현대성으로 이어지는” 쿠르베의 순박성을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네덜란드 풍속화의 전통을 살려 낸 샤르댕은 “동네 아이도 미지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궁정 사교계의 유행을 주도한 프라고나르는 “등을 긁어 주듯 시원한 노골적인 해학성”을 보인다. 
이처럼 정진국이 들려주는 화가들 얘기는 “예술 감상을 한 차원 높이면서”도 정겹고 즐겁다. 한편 사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저자는 이 책에서 사진의 출현이 회화에 미친 실험적인 혁신들과, 또한 사진으로 도달할 수 없는 회화의 “우아한 질서”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정진국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부 졸업하고 파리1대학에서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대학교에서 사진 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 중부대학교 초빙교수이다. 저서로 <잃어버린 앨범>, <이미지와 디자인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사진 이미지의 안과 밖> 등이 있다. 특히 미술사의 기초적인 저작들을 번역해 왔는데 그중 중세 미술의 고전으로 꼽히는 앙리 포시용의 <로마네스크와 고딕>, 앙드레 루이에의 <세계 사진사> 등이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