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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 = Robert Capa

  • 청구기호660.99258/커55ㄹ
  • 저자명알렉스 커쇼 지음 ; 윤미경 옮김
  • 출판사(주식회사 도서출판)강
  • 원서명Blood and champagne
  • 출판년도2006년
  • ISBN8982180893
  • 가격16000원

상세정보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 로버트 카파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불세출의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는 한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붙잡기 위해 숱한 생명의 위험을 무릅썼다. 아마도 가장 극적인 것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오마하 해변에서 쏟아지는 총탄 사이로 들어올렸던 카파의 카메라일 것이다. 피가 튀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현장에서 그는 불후의 이미지들을 현대사의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 

카파의 삶은 그가 전세계를 돌며 취재한 스토리와 그가 종군했던 다섯 차례의 전쟁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그는 평생 정착을 모르는 삶을 살았고 늘 임박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술과 연애에 탐닉했다. 그러나 카파는 언제든 전장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라이카 카메라는 그의 구원이자 생의 의미였다.

19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카파는 1931년 정치적 박해와 반유대주의를 피해 베를린으로 갔고, 그곳에서 사진 에이전시 데포트의 암실 조수로 취직하며 사진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트로츠키의 마지막 대중연설 모습을 비롯, 스페인 내전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공화군 병사의 저 유명한 사진 등을 통해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를 만들어갔다. 그가 찍은 피로 물든 오마하의 이미지들이 1944년 6월 19일 '라이프'에 발표될 무렵, 카파는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카파는 사진기자라는 직업을 말의 참된 의미에서 매력적으로 만든 최초의 인물이었고, 오늘날까지 모든 사진기자들에게 전쟁사진의 전설로 살아 있다.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정신을 일컫는 ‘카파이즘’도 그 속에서 태어났다. 1947년, 카파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침 시모어 등과 함께 보도사진 통신사인 매그넘(Magnum)을 설립했다. 

1954년, 41세의 나이로 베트남의 전장에서 사망하기까지 사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였던 그는 화려한 사랑과 우정의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는 헤밍웨이, 스타인벡 등 세계적 문호들과 할리우드 거장들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였으며, 잉그리드 버그만을 비롯해 당대의 가장 매혹적인 여신들을 매료시킨 무적의 여성 편력자였다. 많은 이들이 라이카를 목에 걸고 체스터필드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 이 자유로운 보헤미안에게 매료되었다. 


전쟁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담은 카메라 
전쟁의 참상으로 얼룩진 비극적인 한 세기를 이해하는 데 때로는 한 장의 스틸사진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생생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카메라 하나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담아내며, “짧지만 더할 나위 없이 드라마틱했던” 삶을 산 카파는 그의 사진들을 통해 ‘포토저널리즘’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전쟁 기록 사진기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카파의 손은 흔들리고 있었다’라는 사진 설명이 붙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유명한 사진(본문 11쪽)은 핀트도 맞지 않고 상당히 흔들린 상태지만 오히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사진에서 화약 냄새가 날” 듯한, 스페인 내전 중 폭발로 흙과 돌이 떨어져 내리는 먼지 속에서 비틀대는 어린 병사의 사진(본문 128쪽)은 카파 역시 쏟아지는 폭격 속에 있었음을 알게 한다. 스스로를 “도박꾼”이라고 칭한 카파의 대담함과 모험심, 인류에 대한 연민이 전장의 최전선에서 건져낸 삶과 죽음이 오가는 극적인 순간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카파는 전쟁이 개인에게 남기는 상흔을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독일군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삭발을 당한 채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프랑스 여인(본문 223쪽), 국제연맹 제네바 회의에서 소리 높여 항의하는 스페인 기자의 입을 틀어막는 경찰(본문 55쪽), 디데이 상륙작전 후 해변에 즐비한 시체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본문 209쪽), 이스라엘 난민수용소에서 맹인 유대인들의 손을 잡고 길을 이끌어주는 소녀(본문 321쪽) 등 비극의 시대를 함께한 동시대인으로서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계급과 이념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울분과 비탄, 사랑을 그 비극의 현장에서 포착해낸다. 특히 이스라엘 난민수용소를 찍고 돌아왔을 때 그는 “그 사진들을 차마 다시 볼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편집을 맡기기도 했다. 

“유혈의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종군기자로 살았던” 카파는 그의 사진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전쟁에 대한 혐오를 가장 분명하게 말했다. “처음으로 보도사진을 매력적이고 관능적으로 보이게 만든 사진가” 카파의 카메라 속엔 너무나 많은 죽음과 공포가,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연민과 사랑이 들어 있다. 


포토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작품 '쓰러지는 병사(falling soldier)' 
1936년 스페인 내란 중 한 병사가 참호를 빠져나와 언덕 아래로 내달리다 머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진다. 무릎은 반쯤 꺾이고 한 손에 총을 든 양팔은 바람을 맞은 듯 뒤로 한껏 벌린 채 고개를 살짝 젖힌 스페인 병사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 속에 정지되어 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다. 카파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포토저널리즘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쓰러지는 병사'는 카파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장의 사진이다. 이 극적인 사진은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는 순간 쓰러지는 스페인 병사”라는 사진 설명과 함께 '라이프'에 발표되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지만, 1974년 작가 필립 나이틀리에 의해 공개적으로 그 진실성이 의문시되면서 더욱 뜨거운 작품이 되었다. 사진 속의 순간이 단지 기동 연습 중 연출되었거나 혹은 말 그대로 언덕을 내려오다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의문과 함께, 심지어 그 사진이 카파가 아닌 카파의 연인이자 역시 종군 사진기자였던 게르다 타로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는 이 사진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의심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쓰러지는 병사'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며,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카파는 대담하고 단호하게 전쟁의 극한으로 다가가 한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해낸 사진작가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사진과 사랑의 영원한 동반자, 게르다 타로 
본명인 앙드레 프리드만에서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세운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로 다시 태어나던 순간, 카파의 옆에는 한 독일 유대인 여성이 있었다. 카파가 종종 ‘보스’라고 불렀던 카파의 연인 게르다 타로. 1934년 파리에서의 카파는 먹고살기조차 어려울 만큼 형편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당시의 카파를 “낭만적인 도박꾼이자 무정부주의자였을 뿐, 지적으로 뛰어난 사진가는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카파가 사진 모델을 찾던 중 우연히 만난 게르다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자유분방하고 오만하며 때론 무기력한 건달”인 카파에게 본격적인 사진기자의 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은 사진 에이전시를 차린 후 ‘로버트 카파’라는 “가공의 미국 사진기자”를 만들어내고, 게르다는 앙드레가 찍은 사진을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고액에 거래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의 명성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무렵 카파는 게르다에게 사진기술을 가르쳐주고 두 사람은 파트너로서 몇 차례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생사를 함께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1937년 봄 카파는 게르다에게 청혼하지만, 그해 여름 스페인 내전에서 게르다는 후진하는 탱크에 치여 세상을 떠난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게르다가 떠난 후의 카파를 이렇게 묘사한다. “냉소적이고, 훨씬 더 제멋대로 굴었으며, 이따금씩 심각하리만치 허무해하고, 애정을 두려워했으며, 끊임없이 비탄에 잠겨 있었다.” 게르다는 “카파의 진정한 영혼의 반쪽”이었다. 


당대의 인사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눈 보헤미안 

“카파는 카메라가 차가운 기계에 불과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모든 의심을 넘어 증명해 보였다. 카메라는 펜과 마찬가지로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존 스타인벡 

“카파. 그는 좋은 친구였으며, 용감하고 훌륭한 사진가였다. 그의 죽음은 모두에게 불운이다. 특히 카파에게 더욱 그렇다. 생전에 그는 아주 활기찬 사람이었기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하루는 너무나 길고 힘들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메라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던 카파는, 역시 펜으로 전쟁의 비극과 휴머니즘을 강조한 헤밍웨이나 존 스타인벡 같은 예술가들과 오랜 우정을 나누었다. 카파가 풋내기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모든 자유인들이 히틀러와 나치, 그리고 히틀러 모방자들이 내세우는 썩은 생각들과 싸우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을 때 헤밍웨이 역시 실제 전선의 참호에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스페인에 있었다. 헤밍웨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머와 배짱”이 두둑한 이 젊은 헝가리인에게 감탄했고, 카파 역시 이미 저명한 작가임에도 직접 전장을 누비는 그의 열정을 존경했다. 

또한 카파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비롯한 당대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버그만은 카파를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날아가 “카사블랑카 스타일의 레인코트와 스카프로 변장하고” 그와 함께 여러 차례 베를린 거리를 다녔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유럽 태생으로 비극을 견뎌냈으며, 스스로를 창조하는 데 공을 들였고,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영원한 사랑을 신뢰할 이유가 없었다. 2년여 동안 지속된 그들의 뜨거운 연애는 결국 서로의 길을 가면서 끝이 났지만, 버그만은 자신에게 “할리우드 밖에도 인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카파에게 늘 감사한다고 말한다. 버그만을 비롯해 파멜라 처칠 등 카파의 많은 연인들은 언제나 감각적인 본능에 충실하고 솔직한 카파에게 끌렸다. “카파는 자신이 줄 수 없는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녀들 또한 “안정된 생활을 원하지 않는” 카파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카파는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는 있어도 결코 무관심할 수는 없는” 남자였다. 


사실의 힘으로 완성한 카파의 신화 
카파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인간 정신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시각적 유산을 남긴 이 도박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현대사의 잊지 못할 비극의 순간들을 흑백의 사진 속에 담아낸 카파의 뜨겁고 열정적인 삶이, 저널리스트인 저자 알렉스 커쇼의 4년간에 걸친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생존 인물들의 수많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완성된 이 책은 그런 요구에 대한 뛰어난 응답이다. 저자는 카파와 카파의 사진을 둘러싸고 회자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치우침 없이 제시함으로써 그간 극적인 사건과 사진만을 통해 단편적으로 이해되어왔던 카파의 삶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카파의 죽음 이후 ‘매그넘’의 존속과 이후 사진기자들의 명성을 위해 헌신해온 동생 코르넬 카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쓰러지는 병사'의 진위 논란을 과감하게 소개했으며, 그의 사진 속에 담긴 병사의 가족이나 전우를 인터뷰함으로써 정지된 순간 뒤에도 지속되어온 역사 속의 또 다른 시간을 드러냈다. 
또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커쇼는 명료하고 생생한 언어로 복잡한 현대사와 극적인 여러 순간들을 마치 영화를 보여주듯 박진감 있게 재구성했다. “세계대전과 부모의 끊임없는 불화”로 채워진 유년 시절을 보낸 부다페스트의 양복장이집 유대인 청년이 1931년 정치 난민으로 헝가리를 떠난 후 베를린을 거쳐 파리, 런던, 마드리드, 뉴욕, 모스크바, 인도차이나 등 전세계를 누비며 ‘카파이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기까지, 그리고 전장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그 자신 또한 전장에서 사라져가기까지의 열정적이고 모험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마치 카파라는 인물을 소재로 한 수십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카파의 신화는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숨겨진 사실들, 그리고 그와 교류했던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의 탐구를 통해 비로소 새롭게 완성되었다.



목 차
프롤로그 오마하에서 3천 마일 

부다페스트에서의 대화 
문 앞의 야만인 
스스로를 만들어낸 사람 
열정의 전쟁 
「쓰러지는 병사」 
작은 빨간 여우 
「4억의 민중」 
마지막 패배 
화려한 고립 
헤쳐나가는 삶 
사막 
힘겨운 전쟁 
가장 긴 하루 
노르망디 관목 숲 
승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연애의 종말 
소련 여행 
새로운 패션 
죽음의 길 
감각의 영역 
나이 드는 일 
눈앞에 펼쳐진 삼각주 

에필로그 전설이 된 사람 
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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