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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회화 : 고대한국문화가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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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기호609.1102/안96ㄱ
  • 저자명안휘준 지음
  • 출판사파주:효형출판
  • 출판년도2007년
  • ISBN8958720430
  • 가격25000원

상세정보

중국이 총력을 기울여 단군조선 이래 고구려 왕조까지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장대한 사업을 최근 마무리 했다고 하거니와 서북공정 또한 부지런히 한다고 하니 한 켠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연구를 국가 규모의 기획사업으로 만들어 추진하는 나라가 부럽기조차 한데 그 흉내를 내서 대한민국도 무슨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들었다가 금방 동북아시아역사재단이란 걸 만들어 통폐합해버렸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뭐 하러 있는지 새삼 의심스러운데 교육인적자원부는 또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안휘준 박사가 그간 썼던 고구려회화 관련 글을 묶어 내는 뜻이 바로 여기 있다며 탄식하는 마음을 ‘머리말’에 아낌없이 드러냈는데 참으로 그렇다, 가슴 저미는 슬픔을 감출 길 없으니 말이다.
일찍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안휘준 박사의 저술을 읽으며 자랐는데 워낙 아득하고 멀리 계신 분이라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먼발치 우연한 자리에서 스치듯 뵈었더니만 마치 무슨 아우처럼 대해주니 한껏 당황스러웠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 변함이 없다. 언젠가 당신의 스승 김원룡 박사를 기리는 전시를 꾸미는데 시작부터 끝나는 날까지 지극정성임을 곁에서 지켜 볼 기회가 있었고 그래서 그제서야 하! 사람 만남이 그러하구나 그렇게 모시는구나 깨우치고서야 그 학문의 세계, 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숱한 저술 가운데 부드럽고 편안한 문체 속에 담긴 충만함이란 웬만해서 발견하기 어려운 미덕이거니와 안휘준의 저술이 대개 그러한데 <고구려회화>를 읽으며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서 마주친 즐거움은 그 뿐 아니었다. 사람의 향기 짙게 흩날리는데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었던 게다. 이 책 이전에도 다른 이의 저술이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명료한 인식을 가져다 주는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도판이 선명하고 색감 또한 부드러워 시각의 쾌적함이 절정을 이루고 있음에랴. 특히 일본에 끼친 영향을 서술한 부분은 소재만으로도 흥미진진하기 그지 없다. 책을 읽으며 내내 나를 짓누르는 상념 한 가지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꼭 읽혀야 할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나는 딸을 떠올렸는데 책을 사주고 독후감이라도 받아야겠다.

최열 | 미술평론가



지난 몇 년 사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고구려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던 강력한 왕조라는 사실을 곱씹는 데 그치고 있다. 저자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은 고구려가 군사력만 뛰어난 나라가 아니라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문화를 지닌 문화선진국이었다고 역설한다. 대륙을 호령한 막강한 군사력 뒤에 훌륭한 문화가 뒷받침돼있었기에 위대한 왕조의 건설이 가능했다는 것.
‘동북공정’ 등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역사와 문화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라도 동의하겠지만,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부족한 문헌자료보다 풍부하게 남아있는 미술자료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미술품들은 문자로 기록된 문헌자료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기록성과 사료성을 지니며, 조형언어로 표현된 문화적 양상은 훈련된 눈을 통하여 상당 부분 신빙성 있게 읽어낼 수 있으므로, 미술문화재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숨겨진 사실을 알려주는 좋은 사료(史料)이기도 하다.
《고구려 회화》는 저자가 그간 고구려의 미술과 문화에 대해 써온 글을 한데 묶어낸 책으로, 고분벽화를 중심으로 고구려가 얼마나 세련되고 수준 높은 문화를 일구었는지 살펴본다. 특히 고구려 미술문화재를 연구하는 일은 역사학자나 고고학자가 주도해왔고 미술사가가 양식적으로 고찰한 저작이 희소했다. 이 때문에 저자 자신도 평소 미진한 감을 느껴오다가 최근 불거진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문제를 겪으며 고구려 문화에 대한 책을 출간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으로 되살아나는 고구려 문화
1부에서 고구려의 문화와 미술에 관한 총론을 다루고, 2부에서는 화풍과 양식적 변천을 통해 고분벽화의 시대별 특징과 초상화·행렬도·수렵도 등 고구려 인물화를 살펴보았다. 이어 3부에서는 일본에 남아있는 미술 작품을 통해 고구려의 영향이 얼마나 심대했었는지 밝힌다.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고구려 문화의 선진성·국제성·역동성·세련성을 강하게 설파하고 있다. 고구려의 미술은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발달했으며 중국과 서역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고 자기화한 국제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고구려 미술은 백제·신라·가야·일본 등 동시대 국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역동적인 율동감과 속도감은 고구려 미술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고분벽화인 무용총 〈수렵도〉는 고대의 사냥 그림 가운데 가장 강렬한 동세가 나타나는 뛰어난 그림이다.
특히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일본에 남아있는 고구려 미술의 흔적을 탐구한다. 7세기 이후 일본의 미술에는 고구려의 영향이 강하게 미쳤다. 〈천수국만다라수장(天壽國曼茶羅繡帳)〉이나 옥충주자(玉蟲廚子), 호류지(法隆寺) 금당벽화 등 일본 고대 회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에서 고구려 회화의 영향을 찾아낸다. 특히 옥충주자의 경우 백제 또는 중국 남조시대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인데, 저자는 오히려 고구려 회와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카마쓰 고분(高松塚)의 〈사신도〉, 〈여인군상〉 등도 고구려 고분벽화와 긴밀히 연관돼있음이 역연하다.

고분벽화는 어떤 그림인가
고구려의 문화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술문화재는 바로 고분벽화다. 고구려는 아시아에서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고분벽화를 남겼다. 우리나라 미술사상 가장 먼저 발달한 벽화이기도 하여 우리나라 회화의 시원(始原)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회화 자료일 뿐 아니라 우리 고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고구려의 고분은 돌로 묘실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은 토총(土塚)과, 돌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린 석총(石塚)으로 나뉘는데, 벽화는 대부분 토총에 그려졌다. 벽화가 있는 고분은 고구려의 양대 정치·문화중심지인 평양 지역과 중국 지안(集安) 지역 두 곳에 집중적으로 분포돼있다. 지금까지 100여 기의 벽화고분이 세상에 알려졌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3세기 중엽부터 7세기 중엽까지 꾸준히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연대가 밝혀진 것 중에 가장 오래된 벽화고분은 357년의 안악3호분이다. 대다수의 고분은 절대연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없어 고분의 축조양식, 벽화의 내용과 화풍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상대편년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고구려 고분벽화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대를 추정하며, 보편적으로 초기·중기·후기의 세 시기로 구분한다.
고구려 사람들이 무덤을 벽화로 장식한 것은 현세의 모든 것이 내세에서도 이어진다고 믿었던 이른바 계세사상(繼世思想) 때문이었다. 초기의 고분벽화는 벽면에 무덤에 안치된 주인공의 생전 모습이나 생활 장면을 그리고, 천장에는 별자리·연꽃·신수(神獸)와 영초(靈草) 등 하늘세계의 상징물을 그렸다. 즉 벽에는 현세를, 천장에는 내세를 그려 무덤 내부를 하나의 소우주(小宇宙)로 구성했던 것이다. 중기에는 사신(四神)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후기에 이르면 생활 장면 등 인물풍속화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신이 벽면을 차지하게 된다.

무덤 속의 작은 우주, 벽화
현실세계를 묘사한 초기와 중기 고분에서는 벽면 모서리에 갈색 안료로 기둥을 그려 목조건축물의 내부를 재현하듯 표현하기도 했다. 기둥 사이 공간에는 주인공 초상화, 주인공 부부가 나란히 앉은 모습, 병사와 악대를 이끌고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는 행렬도, 산과 들을 치달리며 사냥하는 수렵도 등을 그렸다. 이런 인물풍속화를 통해서 고구려인의 옷차림과 화장법·건축물과 내부 장식·생활 풍속과 예절 뿐 아니라 종교와 사상·문화의 변천·외국과의 교류·기질과 기상·미의식과 색채 감각까지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산리 고분의 부인은 멋스러운 색동 주름치마를 입고 양 볼에 연지를 찍었다. 이런 차림새는 쌍영총 등 다른 고구려 고분에서도 나타나는 고구려 특유의 것으로, 일본에도 전해져 다카마쓰 고분에 그려진 여인의 옷차림이 이와 비슷하다. 삼실총에는 고구려 하면 떠오르는 점무늬 옷에 달군 인두로 공들여 만든 애교머리를 한 여인도 있다. 이런 그림들을 통해 고구려가 무력만 숭상하던 나라가 아니라 세련된 멋을 추구하던 문화적인 나라임을 잘 알 수 있다(《고구려 회화》 58~59쪽의 도판을 참조).
후기로 갈수록 묘실의 수가 적어지고, 또 고구려 사회 전반을 지배했던 불교가 쇠퇴하고 도교가 득세하면서 인물풍속화 대신 사신, 비천, 신선, 용 등을 그리게 되었다. 주제는 단순해졌지만 회화의 기법과 채색, 안료는 매우 발달하여 1400여 년이 지나도록 바래지 않는 화려한 색채로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그림이 화면 가득 그려졌다. 특히 천장 한 가운데 황룡이 등장해 스스로 천하의 중심이라 믿었던 고구려인의 힘찬 기상을 잘 드러내준다.

고구려, 벽화에서 걸어나오다
저자는 고구려 고분벽화가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우리 고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자료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태부족한 연구자의 수, 미비한 연구 지원 정책 등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고 앞으로 더욱 개선되어야 함을 강력히 당부하고 있다. 한국 회화사 연구에서 현존하는 최고 권위자인 저자의 이러한 메시지가 학계와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독자에게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현직 문화재위원장으로 재임하면서도 연구와 저술 활동에 더욱 골몰하고 있는 저자는 학자적 엄밀함으로 정확하고 신중한 문장을 구사하는 한편, 도판 하나마다 그 의미를 숙고하는 정성을 들였다. 전체 113컷의 컬러 도판이 수록되었으며 그 중 3부에 실린 26컷의 일본 작품 도판은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어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도판만 넘겨보아도 고구려 회화의 특징과 변천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되도록 연대순을 지켜 배열하였다. 전공 학자에게는 연구의 귀감으로, 일반 독자에게는 고구려 문화에 대한 입문서이자 알찬 교양서로 지식 향유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지은이 | 안휘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 문리과대학원 미술사학과와 프린스턴대학교 문리과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수학하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박물관장,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박물관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대 예술연구실장, 한국 대학박물관협회 회장, 한국미술사교육연구회 회장,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문화관광부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문화관광부 동상·양정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한국회화사」「한국회화의 전통」「한국회화의 이해」「한국회화사 연구」「한국의 미술과 문학」「한국의 현대미술, 무엇이 문제인가」「신판 한국미술사」「안견과 몽유도원도」「한국미술의 역사」등이 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Ⅰ. 고분벽화와 고구려 문화

1. 고구려 문화의 올바른 이해

2. 고분벽화를 통해 본 고구려의 문화
고분벽화의 특징과 의의 - 무덤 속의 작은 우주
고분벽화의 역사문화적 성격 - 문화의 다양성과 복합성
고분벽화의 미 - 세련성과 역동성

Ⅱ. 고구려 회화의 변천

1. 고구려 고분벽화의 흐름
초기의 고분벽화 - 생전의 모습과 삶의 기록
중기의 고분벽화 - 다양한 삶의 풍속
후기의 고분벽화 - 도교와 신선의 세계

2. 고구려의 인물화
주인공 초상화 무덤 - 주인공의 모습
행렬도와 수렵도 - 고구려인들의 위용과 기상
생활도 - 생생한 삶의 재현
투기도 - 넘치는 힘과 상무의 전통
신선도 - 불로장생의 상징
고구려 인물화의 특성과 의의

Ⅲ. 고구려 회화의 대對 일본 영향

1. 일본에서 활약한 고구려계 화가들

2. 일본에 남아있는 고구려계 화풍의 작품들
'천수국만다라수장'
옥충주자의 회화
다카마쓰 고분 벽화
호류지 금당벽화
'쌍수비천도'와 '수렵연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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