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연구 : 초상화와 초상화론
- 청구기호654.5/조54ㅊ
- 저자명조선미 지음
- 출판사문예
- 출판년도2007년
- ISBN893,100,570,793,600
- 가격25000원
언제던가, 주말이면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로 나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 윤범모 형 아니면 정준모 형인데 작품 배관이 궁극이지만 논문 작성 또는 전시 발표가 그 목적이었다. 채용신 전시를 염두에 두었던 한 계절 탐방은 그야말로 현란했는데 전북 곳곳을 쓸고 다니다보니 나중엔 그 일정이 어떠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지경이었다. 1983년에 조선미 선생이 세상에 내놓은 『한국의 초상화』 머리말에 초상화 탐방은 무엇보다 농번기를 피해야 한다는 교시를 새기며 그 소장처인 종손가를 들리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정준모와의 답사 길이 더욱 어려웠던 것은 진품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저 한갓된 조상숭배의 매개물쯤이던 것이 미술사를 구성하는 한 갈래로써 예술성은 물론 역사성 또한 한껏 갖춘 것으로 떠오르자 그 가치가 급격히 드높아져 수요가 늘었고 당연히 장물애비의 표적이 되었거니와 이 모든게 아마도 조선생이 내놓은 책으로 말미암은 게 아닌가 싶었다.
내 어린 시절 초상화의 면모를 배우고 깨우침에 그 때 조선미 선생의 책이 교과서였으니까 뜻하지 않은 저 그늘이야 흠이라기 보다는 영향력의 크기를 반증하는 셈이겠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흘러 오늘 새 저서를 잡고 보니 감회가 저절로 새롭다. 그 때 채용신 전시회나 얼마 전 대원군과 운현궁 사람들 전람회 때에도 선생이 쓴 논문을 마주함에 왜 그것이 그토록 큰 가치를 지녔는지를 배우곤 했는데 그 글을 포함한 열 두 편의 논문을 모은 이번 『초상화 연구』는 지난 저서와 더불어 관심이 가는 갈래의 영역을 촘촘하게 새기는 즐거움을 주는 느낌이다. 책제목에 ‘연구’라는 말만 보면 어이구, 어렵겠다, 내 몫이 아니다 하며 눈길조차 기울이지 않곤 한다. 물론 그런 경우가 상당하여 아니라고 할 수 없는데 이 책은 아니다. 전문용어와 고유명사는 도리가 없겠으나 문투도 쉽고 부드러워 너무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면 사대부, 공신, 무관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초상화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매우 쉽게 풀어주기도 하고, 사실성과 관련된 초상화의 성격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헤아리게 해 주기도 한다. 연구서야 당연히 어려울 것이지만 여기서는 선입관을 버리고 우리 문화의 울타리 가운데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니만큼 선뜻 손을 내밀어 가까워 지기를 희망한다. 더욱이 그 주인공이 역사가치가 있는 인물이므로 그의 시대, 역사가 곧이 곧대로 담긴 아주 귀한 분야임에랴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30여 년 동안 초상화 연구에 천착해온 미술사학자 조선미 교수의 초상화 관련 논문을 모았다. 새로운 자료들을 수정, 보완하여 이번에 책으로 묶은 저자는 각 논문을 크게 네 개의 주제, 즉 한국 초상화의 유형과 조선시대 초상화의 성격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초상 화가와 걸작품들에 대한 연구, 그리고 중국 초상화와 초상화론에 관한 연구 등으로 나누었다.
Ⅰ장에서는 삼국 시대 고분 벽화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초상화의 원류를 살피고, 초상화의 회화사적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고찰하고 있다. 또한 초상화 제작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에 대해 살펴보고, 대표적 사대부 초상화의 표현 형식이나 기법 등을 파악하고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내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 사대부 초상화들과 구별되는 한국적인 특색을 살펴본다. Ⅱ장에서는 초상화라는 용어의 어의적 의미를 살피고 중국의 명· 청대를 대상으로 하여 중국 초상화와의 비교를 통해 조선 시대 초상화의 성격을 조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자료 입수가 가능한 편이었던 조선조 후기(임진란 이후)의 중국 초상화 유입 경로를 다시 검토해보고, 어떠한 유형의 초상화가 주로 유입되었는가, 유입된 초상화에 대한 우리 측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한번 수용되어 유행된 중국적 요소들은 어떤 식으로 명맥을 유지 했는가 등을 살펴본다. Ⅲ장 ‘초상 화가와 걸작품’에서는 작가 채용신과 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채용신은 조선조 말에서부터 일제 식민기를 걸쳐 살면서 항일지사, 우국지사들의 초상화를 그려 우국혼을 보여주었으며, 한편 채석강도화소(蔡石江圖畵所)를 설치하여 초상 화가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근대식 브랜드화를 시도한 인물이다. 그밖에 대원군과 그의 후손들의 초상화를 대상으로 하여 작품으로서의 양식적 특색과 예술적 가치, 그리고 회화사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Ⅳ장 ‘중국 초상화와 초상화론’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17, 18세기 작품들을 비교해봄으로써 이 작품들이 명나라 문관들의 초상화라는 것을 규명하고 시대적 추이에 따른 중국 초상화의 양식적 전개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초상화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 작용해온 ‘전신사조’라는 용어의 의미에서 시작하여, 시대적 추이에 따른 초상화론의 전개를 대표적 화론을 들추어가며 검토한 글이 실려 있다.
지은이 | 조선미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미학 부전공),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철학 석사 학위(미학 전공)를 받았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미술사 전공)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학 문학부 Visiting Scholar,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장, 미술사학연구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경기도 문화재위원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초상화연구》(열화당, 1983), 《화가와 자화상》(예경, 1995)이 있으며, 역서로는 《중국회화사》(J.Cahill), 《회화론》(L. Venturi), 《미술의 이해》(J. Vincent), 《동양의 미학》(이마미치 도모노부)과 논문 〈柳宗悅의 韓國美術觀〉, 〈日本 官學派硏究〉, 〈孔子聖蹟圖考〉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I. 한국 초상화의 유형
1. 한국 초상화의 유형 및 사회적 기능
2. 조선 시대 사대부 초상화의 전개
3. 조선 시대 공신상의 양식적 전개
4. 조선 시대 무관 초상화의 양식적 전개 및 특징
II. 조선 시대 초상화의 성격
1. 조선 시대 초상화의 사실성 문제
2. 명.청대 초상화와의 비교를 통해 본 조선 시대 초상화의 성격
3. 중국 초상화의 유입 및 한국적 변용
III. 초상 화가와 걸작품
1. 채용신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2. 초상화에 나타난 '대원군과 운현궁 사람들'
IV. 중국 초상화와 초상화론
1. 조선 시대 어진으로 오인된 중국 초상화 3점에 대하여
2. 중국 초상화의 사적 전개
3. 중국 전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