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전략
- 청구기호609.205/최15ㅎ
- 저자명최광진
- 출판사파주:아트북스
- 출판년도2004년
- ISBN8989800382
- 가격12000원
현대미술의 봉우리로 안내하는 명쾌한 전략지도
현대미술의 봉우리로 안내하는 전략지도 국내학자에 의해 나왔다.
현대미술의 심산유곡을 조난당하지 않고, 완전정복하기란 미술 전공자들마저 쉽지 않다.
그것은 현대미술을 둘러싼 논자들의 다양한 이론이 현대미술의 고산준령을 조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미술은 철학적인 개념에 대한 성찰 없이는 ‘올바른’ 작품 이해나 창조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하려는 작가들과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는 일반인들은, 순조로운 등반을 위해서는 탄탄한 전략적 무장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 이루어진 현대미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를 비추는 시각적 거울로서, 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미술을 넘어 결국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 책은 현대의 다양한 예술 조류를 낳은 이론적 틀을 계보학적으로 더듬으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현대성이라는 험난한 봉우리를 오르는 지름길과 이정표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모더니즘의 탄생과 종말,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실험과 도전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을 낳은 역사적 이론적 계보를 선별적으로 총정리하여 현대미술의 이해를 돕는다.
클라이브 벨, 로저 프라이, 클레멘트 그린버그, 마이클 프리드 같은 모더니즘 이론가들과 이를 비판하는 T.J. 클라크, 토마스 크로우, 아서 단토 같은 이들의 공격과 대안을 정리했고, 다음으로 장 보드리야르, 자크 데리다와 크레그 오언스, 질 들뢰즈, 자크 라캉 같은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략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난해한 현대사상과 이론들의 핵심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특정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현대미술이라는 거대한 산맥의 큰 지도를 성공적으로 그려보이고 있어 개론서로서 훌륭한 자료적 가치가 있다. 또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품과 접목시켜 현장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더할 나위 없는 이 책의 장점이다. 더불어 실제 작품에 관한 풍부한 도판과 도판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텍스트로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하여 읽고 보는 재미를 충족시켜준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현대미술의 전략들
사전적으로 ‘현대’란 ‘오늘’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며, ‘현대성’이란 그 이전 시대와 구분 가능한 (오늘을 규정하는) 현저한 특징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은이는 우선 하버마스를 빌려 현대의 특징을 ‘분화’와 ‘자율성’으로 정리한다.
현대미술에서 자율성의 전략은 대략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모더니즘 비평가들이 등장했다.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의 핵심적인 모토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블레이크와 러스킨, 보들레르 같은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의 도전을 받는다. 그들은 이성이 아닌 감성적 직관, 시각적 현실 대신 약동하는 상상력의 힘찬 해방을 목표로 했으며 이후 형식주의 미학의 모태가 되었다.
클라이브 벨과 로저 프라이에 의해 정립된 형식주의 미학은 곧 모더니즘의 강령이었다. 렘브란트의 심리적 통찰과 세잔의 조형성을 숭배한 이들의 관점은 클레멘테 그린버그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실로 오랜 세월 동안 그린버그는 압도적인 권위와 명쾌한 이론으로 추상미술과 미적 자율성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린버그는 엘리트 예술,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장하였고, 미술을 정치적 사회적 문학적 요소에서 철저히 분리시키고자 했다. 그린버그는 평면과 매체 그 자체에 주목했고, 이는 1960년대 유럽 앵포르멜과 미국 추상표현주의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러한 재현의 포기와 자율성의 획득은 결국 형상과 정서를 제거한 미니멀리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예술을 사회로부터 극단적으로 분리시켰고 이는 자율성의 획득이 아닌 소외와 고립을 가져와 미술 자체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아서 단토는 이러한 현상을 예술의 종말로 규정한다. 미니멀리즘의 파탄 이후 당대미술은 모든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다원주의로 이행한다. 그리하여 그간 분화와 자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고립되었던 분야 간의 활발한 소통과 장르 간 통합이 시도되었다. 인간과 인간, 예술과 예술 간의 대화와 소통은 콜라주와 몽타주, 패스티시, 알레고리 등을 낳았고 자신의 일상적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플럭서스 운동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리고 팝아트는 미술과 일상성의 전치와 결합을 시도하는데 이는 재현적 일루전의 본격적인 재등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더니즘의 재현과는 다르다. 모더니즘에서의 재현은 일 대 일 대응이었지만 팝아트는 다의성과 복합적인 의미망을 갖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들어 이러한 문제에 주목한 포스트모더니즘은 후기구조주의와 결합하였고 이들은 작품의 일의적 재현을 부정하고 그것을 무수히 많은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로만 인정한다. 보드리야르, 데리다, 들뢰즈, 라캉 등은 저마다 각기 다른 입각점에서, 다른 틀로 모더니즘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했다. 다시 말해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이 몰고 온 재앙, 삶과 사회로부터의 극단적인 괴리와 분열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 것이다.
모더니즘은 재현을 제거하기 위해 주체를 절대적인 지위로 격상시켰고 이는 주체의 과잉, 차이와 다양성의 억압으로 나타났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주체의 독재를 무너뜨린다. 권위적인 재현의 주체를 해체하려는 그들의 신념은 그 동안 소외되었던 다양한 타자들을 돌아오게 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그늘이 있으니 포스트모더니즘은 주체 없는 무목적성과 허무주의를 낳고 말았다.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모더니즘의 분리로서의 자율성이 실패한 지점에서 삶과 사회가 통합화된 자율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통합화 전략을 소개하고 그것의 공과를 검토한다. 이 모든 작업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거기에 기초한 올바른 미학적 실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