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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와 고딕

  • 청구기호609.203/포58ㄹ
  • 저자명앙리 포시용 지음 ; 정진국 옮김
  • 출판사까치글방
  • 원서명Moyen age roman et gothique
  • 출판년도2004년
  • ISBN8972913774
  • 가격30000원

상세정보

11세기부터 15세기에 걸쳐 5백 년 가까이, 서유럽 사회 전반에서 근대의 토대가 다져지고 있었다. 십자군원정 이후 종교개혁에 이르는 이 시대에 수도원과 교황청과 군주들은 경쟁과 협력 속에서 기독교 이념을 강화하고 활용했다. 문맹률이 높던 당시에 시각예술은 성경의 일화들을 구실로 민중을 계도하는 데에 매우 적합한 매체로서 일종의 백과사전이었다. 전란과 참사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또 암흑의 시대라는 왜곡된 평가가 여전하더라도 이 시대는 그렇게 여러모로 절실하기도 했던 시각예술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마치 어둔 밤의 실내를 환하게 밝히는 한 송이 백합이나 촛불처럼……. 그 꽃의 향기와 불빛을 거센 외풍으로부터 지켜내려는 듯이 그 신앙심 또한 어느 때보다도 깊어보인다. 수도원의 정화운동이 보여주듯이 청순함과 불굴의 믿음에 대한 예찬과 지상낙원을 향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의지는 우아한 성모상과 장엄한 대성당 건축에서 그 모든 의중을 드러낸다. 이렇게 가장 완전한 존재로서 하느님을 아름답게 여기고 그의 취미를 모방했던 종교미술은 오늘날까지 마르지 않는 샘으로 현대미술에도 줄기찬 영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서 당대인들의 한 가지 공통관심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즉 “믿기 위해서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보편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의욕이다. 어떤 점에서 독실한 믿음이 대성당을 짓게 했겠지만 대성당을 지으면서 신앙심도 더 깊어졌을 것이다. 

미술사의 도약기를 이끈 주역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그 미술, 즉 건축, 벽화, 양탄자, 판자화, 채색삽화, 색유리창 등이 그 세련된 감각에도 불구하고 우선 ‘사고의 예술’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결국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구와 믿음의 의지를 묶어주는 것은 합리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 합리성은 환경과 재료라는 외적 수단을 보다 고상하고 숭고한 것을 향한 내적 감정과 결부시키면서 그 고유한 형식을 창조하게 된다고 한다. 

서유럽 전역에 산재한 유물들을 섭렵하면서 이 책을 써낸 저자는 이러한 위대한 미술의 영광이 단지 서유럽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찬란한 미술은 이웃 문화와 경쟁과 타협을 통해서 줄기차게 새로운 공법과 수법을 개발했던 학자들과 예술가, 장인과 석공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였다. 서유럽은 오리엔트와 북부 민족미술은 물론이고 멀리는 동양미술의 가치까지도 알아보고 또 열심히 배움으로써 독창성을 띨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세 미술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독자성을 밝히는 데에 크게 기여한 저자가 바로 이와 같은 넓은 시각을 보인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다.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고 또 저자에게 중세 미술사의 거장이라는 권위를 가져다준 이 책의 고전으로서 ‘기념비적’ 명성에는 이견이 없다. 이 저작 이후에 출간된 몇몇 비중 있는 저술들도 바닥을 훑고 기초를 다지고 각 부분을 꼼꼼히 분석하고 종합한 이 책의 조사와 연구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곳곳에서 해박함으로 넘치는 이 책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스타일에 대한 역사적 탐색을 넘어서 중세 사회와 그 사람들의 삶과 그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불가분한 교양을 제공한다. 그 교양은 대성당의 궁륭 아래에서 벽과 창을 기웃거리며 회랑을 따라가는 산책 같은 것이고, 또 궁전과 성채의 기둥과 휘장 사이로 들여다보는 구경 같은 것이기 때문에 더 활기찬 것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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