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이끈 미술가 30인
- 청구기호650.9911/윤44ㅇ
- 저자명윤범모 지음
- 출판사현암사
- 출판년도2005년
- ISBN8932313369
- 가격15000원
진보적 비평가가 미술가와 동고동락하며 돌아본
우리나라 근현대미술가의 생생한 내면풍경
저자 윤범모는 지난 사반세기를 작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의 내면풍경을 실감하면서 보냈다. 하지만 작가들과 함께한 세월이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불쾌감을 안고 쓸쓸히 돌아선 적도 있었고, 필요 이상으로 적을 만들어 신경도 쓸 만큼 썼다. 토론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우리 미술 동네에서의 정직한 비평활동은 그만큼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결과 상당수의 작가론이 쌓였다.
이 책은 우리만의 자생성에 기초한 형식과 내용이 곧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첩경이라고 믿는 우직한 비평가 윤범모가 주목한 근현대미술가 30인에 대한 작가론이다. 여기의 작가들은 자기 목소리가 또렷하고 비교적 ‘토종’에 가까운, 그러나 국제무대에서도 결코 손색이 없는 작가들이다. 한마디로 우리 식의 발성법에 방점을 찍고자 한 작가들이다.
첫 장을 장식한 나혜석은 우리나라 근대기 최초의 여성 유화가로 인생 역정이 자못 화려하다. 여기서 저자는 생활이 구차할지언정 친일과 훼절의 길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킨 화가 나혜석과 그의 작품을 조명한다.
이응노, 박생광 편에서는 우리 식의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국제적으로 높이 인정받은 참다운 예술가의 수난과 분투의 세월을 보여준다.
한편 송영옥, 손상기는 지금은 고인이 된 참으로 불운한 화가이다. 송영옥은 조총련계 재일교포 화가로 출품한 그림을 스스로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작품을 그리는 특이한 화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미술의 상품화에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다. 손상기는 태생적으로 앞뒤 꼽추이다. 신체적 불구와 가난을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 동시대 고통받는 민중의 삶까지 껴안으려 한 작가이다. 그들의 고뇌에 찬 작품을 점검하는 필자의 안목이 참으로 강렬하고 깊다.
또한 이 책에서는 저자가 우리 미술의 자생성 혹은 정체성을 모색하는 험난한 길에서 만난 의미 있는 이름들을 만날 수 있다. 끝없는 정진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전혁림, 이만익, 이종상, 박대성, 이왈종, 오용길, 이화자 등 중견화가뿐 아니라 민중미술판에서 현실주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명했던 신학철, 임옥상, 홍성담, 김봉준, 황재형, 최병수, 이철수, 김호석의 근황까지 다루었다. 한편으로는 권순철, 최동열, 오원배, 강경구, 김선두, 서용, 유영교, 강대철, 한진섭 등의 이름에서 한국현대미술가의 고뇌와 표현의 다채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