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가볍고 얇은 시선으로 스치듯 묘사하는 여행객의 유희여서 불만이고 또 어떤 글은 한판 주목받고 끝나는 전시기획자의 일회성이어서 불만이며 또 어떤 말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미술상인의 홍보성이어서 불만이다. 결코 깊고 무거운 지식과 통찰력을 지니지 않은 저들의 말은 무척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보연의 책 『이슈, 중국 현대미술』은 그런 종류와는 다르다. 중국 땅에서 박사과정을 수련하고 있는 연구자가 현장을 누비면서 그 현장을 담아 나가는데 어설프지도 거칠지도 않다.
이보연이 선택한 열 두 명의 화가 명단은 중국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갈래별 대표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또 어떤 특정 갈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이보연이라는 저자가 쌓은 인연의 줄기 그대로이므로 그렇게 읽을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보연이 자신있게 밝히는 바 처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중국 당대 미술계에 일어난 큰 이슈들의 윤곽을 잡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화가에 대한 단순한 묘사가 아니다. 화가의 생애를 살펴 나가는 가운데 숱한 사건들이 펼쳐져 있고 도시와 화랑과 시장이 숨쉬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중국 미술문화, 시대풍조 전반을 이해하는데 가장 뛰어난 입문서다. 더불어 현대 중국미술사 개요를 부록으로 실어 두었으니 이 부분은 너무도 간략하여 어쩌면 다른 책을 구해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열 | 미술평론가
『이슈, 중국 현대미술』. 세계 주요 미술품 옥션 시장에서 중국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새로운 시각과 도전적인 정신이 깃든 이들 작품들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130여 곳의 갤러리와 200여 개의 작업실이 몰려 있는 베이징의 따산즈 789 예술구역은 외국화랑들이 속속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 작가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전 세계의 미술은 지금 중국 미술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중국의 현ㆍ당대 미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 현대 예술사 중 가장 각광받는 12인을 선정, 중국 예술가들을 통해 중국 현대 미술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예술가들과 관련된 간단한 에피소드와 그들의 삶과 예술을 전기식으로 풀어낸 글로 구성되어 있다.
20세기 동서양 문화와 이념의 갈등, 민주와 독재, 문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미술 제도권과 시장의 권력 문제 등 갖가지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중국 당대 예술가들. 이 만남을 통해 중국 현ㆍ당대 미술계의 큰 이슈를 이해해 본다. 부록 정보에서는 중국 현대 미술의 흐름과 예술가들의 경향, 다양한 중국 미술계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지은이 |
이보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중국 칭화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중국 근현대미술사 전공 박사 과정 중이다. 2004년부터 중국 당대 예술에 관심을 갖고 중국 미술계 관련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목 차 여는글
그림으로 죽으리라-우관중
_마오쩌둥 초상화
영원한 재야의 별-황루이
_베이징의 예술 명소 1
온화와 폭력의 미학-조우춘야周春芽
_베이징의 예술 명소 2
찬란한 영혼의 절규-마오쉬휘毛旭?
_중국의 대표 컬렉터
새가 된 예술가-예용칭
_상하이의 예술 명소 1
선악과를 따먹은 예술가-왕광이
_상하이의 예술 명소 2
역사와 삶과 기억의 향수-장샤오깡
_영화 속의 20세기 중국 미술
건달의 물음-팡리쥔
_션젼, 광조우, 홍콩의 예술 명소 1
웃음 속에 숨겨진 칼-위에민쥔岳敏君
_션젼, 광조우, 홍콩의 예술 명소 2
마음속 이야기-정판즐曾梵志
_위엔밍위엔과 송주앙예술촌
매혹적인 고통-펑정지에俸正杰
_쿤밍, 다리의 예술 명소
영원한 달콤함-손국연
_평론가와 큐레이터1
부록-시대 배경1,2,3
_마오쩌둥 시대의 미술(1949-1976)
_개혁개방 시기 미술(1976-1989)
_글로벌 시대의 미술(1989-현재)
감사의 글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