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성지가 일변했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송미숙 교수가 번역한 이 저술은 그저 상식에 머물고 있는 소문의 실체를 고스란히 증거해 준다. 책을 손에 쥐고 처음 펼친 휘트니미술관 관장의 머리말부터 그 증거의 자락을 아주 강력하게 보여주는데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대목은 휘트니미술관 스스로의 자부심이다. 전후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전위미술을 선두에서 이끌어왔다는, 거북하기조차 한 저 오만과도 같은 표현에 마주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휘트니미술관과 휘트니비엔날레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한갓된 자만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게다. 제1장 1950-1960을 펼치면 그 제목부터 ‘초강국에 오른 아메리카’다. 나와 같은 제3세계 시민의 눈길로서야 두려운 문장이겠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저절로 빨려들어 두려움은 그만 부러움으로 변질되고 만다. 이 때부터 독서의 시각은 거리를 벗어던지고 아예 내가 미국에 들어 앉아 저 현란하고 복잡한 현대미술사의 전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역사라고 생각하는데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다. 그 무엇보다도 열정과 확신에 넘치는 필자들의 문장도 문장이려니와 지루함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뜨거운 그 시대, 그 사회가 그림처럼 다가왔다. 읽는 내내 우리 현대미술사 서술도 이래야 한다고 느꼈으니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읽으려면 『THE AMERICAN CENTURY』를 읽으라 말 해 주곤 한다. 최고의 책이니 말이다.
최열 | 미술평론가
책소개 세계 현대미술 산실인 휘트니미술관이 1950년부터 1999년까지 50여 년간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던 미국 미술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정리했다. 휘트니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인 리사 필립스(현 뉴 뮤지엄 관장)를 비롯해 건축, 공연, 문학, 음악 등 관련 인접 분야의 전문 연구자 19인이 참여해 글을 썼고, 600개가 넘는 원색 작품 도판과 시각자료를 모아 현대예술의 입체적인 진경을 담았다.
현대미술에 획을 그었던 대표적인 작가, 혹은 거장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애와 작품에 초점을 두는 기존의 기술에서 탈피해, 주요 미술사조의 탄생과 발전 양상을 당대의 정치.사회적 상황 뿐 아니라 건축, 대중음악, 문학, 영화, 연극 또는 무용과 같은 문화 일반과 연결시켜 기술한다.
지은이 | 휘트니미술관 1931년 뉴욕에서 개관한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이다. 미국 명문가인 밴더빌트 가문 출신의 조각가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가 자기 소유의 건물에 젊은 미술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제공한 것이 미술관의 시초가 되었다. 2008년 현재 계단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건물은 1966년 독일 출신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설계한 것이다. 휘트니미술관은 초기부터 세계 미술계를 이끌어 갈 잠재력이 높은 젊은 미술가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들을 휘트니 비엔날레 등의 국제적인 이벤트를 통해 육성하면서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 주요 컬렉션만 1만 2천 점에 달한다.
옮긴이 | 송미숙 2008년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미술사학과 교수 및 동아시아문화학회 회장이다. ‘19-20세기 유럽과 미국 미술사’ 전공으로 오리건대학(석사)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박사)을 거쳤다. 1981년 귀국 후 성신여대와 이화여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며 학술 연구와 미술 평론, 전시 기획 등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미술관 관장 자문으로 현대미술 부문을 총괄하며 <바우하우스 화가들>전(1995), <사진예술 160년>전 (1997) 등을 기획했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1999), ‘미디어_시티 서울 2000’ 총감독(1999) 등을 맡았다. 저서로는 《Art Theories of Charles Blanc 1813-1881》(미국 UMI, 1984), 《미술사와 근현대》(성신여대출판부, 2003) 등이 있다.
목차 1장_ 초강대국에 오른 아메리카 1950-1960 전후 미국 미술계의 도약
추상표현주의-뉴욕 아방가르드 [액션페인팅] [뉴욕학파의 조각] [색채추상]
전위미술과 냉전의 정치학
2세대 뉴욕학파 그리고 후예들
기업 주도의 현대건축 신식 가정의 풍경-현대화된 개인 생활 여명기의 할리우드 냉전 매카시즘과 예술 검열 새로운 기념비적 건축 1950년대 전환기의 미국 연극
2장 아메리칸드림의 이면 1950-1960 진리 수호자와 반역천사들 [비트 문화] [앗상블라주ㆍ콜라주ㆍ정크조각] [미국을 보는 새로운 렌즈]
미술의 삶, 삶의 미술 [라우셴버그ㆍ케이지ㆍ존스ㆍ커닝햄] ['환경' 미술ㆍ해프닝] [플럭서스]
로큰롤 열기와 녹음 기술의 발전 '쿨' 재즈의 탄생 비트 세대의 탄생과 질주 사실주의 소설의 등장 뉴 아메리칸 시네마 현대무용-우연과 즉흥성
3장_ 뉴 프론티어와 대중문화 1960-1967
팝문화의 지배
미니멀리즘-질서의 탐색
1964년 뉴욕 만국박람회 워홀의 팩토리-예술과 이미지 생산 공장 언더그라운드 영화 1960-1968 '공간에서 환경으로' 새로운 건축 비평 '무언의 소리'로 살아남은 순수음악 저드슨 무용극단-포스트모던 무용의 탄생 구조영화 1966-1974
4장 기로에 선 미국 1964-1976
규범의 붕괴, 예술의 혁명 [별난 추상] [포스트미니멀리즘과 반형식] [어스워크] [개념미술]
다원주의-대안의 지배 [페미니즘] [패턴과 장식미술] [퍼포먼스ㆍ바디아트ㆍ비디오] [대안공간ㆍ대안미술]
베트남전과 브로드웨이 연극 할리우드의 가치 혼란과 분열 팝의 예찬-록뮤직의 지배 신소설-선형적 내러티브의 와해 새로운 논픽션 소설의 등장 도시로 돌아온 공공미술 뉴욕 '식스'와 캘리포니아 '원' 1970년대 전위연극의 풍경 할리우드의 판도를 바꾼 영화악동 페미니스트 문학 포스트모던 무용의 진화 주류 안팎의 퍼포먼스 예술 비디오아트, 영화 그리고 설치 1965-1977
5장 복원과 반응 미국 1976-1990
미술과 사진 그리고 중간계 [사진의 신지형도] [사진과 포스트모더니즘]
거리문화와 미술 공동체 [뉴라이트와 시장의 힘] [과거 예술의 창조적 귀환] [미술시장의 팽창]
표현의 자유와 문화 전쟁
오피스 파크-노동과 휴식의 결합 포스트모던 건축-대중주의와 권력 포스트구조주의의 비평적 유산 노웨이브 시네마 펑크와 펑크-무언의 외침 인디영화의 부상 뉴 할리우드-위험한 도박 사업 에이즈-미술의 연대, 연대의 미술
6장 뉴 밀레니엄을 향한 도전 1990-2000
아메리카니즘-미국 문화의 세계화 건축의 신 아방가르드 협동ㆍ스펙터클ㆍ정치학-포스트모던 무용 메갈로폴리스와 디지털 도메인 힙합의 탄생과 지배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의 줄타기 비디오아트와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