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이르러 서구에서 사진 분야가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거니와 회화 분야를 압도하는 느낌마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시장에서 사진분야가 강세를 보이고 또한 몇몇 사진 작가가 뜨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사진이 예술이니 아니니 하던 시절이 엊그제였으니 말이다. 이젠 그 누구도 그런 얼빠진 이야기를 입밖에 꺼내지 않고 있다. 이건 순전히 서구 미술시장 덕분이다.
이경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그렇게 뜨기 전부터 사진 분야에 혼신을 다 해 온 연구자요 평론가이며 전시 및 출판 기획자로 활약해 온 사람이다. 당연히 한국 사진역사에도 일가를 이루어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할만큼 역량이 쌓였는데 이번에 세상에 내놓은 <<경성 사진에 박히다>>는 지난 2005년에 내놓은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이은 열매다. 그저 논문 몇 꼭지 묶은 그런 책들이 아니다. 그 시대와 그 문화의 모든 것으로 얽힌 사진에 관한 이야기다. 식민지 시대의 사진은 주로 일본인들이 생산했고 그들의 시선으로 찍은 조선 풍속의 진실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그러한 탐색의 틀을 ‘재현의 정치학’이라고 했는데 ‘그 재현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재현했는지를 묻는 작업’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1부 권력, 사진에 눈뜨다, 2부 경성 사진관에서 생긴 일, 3부 사진,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다, 4부 사진을 둘러싼 신문화의 풍경들로 구성하였는데 이를테면 조선인 비행사의 대명사였던 안창남에 얽힌 항공사을 매개삼아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식이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에로 사진’ 다시 말해 포르노와 관련된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지 않고서 배길 수 없는 이 책은 아무래도 그 소재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지은 이의 글솜씨와 책을 구성한 솜씨가 더불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요즘 나오는 근대시기 생활사 관련 저술들이 지나치게 편협한 관점과 무모한 단정짓기의 함정에 빠져 서서히 싫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터에 이경민의 이 책은 그런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있고 또한 시대와 문화의 진실을 확고히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최열 | 미술평론가
책소개근대 문화의 창인 사진의 눈을 통해 근대 조선의 풍경들과 사건들, 거기 드리운 식민지적 그늘을 둘러보고 근대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들을 살펴보고 있다. 근대에 탄생하여 ‘모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기계이자 매체인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작업은 근대의 기원을 찾으려는 속 깊은 작업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보다 친근한 궁금증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사진은 누가 누가 재현했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때문에 사진 속 이미지를 그대로 당시의 시대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의 근대는 오랜기간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이는 식민지 시기 조선의 이미지는 주로 일본인들에 의해 생산되어 우리의 근대 이미지가 일제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경우가 많으므로 그 이면에 작동하는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 유의하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남은 ‘근대 이미지’의 재현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진의 이면에 숨은 의도를 끌어내고 탐구한다.
지은이 |
이경민한국 사진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온 이경민은 현재 사진아카이브연구소(
http://cafe.naver.com/fotoarchives.cafe)를 운영하면서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여 2005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사진비평』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전시기획자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이동석 전시기획상'을 첫 회(2008)에 수상하였다. 『기념사진전』(문예진흥원미술관, 1999), 『다큐먼트전』(공동기획, 서울시립미술관, 2004),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대안공간 풀, 2004), 『우리사진의 역사를 열다』(한미사진미술관, 2006), 『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일민미술관, 2007), 『오월의 사진첩』(광주시립미술관, 2008) 등의 사진전을 기획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사진아카이브의 현황과 필요성 고찰」, 「프랑뎅의 사진 콜렉션을 통해 본 프랑스인의 한국의 표상」,「잔더가 본 100년 전 한국의 풍경지리 」등이 있으며, 지은책으로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공저),『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구보씨, 사진 구경가다』,『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다. ‘구보씨’ 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전문적인 산보객이자 관찰자로서 다종다양한 근대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경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복원•재구성하는 『대경성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이를 통해 한국 근대성의 기원을 읽어내려는 엄청난 시도를 꾀하고 있다.
한국 사진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온 이경민은 현재 사진아카이브연구소(
http://cafe.naver.com/fotoarchives.cafe)를 운영하면서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여 2005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사진비평』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전시기획자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이동석 전시기획상'을 첫 회(2008)에 수상하였다. 『기념사진전』(문예진흥원미술관, 1999), 『다큐먼트전』(공동기획, 서울시립미술관, 2004),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대안공간 풀, 2004), 『우리사진의 역사를 열다』(한미사진미술관, 2006), 『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일민미술관, 2007), 『오월의 사진첩』(광주시립미술관, 2008) 등의 사진전을 기획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사진아카이브의 현황과 필요성 고찰」, 「프랑뎅의 사진 콜렉션을 통해 본 프랑스인의 한국의 표상」,「잔더가 본 100년 전 한국의 풍경지리 」등이 있으며, 지은책으로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공저),『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구보씨, 사진 구경가다』,『벽의 예찬, 근대인 정해창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다. ‘구보씨’ 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전문적인 산보객이자 관찰자로서 다종다양한 근대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경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복원•재구성하는 『대경성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이를 통해 한국 근대성의 기원을 읽어내려는 엄청난 시도를 꾀하고 있다.
목차프롤로그 - 사진의 눈으로 근대를 바라보다
1부 권력, 사진에 눈뜨다혼 뺏는 기계, 신분 증명의 도구가 되다
한반도에 사진 촬영을 허하라!
식민지 조선의 하늘과 감시하는 눈
특집1 -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사진으로 보는 안창남
2부 경성 사진관에서 생긴 일사진관 시대의 등장과 폭발적인 대중화
사진사의 수난 시대, 사진관의 사회사
여성 사진사 이홍경, 최초의‘부인사진관’을 열다
특집2 - 사진으로 맺은 사상적 동지, 안중근과 송학선
3부 사진,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서다아나키스트 박열 부부의 괴사진 사건
사기와 위조의 시대, 사진과 범죄의 재구성
삶과 죽음의 인덱스, 사진과 자살
특집3 - 경성 구경하세요! 경성유람버스 vs 서울시티투어버스
4부 사진을 둘러싼 신문화의 풍경들사진신부, 결혼에 올인하다 - 하와이 이민과 사진결혼의 탄생
식민지 관광 사진의 정치학
욕망과 금기의 이중주, 에로 사진과 식민지적 검열
특집4 - 사진엽서로 기록된 조선, 근대 풍경의 이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