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 속의 서양화법=Western influence on Korean painting of the Chos
- 청구기호609.11/이54ㅈ
- 저자명이성미
- 출판사소와당
- 출판년도2008년
- ISBN8996063889
- 가격20000원
오래 전에 간행한 저술을 손질하는 일이 가벼운 일은 아니다. 새로 저술하는 일에 비해 번거로움만 클 뿐 설레임같은 것은 애초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슨 사명감이 넘치지 않고서야 그런 수고로움을 자청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깎아내고 채워넣고 이렇게 다듬는 산삭(刪削)을 열심히 해 봐야 독자의 손에 닿기도 전에 출판사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 출판환경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니까 이해할만 하지만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러므로 『조선시대 그림 속의 서양화법』 증보개정판은 값진 성취가 아니겠는가. 저자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출판사 또한 우직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아홉 해 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다. 한창 고전을 구하여 그 향기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이니 거론해 놓은 서적을 뒤적여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리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조선시대 지식인이 서양 기하학과 같은 서양과학을 수용함에 자신의 완강한 세계관이란 잣대로 용해시켜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조선시대 학자와 화가들이 서양 근대미술의 미학과 사상, 기법 그 어느 것도 시원스럽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조선시대 홍대용, 정약용과 같은 서학 연구학자들이 화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홉 해가 지나고서 증보개정판이 나와 들뜬 기분으로 펼쳐 보았더니 놀랍게도 40쪽 가까운 분량의 <우리나라 근현대의 외래미술 수용>이란 장을 새롭게 설정해 두었다. 감탄은 우선 그 내용보다 정년 퇴임한 학자의 태도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나의 바람에서 흘러 나왔다. 그저 앞 시대의 내용의 경우는 당대 학자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었는데 근현대의 내용의 경우 후대 연구자의 것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인 나의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이런 점은 아주 조그만 티끌일 뿐이다.
강단에서 물러나 자신이 쌓은 업적을 돌이켜 보며 더욱 풍요롭게 채워나가는 이 모범은 더 많은 후학들이 배워야 하고 또한 이 같은 힘겨움에 함께 동참하는 출판사의 자세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미술인 들이 그러한 배움과 찬사를 주어야 할 것이다.
최열(미술평론가)
책소개
<조선시대 그림 속의 서양화법>의 개정증보판이다. 특히 사진술이 도입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회화에 일어난 변화를 증보하여, 조선후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화 기법 수용의 전 시기를 포괄하게 되었다.
이 책은 동서양의 서로 다른 특징인 원근법과 명암법 등 차이를 풍부한 자료와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서양화를 수용했던 중국의 변화와 당시 중국에서 활동한 서양화가들의 작품과 상세설명도 일러준다.
고양이를 잘 그려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변상벽도 털의 질감 묘사 등에서 나타난 서양화법의 영향. 유명한 김홍도 강세황 합작의 송하맹호도를 비롯하여 화조영모, 산후화, 책가화, 의궤와 같은 기록화 등을 통해 18세기 이후 조선 회화에서 실제로 서양화법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소개하고 있다. 하늘을 파란색으로 그리기 시작한 때도 이 시기이며, 초상화에서는 조명에 따라 한쪽 뺨을 어둡게 하여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움푹 들어간 눈매는 더욱 짙게 그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선의 실학자들은 서양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적극 수용하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기준을 버리지 않았다. 즉 서양화의 기법은 기교의 차원에서 받아들였을 뿐, 그림의 원래 목적으로 삼았던 뜻을 그리는 일[寫意]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진술의 도입과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을 통해 서양화를 수용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조선의 전통은 이른바 한국화 운동으로 되살아나기도 하는데, 격변의 시기 다이나믹한 회화의 변화상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서술된다.
지은이 | 이성미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繪?科)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 Berkeley)에서 동양미술사 석사학위를,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1989년부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로 재직하며 동 한국학대학원장을 역임하였다. 2008년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명예교수이다. 한국미술사학회장, 국사편찬위원(國史編纂委員) 등을 역임하였고 뉴욕의 Asia Society 외국 자문위원, 미술사 학술지 Archives of Asian Art의 편집위원이다.
주요 저서로는 Korean Landscape Painting: Continuity and Innovation Through the Ages, 『조선시대 그림속의 서양화법』, 『한국회화사용어집』(공저), Fragrance, Elegance, and Virtue: Korean Women in Traditional Arts and Humanities, 『우리 옛 여인들의 멋과 지혜』, 『내가 본 세계의 건축』,『朝鮮時代 御眞關係都監儀軌 硏究』(공저), 『藏書閣所藏 嘉禮都監儀軌』(공저), 『元明의 繪畵』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日本繪畵史』(秋山光和 原著)가 있다. 그밖에 국문 및 영문으로 한국과 중국미술사 관련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 게재하였다.
목차
증보 개정판을 펴내며
Ⅰ. 머리말 : 서양화법의 전래
Ⅱ. 동•서양화법의 비교
선 투시법 / 대기원근법 / 입체감의 표현
Ⅲ. 중국의 서양화법 수용 실태
Ⅳ. 조선시대 후기 지식인들의 서양화법에 대한 인식
Ⅴ. 조선시대 후기 회화에 반영된 서양화법
초상화•인물화 / 영모화 / 산수화 / 책가화 및 기타 화목 / 기록화
Ⅵ. 우리나라 근현대의 외래미술 수용
Ⅶ. 맺음말
English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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