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
- 청구기호650.911/오76ㅇ;1
- 저자명오주석 지음
- 출판사솔출판사
- 출판년도2005년
- ISBN8981338078
- 가격15000원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9명의 명화 12점을 충실하게 해설한 이 책은 우리 옛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우리 문화유산 안내서. 1999년 발간되어 대중적인 예술교양서로 자리 잡은 책을 새로이 꾸며 출간했다.
이 책은 김명국의 <달마상>,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진단타려도>, 김정희의 <세한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등 12편의 명화가 간직한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그 그림들이 왜 좋은지, 왜 의미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눈에는 익숙하지만 막상 그림 한 점 한 점들을 펼쳐놓고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를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간의 답답함을 후련하게 해결해주는 명쾌한 답안이 된다.
초판에 비해 개정판에서는 흑백그림이었던 것들이 올컬러로 바뀌었고 판형도 커져서 그림을 보다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관련 인물에 대한 상세한 주를 덧붙여 그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였다.
쉽고 재미있는 옛 그림 감상법 _ 보지 말고 ‘읽자’
이 책은 초보자들도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옛 그림 안내서이다. 호암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그리고 강단에서 일하며 일반인들과 학생에게 그림을 안내하던 저자는 일반인들과 옛 그림 간의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몽유도원도>, <고사관수도>, <세한도> 등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을 법한 그림을 대상으로 택하고 있으며,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다각도로 살피며 그 배경까지 ‘읽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저자는 12점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그림과 관련된 수많은 일화와, 출전, 시문을 인용, 그들 그림이 화가 자신의 삶이나 당대 정치와 사회 상황, 그리고 선禪, 불교, 주역, 유학 등 철학사상 등과 맺고 있는 관계를 구체적으로 되살려낸다.
저자는 화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그림은 화가가 어떤 기분으로 누구를 생각하며 그린 것인지. 그 당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를 곰곰이 추리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림 곳곳에 담겨 있는 여백과 필치, 인물과 산수의 표정까지 모조리 훑어봄으로써 그 아름다움에 깊이 공감하고 마음까지 추체험追體驗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한편 저자의 안내가 이렇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는 중고등 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저자의 평이한 문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저자의 논문 일부가 1999년도 수능시험 국어 예문으로 출제되었을 정도로 저자의 필체는 간결하면서 유려하다.
시종일관 옛 그림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는 저자는 옛 그림을 대함에 있어 무엇보다 단순한 조형 감상의 차원을 넘어 화가의 고결한 정신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옛 그림의 올바른 감상을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것은 제목이 암시하듯 ‘옛사람의 눈길로 그림을 바라볼 것’과 ‘옛사람의 마음으로 작품을 느낄 것’.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옛 그림의 색채, 옛 그림의 원근법, 옛 그림의 여백, 옛 그림 일기, 옛 그림 보는 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 등의 미학 에세이 여섯 편을 각 장의 사이사이에 곁들였다. 지은이 특유의 사색을 담고 있는 이 수필에서 독자들은 단지 그림만이 아닌, 우리 전통 문화 전반을 읽어낼 수 있는 유용한 시각과 사고의 틀을 배우게 된다.
김홍도의 <씨름> 한 판, 승자는 누구일까? _독창성과 깊이를 갖춘 문화재 안내서
한편 일부 내용이 KBS TV ‘역사 스페셜’의 대본으로 활용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공학자의 객관적 분석에 토대를 둔 내용은 논문 못지않은 전문성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학계의 기존 지식을 모아 정리한 책은 아니다. 그간 축적된 저자 특유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새로운 해석서 라는 데에 또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그 예로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조선 시대 최고의 자화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윤두서의 <자화상>이 윗몸과 귀도 없이 머리만 허공중에 떠 있는 충격적인 모습임을 주시하면서, 이러한 표현은 도저히 점잖은 조선 시대 선비에게서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 이 작품은 미완성작 임을 과감히 선언한다. 그리고 윗몸이 어떻게 감쪽같이 사라졌는지 그 수수께끼를 밝혀 나간다.
- 김시의 <동자견려도>를 다룬 장에서는 작품의 해학적인 인상과는 다르게 남달리 비극적이었던 작가의 고단한 삶을 함께 실었다. 그리고 현행 미술 교과서에 실려 전하는 화가의 이름인 “김제”는 잘못된 것이고, 원래 이름은 “김시”라는 주장을 편다. 그리고 문헌에 실려 전하는 험담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덧붙였다.
- 김홍도의 <씨름> 장면에서는 둘 중 누가 이길 것인지, 지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 넘어지게 될지, 후보 선수는 몇 명이며 언제 어디서 벌어진 씨름판인지 등을 추리한다. 이 한 판의 승부가 실감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숨은 조형 장치는 과연 어떤 것인가를 알아본다. 더불어 실린 <무동> 역시 마찬가지로 조형상 엄청난 허점이 있음을 밝혔다.
-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놓고는 그 위에 화가 정선의 오랜 친구였던 시인 이병연의 초상이 겹쳐 있음을 꿰뚫어본다. 그림에 넘쳐나는 필목의 힘, 전광석화 같은 붓질의 속도감에는 죽음을 앞둔 벗을 향한 화가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는 것을 여러 자료들을 통해 고증한다.
덧붙여 예술 작품은 작고 엉성한 사진 상태로 보면 그 감동이 반감된다는 저자의 우려를 감안, 해당 작품의 원색 도판을 최대한 원본에 가까운 상태로 인쇄하여 첨부, 독자들이 별도로 값비싼 화집을 구입하지 않고서도 옛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취향에 따라서는 도판을 떼어내 글과 함께 꼼꼼히 살피면서 감상할 수 있다.
‘몽유도원’그 꿈길을 따라 ~ 그리운 옛 사람과 만나다
이 책은 우리 옛 사람의 마음 즉 한국적인 정신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통로가 된다. 즉 옛 그림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화가의 인생과 치열한 정신, 시대적 배경까지를 깊이 있게 통찰해낸 이 책은 일반인들이 한국화 나아가 전통문화에 애착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질감과 당혹스러움, 의아함을 극복하고 우리 예술과 정신문화의 독창성과 가치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빛의 미학과 화려한 색채로 가득 찬 서양화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은 여백의 가치를 깨달은 우리 옛 조상의 눈으로 수묵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