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마주치는 숱한 불교 조각상 가운데 괘릉 무인상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쩌면 신라 땅에 서역 사람이 도착하여 그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금세 수긍이 간다. 생김새도 그러하거니와 너무도 낯설어서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교류로 본 한국불교조각』의 저자 임영애는 최근 이런 속설 또는 통설에 대해 자신의 말처럼 “이들의 얼굴 모습이 이국적이라고 해서 진정 서역인의 얼굴을 직접 보고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는지 줄곧 의문을 제기해 왔다.” 괘릉 석인상의 얼굴은 통일신라인들이 본 실제 서역인의 얼굴 모습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일신라가 서역과 직접 교류한 사실이 없거니와 신라와 동맹관계까지 맺은 당나라 신장상 가운데 이처럼 이국적인 얼굴 모습이 수도 없이 많다는 저자의 견해를 읽노라면 그 의문이 괜한 것이 아니구나 싶다. 실로 지역 간 교섭, 교류는 문화의 중심과 주변 그리고 그 관계에서 선진과 후진의 자취를 따르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해의 틀을 전형(典型)과 변형(變型)의 관계로 설정하고 그 사이의 변주(變奏)에 주목한다. 괘릉 무인상에 이르기까지 서역과 당나라, 통일신라의 교섭사를 그런 틀로 분석하니 저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거니와 비교사, 교류사 연구의 중요성이 바로 이와 같다. 또한 저자는 전형과 변형의 변주라는 틀을 한 지역 안에도 적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그 틀로 헤아리는가 하면 또한 시대의 변화에서도 그 틀을 적용해 보인다. 개성 공민왕릉의 석인을 소재로 하여 중국 황릉 및 불교 신장상을 비교하고 나아가 조선초기 왕릉 석인상과도 비교해 보여주는데 나로서는 논문을 읽었다기 보다는 아주 흥미로운 조각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21세기 새로운 미술사학의 흐름과 다르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글쎄 내 좁은 시야로는 이런 교류사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고 또 더 깊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어 비록 이 분야에 무지한 나로서는 크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최열 | 미술평론가
책소개 한국 불교 조각은 인도나 서역, 중국의 불교 조각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 조각이 서역과 중국을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었고, 다시 한국 불교 조각에 이르러서는 무엇이 또 어떻게 달라졌는가? 한국 불교 조각은 동아시아 불교 조각 속에서 어떤 고유한 특징을 지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교류관계를 통해 한국 불교 조각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지은이 | 임영애 1985년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섬유예술학과 석사, 미술사학과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199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주대학교 문화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역불교조각사』와 『동양미술사』(공저)를 썼으며, 『동양미술사』(마츠바라 사브로), 『새롭게 읽는 중국의 미술』(Craig Clunas)을 번역했다. 그 밖에 「‘서역인’인가 ‘서역인 이미지’인가―통일신라 미술 속의 서역인식―」, 「간다라의 금강역사」, 「순천 송광사 사천왕상의 방위문제와 조성시기」, 「중국 신장상의 얼굴 변화―異人化의 시작―」, 「克孜爾石窟金剛力士的特征及其意味」, 「統一新羅美術現西域人」, 「敦煌石窟北魏時代金剛力士“漢化”過程」, 「석굴암 금강역사에 관한 몇 가지 문제」 등 다수의 불교 조각 관련 논문이 있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 한국민술사학회 이사,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다.
목차 1부 프롤로그: 전형(典型)과 변형(變型)의 변주(變奏)
2부 서역, 중국, 그리고 한국 중국 초기 불교 조각의 남방루트 재검토 1. 남방루트인가, 북방루트인가 2. 남방루트의 중국 초기 불교 조각 3. 중국 초기 불상 이미지가 사천 지역에 남겨진 이유 서역 불교 조각을 통해 본 대외교류관계 1. 5세기 이전 서역의 대외관계 2. 5세기 서역 불교 조각의 형성과 전파 3. ‘서역 불교 조각과 동서 미술교류’의 의미 통일신라 불교 조각에서 이른바 ‘서역’ 영향 1. 당대(618∼907년) 미술 속의 서역 불교 조각 양식 2. 통일신라 미술에 외래 요소 유입의 가능성 3. 통일신라 불교 조각의 ‘서역 양식’ 재검토
3부 중앙과 지방 통일신라 영지(影池) 석불좌상 1. 영지의 유래와 석불좌상 2. 영지 석불좌상의 특징과 조성 시기 원우 5년 원주 입석사 마애불좌상 1. 입석사 마애불좌상과 강원도 원주 2. 입석사 마애불좌상의 특징과 의미 고려 전기 원주 지역의 불교 조각 1. 고려 전기의 원주 2. 고려 전기 원주 지역 불•보살상의 양상 3. 양식적 특징과 조성 시기 4. 고려 전기 조각으로서 원주 불교 조각 고려 말 개성 공민왕릉의 석인상 1. 고려 말•조선 초 왕릉 석인상과 김사행, 박자청 2. 공민왕릉 문인상의 현상 및 특징 3. 공민왕릉 무인상과 불교 신장상 4. 조선 초기 왕릉 석인상으로의 전개 및 의미 조선 후기 강원도 양구 심곡사 목조 아미타삼존불상 1. 18세기 전기의 양구 심곡사와 아미타신앙 2. 양구 심곡사 목조 아미타삼존불상의 현상 및 복장기 3. 18세기 전기 조각으로서 양구 심곡사 목조 아미타삼존불상 <자료 1> 관세음보살 복장발원문 <자료 2> 대세지보살 복장발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