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작 <전통 계승의 자세>로부터 지금 바로 이 순간까지 무려 45년 동안 현역으로 건재하고 있는 비평가가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일이다. 20세기 일백년 동안 이처럼 오랜 세월 뜨거운 생명력을 분출하고 있는 비평가는 오광수란 이름 이전에 오직 이경성 한 분뿐이다.
지난 봄 누군가로부터 비평가 오광수 고희(古稀)를 기념하는 논총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제 환갑도 아닌 분이 웬 고희냐고, 다시 알아보라고 했었다. 아, 세월이 이렇게 흐르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만든 『시대와 한국미술』은 마흔 다섯 해 동안 발표했던 그 숱한 글 가운데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글을 골라 모은 선집이다. 맨 처음 머릿글처럼 배치해 놓은 신춘문예 당선작은 스스로 밝힌 바처럼 비평가 오광수가 평생 일관해 온 문제의식의 전모를 함축해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현대 사이에 펼쳐져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가운데 미래의 가능성을 '생명의 토양'으로서 '풍토성'에서 찾고자 한 이 산문은 이후 다양한 변주를 거듭해 가면서도 언제나 내밀한 곳에 숨쉬는 오광수 비평의 핵심이다.
제2장 '근대와 근대의식'은 오광수 비평의 주요 영역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근대 부분에 치중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으니 최근 근대미술사학계의 분발을 촉구하는 뜻이라 하겠다. 하지만 제3장 '시대와 미술'이야말로 1970년대 이후 '정체성'이란 과제를 탐색하고 또한 지도해 온 바의 핵심이거니와 어쩌면 이 부분이야말로 오광수 비평의 꽃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그 기나긴 세월을 반추하는 결실임에 틀림없지만 조금만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열매가 아니라 오광수 비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나란히 출간한 기념논총 『한국 현대미술 새로보기』에 비평문을 기꺼이 헌정한 후학 22명의 찬사는 그러므로 오광수 비평의 미래를 축하하는 환호성이다. 비평사를 연구하는 나로써는 칠순에 막 접어든 한 비평가의 중간 결산을 손에 쥔 채 내 이웃에게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성취인지를 일러 깨우쳐 주고 싶은 것이다.

최열 | 미술평론가




시대와 한국미술
오광수 지음 | 미진사 | 364쪽 | 20,000원

오광수 작가의 한국 근현대미술 앤솔로지. 이 책은 저자의 고희를 맞이하여 간행된 『한국 현대미술 새로 보기』와 더불어 저자가 그동안 여러 지면에 발표하였던 글들을 새롭게 모은 앤솔로지이다. '전통계승의 자세, 근대와 근대의식, 시대와 미술, 작가와 작품'의 4부분으로 나누어 저자가 기고했던 글들을 정리하였다.

지은이 | 오광수
193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196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분에서 당선되었다. 「공간」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상파울로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많은 국제전에 커미셔너로 참여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문화재 전문위원, 중앙대 예술대학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2007년 현재 한솔문화재단.이랜드문화재단.유영국문화재단 이사,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서울시립미술관.이응노미술관 운영자문위원장, 포천 아시아비엔날레 조직위원장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 현대미술사>, <한국근대미술사상노트>, <한국미술의 현장>, <추상미술의 이해>, <한국현대미술의 미의식>, <김환기>, <20인의 한국현대미술가>, <한국현대미술비평사>, <이중섭>, <시대와 한국미술>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서문

I. 전통 계승의 자세: 동양화의 내일을 위하여

II. 근대와 근대 의식
1. 회화에 있어서 근대란 무엇인가
2. 우리 미술에 있어서의 근대와 근대주의
3. 근대적 시점과 근대화 과정
4. 한국 현대회화의 올바른 전통의 계승: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전통과 창조)을 찾아서
5. 근현대기 한국화 운동과 제도

III. 시대와 미술
1. 한국 초기 모더니즘의 계보: 1930년대 후반부터 1957년까지
2. 복구와 도약: 1950~1960년대 미술 상황
3. 추상,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4. 1970년대 한국미술의 비물질화 경향
5. 평면에의 환원, 구조로서의 평면
6. 1980년대 미술, 모더니즘 이후
7. 한국 추상미술, 그 계보와 동향
8. 1980년대 한국미술의 정황
9. 단색화와 현대 수묵화 운동
10. 형태 의지와 색채 충동: 남과 북 미술가의 대비적 성향에 대한 연구

IV. 작가와 작품
1. 이중섭의 예술과 민족의식
2. 우상 파괴와 신화의 창조: 백남준의 예술적 기조와 궤적
3. 사유의 지속성: 김종영의 조각과 밑그림
4. 이응노의 ‘군상(群像)’ 연작
5. 격조와 비판: 월전의 만년작
6. 추상의 길, 유영국 1주기전
7. 김환기 예술의 내면과 표상

V. 오광수 주요 논저 목록
정리 -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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