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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 최범 디자인 평론집

  • 청구기호639.5/최44ㅎ
  • 저자명최범 지음
  • 출판사파주:안그라픽스
  • 출판년도2006년
  • ISBN8970592830
  • 가격10000원

상세정보

‘디자인 평론가’ 최 범, 한국 디자인에 메스를 대다
“내가 우회의 나선을 그리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소비 사회의 풍요 속에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디자인 제도도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갔다. 이제 디자인은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뭔가 심대한 모순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소비 사회와 디자인의 화려한 기표와는 달리 정작 내가 살아가는 일상은 매우 거칠고 메마르며 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데 일상은 바로 코앞에서 알몸을 뒹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이 지난 10여 년간 디자인계에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 땅의 디자인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스스로 “좁고 가파른 길, 아니 길 없는 길을 뚫고 헤쳐 왔다”고 고백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던 디자인 평론가로서의 삶을 잠시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은 단순히 디자인에 관한 저자의 지식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 최 범은 “지식이 아닌, ‘분노’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우리의 일상을 거칠고 메마르게 만든 우리의 디자인 현실에 관한 분노,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된 동인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디자인이야말로 현실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그가 1980년대 ‘분노의 시대’를 지나며 버릴 수밖에 없었던 디자인을 다시 움켜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놈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가 디자인을 놓아둔 채, 짧으면서도 긴 우회의 나선을 그리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의 위상은 달라져만 갔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승용차가 늘어나는 소비 사회의 풍요 속에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생각보다 비대해졌다. 디자인 제도 역시 그대로 있지만은 않았다. 속된 말로 그가 잠시 디자인을 외면한 사이, 디자인은 ‘우리 시대의 유행어’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최 범은 바로 여기에서 이 땅의 디자인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 디자인은 뭔가 커다란 모순을 안고 있었다. 한없이 화려한 디자인의 기표는 허공을 부유하는 데 급급했다. 나아져야 할 우리의 일상은 날로 부박해져만 갔다. 최 범은 우리에게 잠시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디자인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금, 우리의 삶이 가난했던 지난날에 비해 더욱 더 추레해져만 가는 이유를 이 책과 함께 짚어보길 원하는 것이다. 

‘한국 디자인’을 향한 소리 없는 외침
최 범의 글은 바람 한 점 없는 호수를 보는 듯, 조용하다. 한 번쯤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를 높일 법도 한데, 그는 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겨누는 언어의 끝은 그 어떤 이에 비해 예리하기 그지없다. 정체를 알 수 없이 떠도는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개념과 대중 소비 사회 속에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등 세부적인 카테고리로 이루어진 ‘한국의 근대성과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화두 역시 그의 날카로움을 피하지 못한다. 
급변하는 한국 디자인의 현실과 변화 역시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낯간지러운 미사어구로 치장된 지식과 지식 산업이 갖는 허구성은 그가 허물고 싶은 또 하나의 허황된 개념에 불과하다. 
최 범이 디자인을 향해서만 소리 없는 분노를 쏟아내는 건 아니다.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 감독을 역임한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한국 현대 공예의 일탈과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공예에 대한 해박한 그의 식견 덕분에 우리는 과거에 매몰된 공예를 넘어 동시대성을 회복하는 공예를 찾아 나서거나, 공예를 넘어선 공예 전시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페미니즘, 일상성, 그리고 ‘새예술정책’이라는 국가의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통해 디자인과 시각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덕분에 우리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지,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 머물지 않고, 사회 속에서 예술이 갖는 기초적 가치와 그것의 작용을 역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초 예술이라는 문화의 뿌리를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양극화 현실, 디자인도 예외는 아냐
최 범의 글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는 그가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평론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사회 각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극화’라는 화두 앞에서도 그는 단호하다. 그는 말한다. 양극화된 현실은 디자인도 결코 예외가 없다고. 제도와 현실, 공식적 담론과 일상적 실천, 전문 영역과 대중적 삶으로 갈라진 우리 현실과 디자인의 모습이 너무도 흡사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보신하기에 급급한 대부분의 평론가와 달리, 디자인 제도가 아니라 ‘현실’의 편에 서 있음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현실’의 자리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은 디자인 전문가의 편이 아니라 대중, 시민의 편에서 그가 디자인 변론을 하고 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의 첫 책인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은 지난 10여 년간 그가 겪어온 우리 디자인, 나아가 우리 문화 예술의 후미진 곳을 디벼 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어둠을 걷어내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현실에 내려앉은 디자인을 소망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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