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미술인가 : 미술, 살 만한 세상을 꿈꾸다
- 청구기호601.3/박52ㅇ
- 저자명박삼철
- 출판사학고재
- 출판년도2006년
- ISBN895625043X
- 가격20000원
최초로 선보이는 '우리 공공미술 이야기'
미술이 바람 피우러 나섰다.
미술이 자신의 본처인 미술관을 저버리고 도시 곳곳을 배회하면서 아름다움의 바람을 피우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하지도 않는다. 거리나 광장, 건물 등 오히려 공공연한 장소를 현장으로 택하고 있다. 미술관 안의 미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연하고 자유분방하다. 도시 곳곳에 '미풍(美風)'이 일고 있다.
서울 도심의 백화점 리노베이션 현장.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다. 미술관 속에 모셔져 있어야 할 마그리트의 <겨울비> 이미지다. 안전제일, 기술일류 같은 공사장의 삭막한 글귀들이 장악하는 도시 풍경을 저어하여 미술관 안을 밖으로 뒤집는 듯한 역전을 시도해 화제를 일으켰다.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정된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망치질하는 사람>은 20미터의 키네틱(Kinetic)으로, 서울에 차와 빌딩이 다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고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이 되었다.
동네로 온 미풍은 더 부드럽고 아름답다. 골목길을 통해 역사와 삶을 잇는 골목길 공공미술 '명륜동에서 찾는다', 흐르는 강처럼 사람과 예술을 잇는 '안양천 프로젝트', 물건뿐만 아니라 인정과 삶의 지혜가 모이는 '석수시장 프로젝트' 등 아름다움의 바람은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처럼 미술이 미술관 밖으로 나와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에게도 비로소 공공미술의 시대가 온 것이다. 공공미술을 도입하는 문예진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고 공공미술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 속속 출현하는 현상들도 이를 확인해준다. 아직 외국처럼 독립된 분야로 정착됐다고 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공공미술도 일상 속에서 가장 쉽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예술 장르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가고 있다.
우리의 공공미술은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갓 태어난 공공미술에게 우리 여건은 매우 거칠고 험난하다. 공공미술을 '건축물을 장식하거나 빈 공공 장소를 폼나게 채우는 미술'쯤으로 여기고 있고, 순수미술에 비해 질적으로 뒤떨어지거나 모자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렇게 방치된 사이 화랑이나 브로커들이 이 분야를 장악함으로써 사회 속에서 꽃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온갖 반미학과 부조리를 양산하는 '문제적 미술'이 되어버렸다.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1년에 600여 억 원 들여 700여 점의 미술작품을 공공장소에 세우고 있다. 그만큼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있는가? 발에 걸리는 돌멩이보다 눈에 치이는 미술작품이 더 많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 작품들이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쾌적성과 정주 기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열린 도시공간에서 작품 자체의 조형성이 시민들과 소통되는 경우를 찾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공공미술에 대한 연구나 비평 역시 턱없이 빈약한 실정이다.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론가들은 늘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연구 논문 역시 단편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리뷰나 인상 비평이 대부분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공공미술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우리 시각으로 진단하고 정리한 <왜 공공미술인가>가 나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공공미술 이론서는 <미술, 공간, 도시>(말컴 마일즈 지음)가 유일했다. 이 책은 우리 시각으로 성찰.비평된 첫 번째 이론서로,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미술의 비평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뿌리 내렸음을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왜 공공미술이어야 하는지, 무엇이 공공미술인지, 어떻게 공공미술이 작동하는지 등 공공미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미술과 사회의 흐름을 함게 진단하는 가운데 양쪽의 문제점들을 정면 돌파하면서 해답들을 찾는다.
저자 박삼철은 국내에 공공미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가 전무하던 시기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제작과 이론 연구를 병행해 온 현장 이론가다. 미술이 장식물로 묶여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공공미술의 새로운 영역 개척에 도전해 왔다.(약력 참조)
<왜 공공미술인가>는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국내의 공공미술 이론을 아우르는 이론적 식격을 바탕으로 공공미술의 과거와 현재, 이론과 실제, 현실과 이상 등을 정치하게 다룬 본격적인 우리 공공미술 이론서다. 다양한 창작 현장에서 비롯한 수많은 문제 상황에서 미술가들과 함께 고민해 온 저자는 서양 공공미술의 이론적 체제를 옮겨놓거나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 식 공공미술을 모색해 왔다. 소승과 대승, 두레, 수신과 처신 등 우리의 풍성한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공공미술을 우리 식으로 소화해내려는 노력들이 책 곳곳에서 신선하고도 친근하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