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지금은 세상을 떠나버린 김희대가 이인성의 탁월성을 설득하고 다닐 무렵, 신수경이 <이인성의 회화연구>란 석사학위 논문을 내게 건네주었고 꼼꼼하게 읽은 나는 그 때에야 비로소 그 위대함에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수경이 새로 쓴 <한국근대미술의 천재화가 이인성>을 읽는데 새삼 추억이 짙은 향기를 내뿜는 건 아마도 그들 연구자의 열정 때문일 게다. 한 사람에게 스스로의 젊은 날을 바치는 사람의 생애는 아름답다. 신수경이 그렇거니와 이인성이라는 한 예술가에게 바치는 애정으로 이인성의 삶과 예술을 더 많이, 더 깊이 깨우칠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다. 이인성은 서른 아홉 젊은 나이에 한국전쟁 기간 중 어이없이 세상을 떠났다. 화가의 길목에서 방황하던 어린 시절을 거쳐 고학의 길을 걷던 일본 유학 시절 그리고 입선, 특선, 창덕궁상, 총독상의 영광으로 점철된 공모전 참여시절이 덧없었을 순간이었다. 천재란 영예를 누리며 김옥순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던 다시없을 행복조차 흔적뿐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인성이 남긴 숱한 작품들은 영원의 시간으로 진입하여 눈부신 빛발을 뿌리고 있다. 그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을 걸어 식민지 조선 최고의 예술 가치를 창출해 냈고 그 빛은 세기가 바뀐 지금도 여전하다. 아니 세월이 흐를 수록 더욱 자라나 그 서글픈 생애와 더불어 감동의 회오리를 가져다주고 있다. 지은이는 6학년짜리 아들 들에게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꿈이라고 하였거니와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그 가슴저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미 이뤄내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최열 | 미술평론가
“우리에게도 이렇게 훌륭한 화가가 있었구나!”
향토색 짙은 작품으로 한국 근대미술을 밝힌, 천재 화가 이인성의 삶과 예술
“나는 이인성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비판적인 시각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작가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전해주고 싶었다. 작가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그 결과 이루어낸 성과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말」에서
이 책 『한국 근대미술의 천재 화가 이인성』은 ‘디지털 세대를 위한 우리 미술가’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화가 이인성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룬 평전이다.
지은이는 이인성 전문가답게, 어린 시절부터 요절하기까지 이인성의 파란 많은 삶과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유족 인터뷰, 주변 인물의 증언을 비롯해, 사진, 엽서, 신문기사, 유품 등의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꼼꼼한 작품 분석으로 작품 속에 깃든 화가의 내밀한 심리까지 밀도 있게 포착해낸다. 이런 면밀한 작업을 통해 그림 작업에 골몰하는 화가 이인성의 초상뿐만 아니라, 아들이자 남편, 사위, 아빠로 살다간 이인성의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목차지은이의 말
1.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날리다
2. 일본 유학길에 오르다
3. 조선의 향토색을 그리다
4.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5. 슬픔을 안고 삼덕동으로 옮기다
6. 서울에서 마지막 생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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