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대화
- 청구기호609.9/김78ㅇ
- 저자명김지연, 임영주 엮음
- 출판사파주:아트북스
- 출판년도2010년
- ISBN8961960731
- 가격18000원
이상한 일이다. 사람을 만나면 떠오르는 기억으로 판단하는 일 말이다. 학고재화랑 김지연 학예실장과 경향신문 임영주 기자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지연은 아주 오랜동안 한 직장에서 종일 얼굴 마주했던 추억, 임영주는 겨우 반년 전쯤 처음 만나던 기억이 떠오른다. 임영주란 이름은 훨씬 전에 김지연으로부터 듣고 알았는데 지난 여름 얼굴 보고서야 아,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제서야 이 사람이 누구인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말짓과 몸짓을 겪는다는 말과 같은 뜻인 모양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겪고서야 그 사람 누구인지 알았으니까.
『예술가들의 대화』라는 무척이나 고전스러운 제목의 책은 누구나 쉽사리 마주칠 수 없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그 예술가의 말짓을 들려주는 책이다. 예술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이에게조차 그 예술을 생산하는 예술가를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가끔 그 예술가를 취재하는 책이 선보이곤 하는데 일반 사람 모두가 그 예술가란 사람을 궁금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도 그런 호기심을 채워주려는 데서 시작한 것인데 그냥 그런 책이 아니다. 아주 특별하다.
스무 명이 두 사람씩 짝을 이루어 열 가지 대화로 판을 짠 발상법부터 그렇다. 짝을 지워준 방식은 더욱 신선하다. 엇비슷한 세대로 조합한 짝궁이 아니라 원로와 신예, 중견과 신진 같은 단절된 세대의 비대칭 조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짝궁의 대화에 이들 두 엮은이가 끼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탄스럽다. 그러므로 독자는 개입자의 방해 없이 짝을 이룬 두 예술가의 말길을 따라 구비구비 휘돌아가는 기분을 제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졌다.
김지연, 임영주와 내가 성균관대 부근 곱창집에서 마주 앉아 있을 적에 어느 순간 나는 침묵을 지킨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한참 동안 지켜 보았는데 바로 그 때 느꼈던 낯설은 소외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사람의 말짓을 내 안에 흡수할 수 있었다. '대화'란 바로 그런 것이다.
책소개
열 쌍의 예술가들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원로.중견 작가와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작가들로 구성돼 있다. 중견 작가이든, 젊은 작가이든 이들은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이른바 ‘성공한’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작품세계가 제 각각이듯 작가들이 겪어온 경험은 저마다 다르고 미술계의 상황은 10년 전과 비교해 봐도 크게 달라졌다. 작가들은 대개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작업에만 몰두하기 쉽다. 여기 모인 작가 중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그것이 작업의 골간을 이루는 작가도 포함돼 있지만, 결국 창작의 순간에는 무엇보다 자신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펼쳐졌다. 서로 다른 세대의 경험, 다양한 장르, 작업 방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풍성한 식탁이 차려진 셈이다.
예술가들 자신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진솔하다. 그리고 어렵지 않다. 평론가들의 지식이라는 필터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기에 예술가들의 생각과 작품을 마주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작업관, 인생관이 서로와의 대화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 이것이 『예술가들의 대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지은이 | 임영주
글, 정신노동, 이성과 같은 가치들이 최고인 줄 알고 30여 년을 보냈다. 일로 미술 전시를 보고 미술 작가를 만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뒤집어졌다. 글이 아닌 그림만이 표현할 수 있는 형태와 색깔의 아름다움, 정신노동뿐 아니라 육체노동을 하는 작가들의 생기 넘치는 삶의 태도, 이성보다 직감을 표현하는 작품이 주는 쾌감에 매료됐다. 인생과 예술에 대해 뛰어난 성찰과 깊은 고민을 갖고 있는 미술 작가들의 정신세계를, 아직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미술 관련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향신문사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이 | 김지연
학부 시절 국문학을 전공했으나 문자언어 이외의 언어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져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미술계에서 작가가 아닌 이상 결국 문자로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때 당황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전시기획자로 일했다. 여러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어떤 평론보다 작가의 작품 자체와 그들의 육성이 최고의 자료라는 당연한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작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됐고, 문화계에서 좋은 인터뷰어가 되는 것이 여러 희망 중 하나다. 성신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을 마쳤고, 국민대 미술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자를 거쳐, 현재는 학고재갤러리 기획실장으로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예술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스무 가지 예술의 의미, 스무 가지 삶의 의미
I. 예술가, 장르를 말하다
talk 1. 최종태+이동재 | 조각, 전통과 그 변주
talk 2. 박대성+유근택 | 한국화, 그 존재의 이유
talk 3. 고영훈+홍지연 | 서양화,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talk 4. 배병우+뮌 | 사진과 영상의 새로운 세계
II. 예술가, 메시지를 전달하다
talk 5. 이종구+노순택 | 행동하는 미술
talk 6. 안규철+양아치 | 내러티브가 시각화될 때
talk 7. 임옥상+김윤환 | 공공영역에서의 미술가
III. 예술가, 미술의 의미를 묻다
talk 8. 윤석남+이수경 | 몸으로 하는 미술의 힘
talk 9. 사석원+원성원 | 판타지를 꽃피우는 미술
talk 10. 홍승혜+이은우 | 기하학적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