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이런 책을. 미술대학 학생들은 거의 서양미술사에 밝고 한국미술사에 어둡다. 그 이유야 서구중심주의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는 터에 따라서 학교에서도 서양미술사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세심하게 따져보면 한국미술사를 흥미롭게 강의하는 교사도 없고 설레일만큼 재미있게 서술한 교재도 없는 탓이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온 이래 온갖 유물과 유적에 관심이 높아졌고 관련한 서적이 숱하게 쏟아져 나와 그야말로 한국미술은 국민의 관심 속에 부흥기를 맞이하였으니 그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은 유물과 유적의 연대기였다. 연대기란 그 유물과 유적의 역사로써 그 시대, 그 사회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밝혀주고 그것이 그 시대와 현재에 어떤 가치를 지녔는가를 알려주는 거점이다. 답사기는 일목요연한 가치의 흐름 보다는 각각의 가치를 알려주는데 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세기 내내 그 연대기를 표방한 저술들이 다수 있었으되 오직 미술사학자 김용준의 『조선미술대요』를 제외하고는 미술사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무엇인가 전공자 아닌 일반 애호가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해 줄 서술방식을 지닌 연대기가 필요했다. 바로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가 그것이었음을, 책을 펼치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한국미술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미술의 이야기’라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보면 그 느낌이 무엇인지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사에서 발해에 이르는 시대까지 12장으로 나누어 그 시대와 유물을 요령 있게 설명하는 서술이야말로 이 책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 미술을 비교하고 있어서 당대 세계의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도판이 뛰어나며 편집도 시원하다. 이 정도라면 저자 스스로 말하고 있는 바 ‘한국미술사 입문서’로는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책이 아닐까한다. 앞으로 조선 시대까지 두 권을 더 낸다고 하는데 근대, 현대까지 아우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열, 미술평론가

지은이 | 유홍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이후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민미협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영남대 교수, 영남대 박물관장,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지냈다. 현재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전3권),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전2권), 『화인열전』(전2권), 『완당평전』(전3권), 『알기 쉽게 간추린 완당평전 김정희』 등이 있다. 간행물윤리위 출판 저작상, 제17회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장 한반도의 선사시대 - 미술사의 여명과 한민족의 뿌리
제2장 고조선 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과 샤먼의 제의적 전통
제3장 원삼국시대와 삼국시대 도기 - 가마와 물레로 이룩한 질그릇 혁명
제4장 고구려의 고분미술 - 영혼의 안식을 위한 장엄한 그림
제5장 백제의 고분미술 -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
제6장 신라의 고분미술 - ‘눈부신 금과 은의 나라’ 금속공예
제7장 가야의 고분미술 - 미완의 왕국이 남긴 유산
제8장 삼국시대 건축과 산성 그리고 금석문 - 사라진 궁궐과 산성에 남은 자취들
제9장 삼국시대 가람배치와 석탑 - 석탑의 나라로 가는 길
제10장 삼국시대 사리함과 향로 - 백제미에 보내는 경의
제11장 삼국시대 불상 조각 - 한국 불상 조각의 원류
제12장 발해의 미술 - 잃어버린 제국의 유산을 찾아서

부록
-불교미술의 기본 원리
-미술사학의 방법론
참고서목
도판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