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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술과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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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기호609.205/윤192추
  • 저자명윤난지
  • 출판사파주:한길아트
  • 출판년도2011년
  • ISBN8991636583
  • 가격30000원

상세정보

“큰 사랑을 주고 가신 아버지. 당신이 영원히 살아계실 유토피아에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책을 펼치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나 또한 몇 해 전 아버님을 저 세상으로 모셨는데 처음엔 잘 몰랐다. 그 분께서 내게 주신 사랑의 크기를. 하지만 언제나 말없이 그렇게 주었던 것이 있었으니 자식이 선택한 삶에 대한 끝없는 신뢰였다. 내가 오늘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또 윤난지 선생의 헌사를 읽으며 가슴 저린 것도 모두 그 아버님의 사랑 때문임을 늦게 깨우치는 것이다. 
한 때 나는 윤난지의 『현대미술의 풍경』을 강의 교재로 쓴 적이 있다. 서구인이 쓴 자신들의 현대미술에 관한 책이야 숱하지만 한국인이 쓰고,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서구미술 연구서를 선택했던 까닭은 너무도 단순하다. 강사와 선생 모두 한국인이므로 그러한 시각을 통해 보고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강의 주제가 워낙 달라 이제 나온 『추상미술과 유토피아』는 그렇게 채택할 수 없어졌지만 그 많은 강사 누군가가 그렇게 채택해주면 좋겠다. 
첫째 장은 <예술의 성역>, 예술을 위한 예술인데 정치와 사회, 삶을 떠나고 싶어 했던 예술의 꿈을 추적했다. 그 꿈의 실체는 현실에 없는 것, 바로 유토피아였다. 둘째 장은 사회와 역사를 혁명하고자 했던 시대, 그 이념이 지향했던 미래, 오늘에는 없는 저 아득한 미래의 위대한 유토피아를 다루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 전망을 기하추상을 매개 삼아 <기하학의 제국>이라고 해설해 주고 있다. 셋째 장은 미국 표현주의 추상미술을 자본주의 맥락으로 파악하는 데 각자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경쟁하는 개별적 주체, 즉 개인의 꿈으로써 <개인주의 이상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넷째 장에서 예술이 노골적으로 상품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현상을 가리켜 <상품의 천국>이라고 설명해 준다. 그리고 지은이는 그 모든 것들, 성역과 제국과 이상향, 천국 따위가 ‘남성들만의 유토피아’라고 비판한다. 
“자연에 대하여 문명, 여성에 대하여 남성, 제3세계에 대하여 서구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20세기 서구 현대미술의 핵심을 제3세계의 조그만 나라, 한국의 한 여성미술이론가가 수행하고 있으니 감탄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지은이는 “어떤 예술도 인간의 활동인 한 삶의 총체성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당연한 자각”을 한 끝에 “예술을 위한 예술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밝히는 일”을 해 왔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은 포스트모던 담론에 의거하고 있다면서 “추상미술에서 순수형식만을 증류하고자 한 모더니즘에 의해 구체적인 삶으로부터 뿌리 뽑힌 추상미술을 다시 삶에 뿌리 내리게 하려는 시도”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내가 어린 시절이었던 1970년대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주장이었다. 물론 지은이는 그 태도의 근저에 “그 자체의 본성으로서 아름다운 세계”를 탐색한다고 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 둠으로써 정치와 예술, 사회와 예술을 일치시키거나 그 유토피아가 현실의 가난과 고통 받는 세상의 숱한 삶에게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지 않음 또한 뚜렷이 해두고 있다. 
이 책을 읽고서 예술의 꿈, 유토피아를 알았다면 그 다음, 예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그곳에 계실 아버님께 질문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열등의 차별을 겪고 있을 ‘자연, 여성, 제3세계’에 관한 뜨거운 사랑과 ‘문명, 남성, 서구세계’와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제3세계 지식인, 그 한국의 여성미술이론가가 해야 할 책무를 깨우쳐 주실 것만 같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묻는다. 알기 위해서 의문을 갖는 것인가, 하기 위해서 의문을 갖는 것인가.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지은이 | 윤난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김환기』, 『현대미술의 풍경』, 역서로 『20세기의 미술』, 『현대 조각의 흐름』 등이 있으며, 논문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외 다수를 발표했다.

목차
책머리에 

1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아우르는 글 

예술의 성역
2 추상미술 이론의 선구자, 휘슬러 
3 '형식'을 향한 엑소시즘 

기하학의 제국
4 '위대한 유토피아'의 두 얼굴 
5 또 다른 유토피아 
6 미술,과학,과학기술 
7 드 스테일의 조형적 건축, 그 유토피안 비전

개인주의 이상향
8 추상표현주의와 자본주의 
9 그들만의 유토피아 

상품의 천국
10 특정한 물체의 불특정한 정체 
11 키네틱아트의 공연, 크로노토피아 
12 모더니즘 이후의 추상미술 

책을 맺으며 
주요 참고문헌 
찾아보기 
일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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