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흘러가는 영원 속의 한 ‘찰나’를 어떻게 기록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영원 속의 ‘찰나’도 결국 인연(karma)이란 필연이 있다. 그러므로 사진은 결국 나에게 있어 ‘예정된 일기’를 쓰는 것이다.
《뉴욕 스토리》는 《Destiny(뮌스터 시립미술관)》, 《일상의 풍경(열화당)》, 《임영균 인물 사진집(안그래픽스)》, 《임영균 사진집(시공사)》 에 이어 다섯 번째 사진집으로 먼저 사진집들과 다르게 임영균이 직접 쓴 산문까지 곁들여져 있다. 임영균은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거나 타지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의 출간 의의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스튜디오가 아닌 사진 대상 인물들의 작업실이나 즐겨 다니는 거리를 시대적 또는 사회적 배경으로 기록 촬영함으로써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순간적, 역사적 흔적을 남겨두어 주의의 사람들과 사회현상을 기록하겠다고 말한다. 정말 그의 사진과 글을 들여다보면 초창기 힘든 그의 유학시절의 고단함과 절망감, 우울함이 묻어나 있다. 그리고 각박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자신의 절체절명의 상황을 애정을 가지고 사물의 사진을 찍듯 극복해 가는 과정이 드러나 있다. 이 책은 ‘나의 뉴욕’, ‘뉴욕에서 만난 예술가들’, ‘뉴욕 스케치’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끊임없이 그가 뉴욕에 있는 이유, 그의 삶에서 뉴욕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의 인생에서 가지는 사진의 의미를 고민해 가면서 사진가로서, 예술가로서 인간을 관찰하며, 흘러가는 순간순간에서 영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 '1장 나의 뉴욕'은 처음 비행기 삯을 아끼기 위해 입양아를 안고 미국으로 가는 것에서부터 그의 어려웠던 학교생활,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일, 카메라를 도둑맞아 힘들었던 때, 그러나 결국 모든 어려운 일들을 뒤로 하고 스미스소니언 큐레이터인 메리 포레스터가 선정한 톱 10 사진작가로 선정되기까지의 사진가로서 뉴욕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였다. ‘2장 뉴욕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작가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찾아다닌 예술가들에 대한 회상과 묘사가 주된 내용이다. 백남준, 샤로트 무어먼, 존 케이지, 코넬 카파, 로버트 프랭크, 랠프 깁슨, 브루스 데이비슨, 어빙 펜, 체스터 히긴스, 한대수, 나카가미 겐지, 알렌 긴즈버그, 김춘수, 앤디 워홀, 제럴드 프라이드 등 뉴욕에서 만난 예술가들을 통해 작가는 그들의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생각들을 접하여 자신의 예술 세계관을 넓히는 작업의 과정을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 말한다. ‘3장 뉴욕 스케치’에서는 그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그야말로 그의 인식에 들어앉은 뉴욕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요커의 모습, 거리의 풍경, 홈리스, 뉴욕에서 한국인들의 모습, 테러의 위험에 처했었던 뉴욕의 분위기 등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뉴욕을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 지난 20여 년 동안 사진 작업을 해 오면서 언제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진의 본질이 대체 무엇이며 다른 매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사진이란 현재를 기록하는 하나의 표현 수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를 기록해 나가자면 우선 내가 위치해 있는 곳의 상황과 긴 역사 속의 한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으로 나는 뉴욕과 서울의 예술가들을 기록 촬영했다. 스튜디오가 아닌 그들의 작업실이나 그들이 즐겨 다니는 거리를 시대적 또는 사회적 배경으로 기록 촬영함으로써 그 한 장 한 장마다 순간적, 역사적 흔적을 남겨 두고자 했던 것이다. … 지금 내가 서울에서 해 나가야 할 사진 작업 역사 내 주의의 사람들과 사회현상을 기록하는 일이다. 인물의 단순한 표정만을 촬영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개성과 철학을 한 장의 사진에 어떻게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 지금 내 앞에 최대의 난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1989년부터 현재까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된 뉴욕 대학교의 사진학과 겸임 교수 일도 계속 해 오고 있다. 뉴욕은 나를 작가로서 성장시키고 꿈을 이뤄준 도시였다. 따라서 나는 지금도 뉴욕의 한인 뉴요커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 본문 중에서
목 차 Ⅰ 나의 뉴욕 꿈의 도시 뉴욕 입양아를 안고 가다 뉴욕에서 버텨내기 카메라를 도둑맞다 야체 가게 강도 사건 졸음과의 전쟁 동성애자 모임 바이브레이터 팔기 브루클린 지하철에서 섀도 복싱을 JFK 공항 이민국에서의 추방 명령 프랑스 여자 친구 유진 리처드의 누드 사진 과제 백남준, 그리고 뉴욕 데뷔 불법 체류자에게 최고 상을 잠꾸러기에서 겸임 교수로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
Ⅱ 뉴욕에서 만난 예술가들 달은 가장 오래된 TV, 백남준 샤로트 무어먼의 섹스뮤직퍼포먼스 침묵도 음악이 될 수 있다, 존 케이지 인물 사진의 대가, 알렉스 카이저 피카소의 부인과 만 레이의 부인 나의 후원자, 코넬 카파 고독한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 무의식을 표출한 사진가, 랠프 깁슨 나의 학부형, 브루스 데이비슨 살아 있는 패션 사진의 역사, 어빙 펜
Ⅲ 뉴욕 스케치 뉴요커의 자격 기준 뉴욕 에스키모, 미닉 인디언 보호구역 무너진 인디언의 초상 공포의 뉴요커 9•11 이후 케네디 공항 지식인 홈리스 뉴욕 속의 아시아 코리아타운, 뉴욕 변신의 진원지 뉴요커의 식탁에 오른 김치 뉴욕을 사로잡은 한국의 예술가들 뉴욕의 예술가 마을 예술가 파티 거리의 예술가들 마크 트웨인의 뉴욕 작업실 크리스마스의 기적 뉴욕은 잠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