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주제로 한 100여 컷의 풍부한 회화를 통해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해답을 찾아 현대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 회화의 종교적 역할이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성서를 주제로 한 회화를 통해 현대미술의 방향과 개념, 미학적 가치를 고찰한다.
삶의 의미를 종교적으로 승화시켰던 회화
르네상스 이후 서구인은 모든 면에서 기독교의 영향을 벗어났다. 미술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세까지 오직 신을 찬미하기 위해 바쳐졌던 예술의 열정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치환됐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서구의 화가들에게도 종교는 여전히 강력한 창작의 모티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류가 종교의 그늘을 벗어났을지언정 삶의 근본적인 물음과 그에 대한 해답찾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종교는 과거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작가의 창작에 관여할 뿐이다.
저자는 고갱에서부터 반 고흐를 거쳐 20세기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드 쿠닝 등에 이르는 작가들이 성경을 어떻게 작품화했는지를, 100여컷의 풍부한 그림들을 곁들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그림>’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얼굴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전통적인 표정을 버리고, 우울하고 삶에 지친 모습으로 연민을 자극한다. 고갱은 예수의 얼굴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던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것이다.
고흐는 ‘성서가 있는 정물’에서 아버지와의 불화를 안타까워한다. 펼쳐진 성서는 목사인 아버지를, 불 꺼진 촛대는 그 아버지의 죽음을 상징한다. 성서 옆에 놓은 에밀 졸라의 소설 ‘생의 기쁨’은 아버지와 반목할지언정 자유와 예술을 버릴 수 없었던 고흐 자신의 상징이다. 고흐든 고갱이든 신의 거룩함을 찬미하기보다 자기 삶의 모순을 종교적으로 승화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샤갈, 달리, 뭉크, 피카소, 칸딘스키 등 현대 서양 미술 대가들의 내면과 그들의 작품세계가 종교라는 창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유려하고 간결한 문제가 서양미술의 이해를 돕지만,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삶의 의미들을 곱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