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함께 한국적 미감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
이 책은 ‘한국미는 과연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엮은 것으로, 한국의 문화와 정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진지하게 탐색하고픈 물음과 질문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은 한국미를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이나 고궁 등 우리 주변 공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문화재를 통해 한국미의 이모저모를 편안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도자기, 불상, 석조문화재, 범종, 그림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재를 통해 한국미의 여러 표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 적지 않은 문화재 책이 나와 있으나 ‘한국미’라는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춰 한국미의 다양한 표정을 탐색한 책은 드문 편이다.
프롤로그에서는 한국미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담았다. 한국미라는 것이 과연 한두 개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한국미를 정의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어떻게 고민했고 그들은 어떻게 정의했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았다.
1부는 한국미의 다양한 표정을 소개했다. 장르별로 대표적인 문화재들을 일별하면서 한국미의 여러 단면을 만나보는 자리다. 도자기의 무늬, 백자달항아리, 반가사유상, 문창살, 범종, 돌다리, 달과 관련된 문화재 등. 이어 근대기의 건축물까지 들여다보면서 면면히 이어져 오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미적인 내면을 만나볼 수 있다.
2부는 가장 많이 전해오는 장르인 그림을 통해 한국미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은 고미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 제작자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각별하다. 화가 개인의 인생과 철학, 미의식, 시대와의 관계 등이 잘 스며 있다. 30여 점의 명작을 통해 그들의 스토리와 화면에 전해오는 화가들의 미의식, 한국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자연을 보는 눈, 인생을 보는 눈, 사색, 낭만, 선비정신 등으로 주제어를 나누어 그림 속 한국미,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소개했다.
3부는 1, 2부에서 경험한 한국미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미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들여다보았다. 그 한 예가 석굴암이다. 석굴암은 한국 전통미의 최고 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본존불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전실 앞을 유리문으로 막아 놓았다. 그 촌스러운 유리문의 반사 등으로 인해 석굴암 명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기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어쩔 수 없다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안은 분명이 존대한다. 그 대안을 찾아 석굴암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미를 대표하는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있어서도 성벽을 제대로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한국미가 제대로 전승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밖에 무분별한 재개발로 서울 광화문 도심의 역사흔적이 사라지는 처참한 현실, 문화재를 선인들의 흔적과 정신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만 보려는 씁쓸한 현실 등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글도 포함되어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유산의 아름다움, 거기에 담겨 있는 옛사람들의 내면과 철학을 통해 한국적 미감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지은이 | 이광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나와 199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글을 써 왔다. 이후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과 고려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했다.
목차
머리말_ 한국미를 만나는 첫 걸음 · 4
프롤로그_ 한국미를 보는 눈 · 10
제1부 한국미의 표정들
철화무늬, 그 자유분방함 · 16
백자달항아리, 넉넉함과 그윽함 · 25
반가사유상, 종교적 사유의 미 · 37
돌, 변함없이 견디는 힘 · 48
문창살, 전통 건축의 또다른 멋 · 56
한국종의 미학 ①
보신각 동종, 평화와 행복을 꿈꾸는 지상의 소리 · 63
한국종의 미학 ②
성덕대왕신종, 불국토를 향한 원융의 소리 · 69
돌다리, 떠나고 돌아옴의 미학 · 78
신라 토우, 에로티시즘과 미니멀리즘 그리고 인간 순수 · 88
명동성당 한국은행 서울역, 근대건축 100년의 영욕 · 96
제2부 옛그림의 아름다움
저 묵직한 그리움, 정선의 인왕제색도 · 113
달빛 아래 두 사람의 마음, 신윤복의 월하정인 · 119
메질과 담금질의 정겨움, 김득신의 대장간 · 123
낭만적인 수집벽, 심사정의 선유도와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 131
세상의 먼지를 씻는 법,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 139
새해를 맞이하는 선비들의 마음, 이인문의 송하담소도 · 143
죽음에 대한 운명적인 예감, 최북의 풍설야귀인 · 147
기분 좋게 취한 어느 가을날, 김후신의 대쾌도 · 151
은근하여 더 뜨거운 춘정, 신윤복의 사시장춘 · 153
부끄러운 그리움, 조선시대 미인도 · 157
파격의 화법 새로운 세계, 강세황의 영통동구도 · 163
시리도록 투명한 가을밤,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 167
금강산 앞에서 만나는 삶의 심연,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 · 169
울울창창 국토에 대한 자신감, 정선의 만폭동도 · 173
터질 듯 싱그러운 포도빛, 황집중의 묵포도도 · 177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댓바람소리, 이정의 풍죽도 · 179
내면 갈등의 미학적 구현, 이인상의 설송도와 검선도 · 183
시련을 견디는 법, 이하응의 석란 · 191
문인화의 청신한 변신, 전기의 매화초옥도 · 195
분분이 흩날리는 탐미, 조희룡의 홍매도 · 199
건강과 행복을 기원함,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 205
나비들의 표정과 몸짓, 남계우의 군접화훼도 · 20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작자미상 모란도 · 211
허공에 떠다니는 몇 송이 꽃, 김수철의 자양화도 · 215
저리도 따사로운 모정, 이암의 모견도 · 219
처연하고 우울한 자화상, 심사정의 딱따구리 · 223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는 기와 세, 전 심사정의 맹호도 · 227
출렁거리는 산세의 율동감, 강희언의 인왕산도 · 233
내면의 순수 대왕의 꿈, 정조의 국화도 · 235
금기에 대한 도전,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 · 239
제3부 문화재를 보는 눈
석굴암 유감 · 244
시안西安과 경주慶州 · 253
숭례문을 위하여 · 263
광화문, 흔적이 사라진다 · 270
나무에 대한 예의 · 278
문화재와 돈, 역사와 돈 · 284
화폐 속의 역사인물과 문화재 ·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