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하여 후기 모던에서 포스트 모던 시대의 예술 세계와 비평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한다. 비평가인 그린버그 등 20세기 후반 비평계를 이끈 주역들의 포괄적이고 결정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이처럼 현대미술작품의 사유와 논리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소 개
1. 알약, 형광등, 깡통 수프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전후 현대미술사의 재구성
고흐의 해바라기가 300억이라면 모두들 수긍하지만 청계천에 놓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스프링〉이 30억이라면 바로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과거의 예술 작품에 비해 그 외형이 단순하고 빈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현대미술은 좀처럼 쉽게 감동을 주거나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예술이다. 이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미니멀리즘의 ‘형광등’, 앤디 워홀의 ‘깡통 수프’, 그리고 플럭서스의 ‘알약’까지, 이름만 들어도 난해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 흐름을 명쾌하게 살필 수 있도록 지형도를 그려주는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잭슨 폴록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2차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룬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실질적으로 정치운동과 그 맥락을 함께했다면, 종전 후 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며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술의 탈정치화’다. 예술이 공개적인 사회적 표현을 삼가는 대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뒤샹이 변기에 사인을 하면서 제도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전전 모더니즘의 흐름은, 1940~1960년대 네오 모던에 이르러 그 일탈마저 규칙이 되고 제도화 되고 말았다. 자신만이 진정으로 새로움을 선언했던 모더니즘 예술과 달리, 오늘날의 예술에는 특정한 예술 양식이 ‘없다’. 진중권은 이렇게 난해한 현대 미술의 예술사적 의미와 그 맥락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비평가의 ‘평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전후 현대예술과 비평의 역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지적 탐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비평가의 역할과 그 평론의 역사이다. 전후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 새로이 떠오른 예술 주체는 바로 비평가였다. 전전의 예술가들이 직접 강령과 선언문의 형태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면, 전후 미술 작품의 의미를 언어로 설명해준 이들은 바로 비평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불 켜놓은 형광등, 늘어놓은 벽돌, 글씨 몇 자 새긴 알약, 코카콜라나 캠벨수프 그림 등, 뒤샹의 〈샘〉 이후 예술작품과 일상의 사물 사이에 구분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예술의 정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하나의 사물이 ‘언제 예술인가?’에 따라 판가름 되었다. 그린버그를 비롯한 오늘날 비평가들의 평론은 작품에 사후적인 평가를 부여할 뿐 아니라 작품 자체를 성립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비평가 그린버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잭슨 폴록이 존재할 수 없었듯, 작품의 의미를 생산하는 비평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가였던 셈이다.
이 책은 오늘날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비평가인 그린버그를 포함하여 할 포스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 20세기 후반 비평계를 이끈 주역들의 포괄적이고 결정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들어가기'에서는 현대미술계를 이끈 미국 비평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정리했고, 본문에서는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색면추상, 탈회화적추상을 거쳐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팝아트, 국제상황주의, 해프닝, 플럭서스 등을 다룬다. '나가기'에서는 모던-포스트모던 논쟁과 관련하여 전후미술에서 조각의 흐름을 살펴본다.
저자 진중권은 치밀한 글쓰기를 통해 복잡한 현대예술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철학 개념들을 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100여 개의 현대미술 작품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예술 담론을 복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자기만의 미술사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은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하나의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문화의 또 다른 흐름으로 주조해내는 것.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의, 새로운 사회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시대 예술과 대중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현재적 질문에 따라, 과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예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치열한 현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늘 소신 있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 미학자 진중권의 사회적 책임감과 신념, 그 미학의 총체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 ㅣ 진중권
1963년생. 현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귀국 후 현재까지 문화비평가, 미학자, 저술가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미학 오디세이 1~3》, 《춤추는 죽음 1~2》, 《호모 코레아니쿠스》, 《아이콘》 등이 있고, 공저로 《크로스 1~2》,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등이 있다. 역서로는 《청갈색책》, 《컴퓨터 예술의 탄생》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기 - 후기 모더니즘과 네오 아방가르드
1장. 폴록 - 캔버스 안의 검투사
2장. 앵포르멜 - 무정형한 물질의 충동
3장. 색면추상 - 네가 누구 앞에 서 있는지 알라
4장. 탈회화적 추상 - 뜨거운 추상에서 차가운 추상으로
5장. 미니멀리즘 - 네가 보는 것은 네가 보는 것이다
6장. 개념미술 - 육체를 벗어버린 예술
7장. 팝아트 - 사진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8장.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 스펙터클에 맞선 전사들
9장. 해프닝 - 액션 콜라주에서 해프닝으로
10장. 플럭서스 - 정신병자들이 탈출했다
11장. 리히터 - 리히터의 ‘흐리기’
12장. 신표현주의 - 새로운 야만인들
나가기 - 후기 모던이냐 포스트모던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