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파는 건가요?
- 청구기호650.4/임82ㅇ
- 저자명임창섭 지음
- 출판사들녘
- 출판년도2004
- ISBN8975274357
- 가격15000 원
그림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
우연히 어느 주간지에 실린 글을 보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법 갖추고 사는 사람들은 으레 집안에 그림 한두 점을 걸어놓아 자신의 미적 안목을 은근히 과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림 걸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림으로 벽이 난삽해지는 것이 싫고 그림에 시선을 두는 것 역시 부담스럽다는 거다. 그 글을 쓴 이 역시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그림을 걸어놓고 그 그림을 감상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선인들의 정신적 풍요로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삭막해져 가는 우리네 문화 즐기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중에 현재 화랑에서 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창섭이 ?이 그림, 파는 건가요??를 내놓았다. 이 책은 딱딱한 미술 이론서가 아니다. ‘도대체 그림이 뭐지?’라는 첫 번째 질문을 던지면서 그림을 포함한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왜 그림을 사는 거지?’에 이어 ‘누가 그림을 팔지?’, ‘어떻게 그림을 사야 하지?’로 이 책의 끝을 맺는다.
가벼운 문체로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미술사의 흐름을 정리해놓았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가들을 지원한 메디치 가문에서 비롯된 미술애호가들의 자취와 현대에 들어 피카소, 박수근 등의 그림 경매에 관한 이야기, 관람객과 그림이 함께 숨쉬는 화랑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펼쳐 보인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저자의 재기 발랄한 문체가 돋보이며, 행간 사이사이로 새삼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지난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림 수집은 소수 계층의 전유물인가
저자 임창섭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한마디로 저자는 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그림을 소유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계층만이 한다는 그런 편견 말이다.
이렇듯 그림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예체능 교육의 참 의의를 미처 알기도 전에 제도교육을 마쳤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제도교육이 음악, 미술, 체육이 지니고 있는 참 의의를 가르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생겼으리라. 이에 반해 오히려 그림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집착하는 편견을 가진 부류도 있다. 이런 편견은 지나친 소유욕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미적인 안목과 전혀 관계없이 옆에서 하는 말만 믿고 무조건 값을 치르려 든다. 그림을 부의 축재 방편으로, 혹은 남이 가지고 있으니까 나도 가져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자기 본능을 만족시키려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편견 때문에 그래도 지금의 미술시장이 형성되고, 화랑이 생긴 것이 아닐까. 아무튼 미술작품에 대한 다양한 편견과 수많은 비판이 전적으로 옳다면 아마 미술관과 박물관에 전시된 위대한 그림과 조각이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화적으로 풍성했던 우리의 선조들의 그 수많은 창조물들이 외침(外侵)으로 약탈당하는 와중에도 일부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나마 우리의 것을 지키게 되었다. 간송 전형필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며, 그밖에 쇳대박물관장인 최홍규, 문방구류를 수집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박병래, 고인쇄 자료들만 모아 나중에 사회에 기증한 송성문, 홍익대 교수였던 유강열, 변호사 최영도 등이 자신의 소장품들을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여 신선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