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사물이나 현상 100개에대해 500~600자로 짧게 논평하고 관련된 예술 작품 이미지나 사진을 함께 수록한 책이다. 저자의 관점과 언어로 푼 일종의 사물 사전으로, 평소 눈여겨보지않던 사물을 남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환기시켜 사물과 예술 사이를 특유의 재치 있고 경쾌한 글쓰기로 들추어 본다.
책 소 개
사물 판독기 - “진중한 명상과 순발력 있는 농담” 사이
“사물과의 교감에서 얻는 첫인상이란 게 있지요. 코끼리 봉제인형과의 우발적인 만남이 짧은 인상으로 정리되듯 ‘불특정 사물에 관해 500자 이내의 압축된 인상을 정리하기. 글쓰기의 대상은 각별하거나 희소한 것이 아닌,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주변에 널린 사물과 현상으로 정했습니다.” -서문 중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구상한 원점은 오만 사물에 대한 진중한 명상과 순발력 있는 농담의 중간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해석의 심오함에 빠지진 않되, 상식적 해석보단 한 발짝 앞지르자는 심정이랄까요.” -서문 중에서
미술평론가이자 파워블로거로 이름을 알린 반이정의 신간 『사물 판독기』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사물이나 현상 100개에 대해 500~600자로 짧게 논평하고 관련된 예술 작품 이미지나 사진을 함께 수록한 책이다. 저자 반이정의 관점과 언어로 푼 일종의 사물 사전으로,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사물의 남다른 면모를 꼬집어 낸다. 저자는 길바닥에 버려진 코끼리 인형을 예로 들며 “해석의 심오함에 빠지진 않되, 상식적 해석보단 한발 짝 앞지르자”는 게 이 책의 소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진중한 명상과 순발력 있는 농담 사이”를 표방한 저자의 글쓰기는 경쾌한 호흡과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환기시키고 가려운 곳을 콕 집어 긁어 준다.
『사물 판독기』는 기존 출판물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시각 에세이물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미술 칼럼집과도, 삽화를 곁들인 에세이와도 다른 변별력을 갖는다. 확실한 것은 기존 출판물의 고정된 범주에 연연하지 않고도 논의할 가치가 있는 표현물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확고부동한 범주를 뒤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1세기는 경계가 없는 ‘공생’과 ‘융합’의 시대가 아닌가.
반이정 - 미술평론가와 블로거 사이
“SNS가 시대의 플랫폼이 된 오늘날, 이미지 하나에 짧은 텍스트를 한 세트로 묶은 타임라인과 포스팅이 의사소통의 시대정신이 되었지요.”-서문 중에서
현업 미술평론가가 미술 작품이 아닌 평범한 사물을 대상으로 풀이한 점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사물 판독기』는 책의 부제처럼 ‘평범한 사물’과 ‘비범한 예술’ 사이에 서서, 그 둘을 대등한 분석 대상으로 바라보는 미술평론가의 시선을 담는다. 이는 미술 전문지에 한정하지 않고 대중 미디어와 시사 주간지 등으로 지면을 확장시켜 온 저자 자신의 행보와도 관련이 깊다. 특히 저자는 매해 파워블로거에 선정될 만큼 대중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반이정은 평소에 자신의 블로그를 온라인 ‘거처’라 칭하며 자신의 블로그가 “일종의 네트워크화 되고, 디지털화 된 개인 진지(陣地)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변별력은 작품 한 점을 긴 호흡으로 풀어 나가는 종래의 미술 글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물 100개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고, 서문과 각 장 말미의 해설 글마저 무수한 단문들의 집합으로 편성했다. 분량을 넘긴 원고도 몇 있지만 대체로 원고지 2.5~3매에 불과할 만큼 짧은 호흡 속에 메시지를 압축했다. 사진 한 장과 짧은 텍스트를 한 묶음으로 제시하는 이 책의 편성은, SNS가 의사소통의 플랫폼이 된 오늘날의 감성과도 닮은 점이 많다.
책에서는 저자가 실제로 사용했던 명함, 자전거 마니아답게 자신의 소장 자전거를 모아 놓은 ‘자전거 가족사진’ 등 저자 개인의 신상과 취향까지 노출된다. 이는 차츰 ‘공개된 사생활’이 부인할 수 없는 시대 정서가 된 현시대의 감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사물과 예술 사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의 산물인 사물은, 창작자와 관람자의 관계로 묶이는 예술품처럼 대등한 논평 대상일 수 있습니다. 해서 이 글쓰기는 평범한 사물을 예술품과 대등하게 바라보면서 던진 자문자답의 결과입니다.”-서문 중에서
“예술이란 일종의 용도 변경이다.” -반이정, 『새빨간 미술의 고백』에서
현대미술에 대해 일반 독자들은 어려워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하지만 남성 소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제시한 마르셀 뒤샹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현대미술이 평범한 사물을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평범한 사물이든 비범한 예술품이든 결국 사람들과 관계 맺는 오브제라는 점, 바로 그 때문에 사물과 예술이 대등한 비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에 놓인 작품에 권위를 부여하는 구시대 미술사학과는 달리, 일반 사물까지 동일한 비평 대상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문화연구나 신미술사학(New Art History)에서 꾸준히 견지된 학술적 태도였다.
사물을 즉물적으로 찍은 사진보다 사물을 예술적 관점에서 풀이한 예술가들의 작품 이미지가 많이 삽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이란 결국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비범하게 해석하면서 출현했다는 점을, 글과 병치된 예술 작품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표지에 윤정미 작가의 작품을 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박건희 문화재단의 ‘다음 작가상’ 수상자인 윤정미의 사진 작품은 여자아이와 핑크색 소지품, 남자아이와 파란색 소지품을 연결 지어 보여 준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사물/색채의 분류를 통해 어떤 사회화가 일어나는지 혹은 어떤 관습이 형성되는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바닥 가득 늘어놓은 아이들의 사물 사진은 100개의 사물에 대한 저자의 촌평을 환기시키는 시각적 출입구이기도 하다.
지은이 ㅣ 반이정
목 차
서문-평범한 사물의 비범한 사연
1 미물 예찬
개 찾습니다 | 라면 | 이어폰 | 자전거 | 검정 비닐봉지 | 청테이프 | 면 사리 | 머리띠 | 우산 | 검색창 | 겨드랑이 털 | 공CD | 김밥 | 뻥튀기 | 바퀴 | 실 | 흠집 | 거품 | 바늘 | 내복 | 개밥 | 댓글 | 커피와 담배 | 냅킨 | 로드킬 연상
-‘미물’에 대한 긴 댓글
2 키치(즘)
가족사진 | 개량한복 | 점집 | 프로레슬링 | 재래시장 | 생가 보존 | 경호원 | 앙드레김 패션쇼 | 도어가드 | 매장 성물 | 꽃다발 | 십자가 목걸이 | 금박 | 사전 | 태극기 | 아나운서
-‘키치’에 대한 긴 댓글
3 공간 읽기
예식장/모텔 건물 | (대형) 주차장 도서관 | 헌책방 | 공중화장실 | 횡단보도 | 벽지 | 창가 자리 | 고속도로 | 의자 | CCTV | 아파트 | 블로그/SNS | 버스 옆구리 광고 | 우중탑승 | 치과
-‘공간’에 대한 긴 댓글
4 섹스 섹스 섹스
홈쇼핑 란제리 선전 | 여고생 교복 | 콘돔 | 모텔 내부 | 핀업걸 | 미니스커트 | 레이스 | (남)교수와 여대생 | 누드 | 모자이크
-‘성(性)’에 대한 긴 댓글
5 색깔론
분홍색 | 밀리터리룩 | 빨간색 | 녹색 | 적록 조명 | 형광펜 | 노란색 | (흰색) 티슈 | 검정색 | 파란색 | (갈색) 초콜릿
-‘색’에 대한 긴 댓글
6 미신들
청바지 | 웃음 | 아줌마 파마 | 삼선 슬리퍼 | 머그잔 | 식판 | 브이(V) | A4 용지 | 야구모자 | 스포츠머리 | 리모컨 | 깁스 | 편지 봉투 | 달력 | 정장 | 서가 | 줄무늬 | 2인승 스포츠카 | 명함 | 오각형별 | 와인 | 100
-‘미신’에 대한 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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