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무가 '바리데기'를 주제로 한 작가의 꿈을 구비 구전 양식을 빌려 구슬 꿰듯이 엮어놓은 그림 소설이다. 바리는 박해자로 나타나기도 했다가 누이로 나타나기도 했다가, 연인으로 혹은 화가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모습 속에서 바리는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고 있다.
책 소 개
구슬 꿰듯이 엮어놓은 ‘바리’ 그리고 ‘꿈’
국제엠네스티에 의해 ‘올해의 양심수 3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그림 한 점으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던 홍성담 화백의 그림소설 『바리』가 출간되었다. 화백이 아닌 작가 홍성담의 이름으로 낸 『바리』는 서사무가 <바리데기>를 주제로 한 작가의 꿈을 구비 구전 양식을 빌려 구슬 꿰듯이 엮어놓은 그림 소설이다.
홍성담은 화가로서 자신의 무의식에 어른거리는 세계를 그림으로, 또 글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이 책에 있는 글은 그림 같고 그림은 글 같은 어지러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장자의 호접몽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지금 우리가 사는 땅의 현실이 꿈보다 더 꿈을 닮아서 이 부족한 책을 내면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작가의 말을 자꾸 되뇌게 된다. “인생 어딘가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비나리 웅얼거림” 같은 이야기와 그림 속에서 언제, 어느 순간 곁에 와 있을지 모르는 바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모든 목숨붙이의 현현(顯現)
서사무가 <바리데기>에 등장하는 바리는 병든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저승의 문턱을 넘는 인물로 묘사된다. 숱한 고난을 겪은 후 손에 넣은 생명수로 부모를 구한 바리는 아비인 오구대왕이 치하의 의미로 나라의 절반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고는 “누구나 죽으면 반드시 한 번은 건너가야 할 삼도천을 주재하는 무당으로 좌정”한다.
그러나 홍성담의 『바리』에 등장하는 바리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그녀에게 대뜸 물었다
‘네가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나라의 절반을 갖는 것보다는 훨씬 멋진 일이다
무엇의 절반이란 항상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뿐이다
모든 것을 갖지 못할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바리는 죽은 부모를 살린 대가로 나라의 절반을 주겠다는 아비의 제안을 거절하고
피안의 강을 지키는 무조(巫祖)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무욕의 결정이라고 칭송했다
그런데 사실은 아비의 제안을 그녀는 아주 섭섭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17쪽, 「바리」 중에서)
바리는 “박해자로 나타나기도 했다가 누이로 나타나기도 했다가, 연인으로 혹은 화가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해져 내려오는 서사무가 속의 효녀나 박애주의자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양한 모습 속에서 바리는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그림 ㅣ 홍성담
1955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태어났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출전에 보낸 걸개그림 ‘민족해방사’의 슬라이드 필름을 제작·배포한 주동자로 지목되어 3년의 실형을 살았다. 1990년 국제엠네스티는 그를 ‘올해의 양심수 3인’으로 선정했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제1회 광주비엔날레(1995)와 제3회 광주비엔날레(2000)에 한국 작가로 참여했다. 주요 작품으로 <오월광주민중항쟁 연작 판화 ‘새벽’>과 <‘야스쿠니의 迷妄’ 연작>, 환경문제에 관한 글 그림 <나무 물고기> 등이 있다.
목 차
바리
총
한 마리
연습
입술
칼
숨 쉬는 삼각형
칠중살
혼
수장
구멍
바람 길
길 찾기
문자
해
쌀 나무
눈깔 나무
햇빛 칼날
숨통
문
깃발
바람
나비
커피
물
강바닥
달
인연의 끈
하얀 옷고름
지하
흙
땅
줄자
쓰레기
소리
파동
비명
씨
자궁
비녀
붉은 꽃
몸
콩팥
알
화살
특공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