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우고 있는 젊은 예술가 김용철의 열정적인 삶과 예술에 대해 쓴 책이다. 혼신의 예술 활동이 20년간의 작업노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김용철의 고민과 열정이 철학적 고뇌로 이어져 온 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자연과 사람을 잇고, 욕망과 꿈을 잇고, 상처와 희망을 이어 나간다.
책 소 개
어느 젊은 예술가의 지독한 예술에 대한 열정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지난 20년간의 예술 활동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예술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는 백가지도 넘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외에 다른 삶을 살 수 없었던 한 젊은 예술가의 기록이자 우리시대에 우리 곁에 있는 예술가의 초상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누군가에게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예술의 종착지에 비록 못 미쳐 스러진다 해도 같은 꿈을 꾸는 누군가 건널 수 있는 작은 디딤돌만 되더라도 이 젊은 예술가의 이 기록은 충분히 의미 있고 멋진 기록입니다. 예비예술가부터 시각예술을 다루는 화가, 디자이너, 사진가 등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려줄 것입니다.
언제 재발할 지 모르는 불안한 경계선에서의 새로운 시작
림프암 4기, 외롭고 쓸쓸한 병실에서 나왔으나 이 책의 주인공 김용철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고 불안과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가 겪는 지금의 고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이상 예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입니다. '이 작업만 끝내고 죽었으면' '이번 전시만 끝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하며 그는 그 다음의 작업은 어떤 작업을 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시작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펼치는 예술입니다.
철학적 고뇌, 선을 긋다
혼신의 예술 활동이 20년간의 작업노트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김용철의 고민과 열정이 철학적 고뇌로 이어져 인류가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역사를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자연과 사람을 잇고, 욕망과 꿈을 잇고, 상처와 희망을 이어 나갑니다. '내가 사라져도 소멸하지 않는 세상'을 위한 예술입니다.
“8차 항암치료와 자가 골수이식을 마치고 돌아와
한동안 걷기도 힘들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가슴에 기록하듯이….”
예술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예술은 막연한 그 무엇이 아니다. 그림이 희망이다. 그림이 치유이고, 삶으로 이어지는 선이다.
그의 붓, 그의 선긋기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애정에서 흘러나오는 손길이다.
정직하고 참다운 인간의 예술이다. <윤익영┃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김용철의 장난감은 유쾌해 보이는 외향과 다르게 어두운 감성을 지녔으며, 밝고 화려한 색깔로 치장했지만 가까이 코를 가져가면 무채색의 향기를 풍긴다. 제각기 알록달록한 색상을 발하며 관람자의 시각을 교란하는 김용철의 ‘사용된 꿈’은 장난감의 실사용자인 어린이들이 아직 꾸지도 못한 꿈을 손안의 빨강, 파랑의 플라스틱 덩어리에 묻은 채 소비해버리고 성인이 되고 마는 잔혹동화이다. <조두호┃수원시미술전시관 학예팀장·문화인류학>
그의 작업실은 보물창고이자 삶의 고단한 흔적이다.
김용철은 대학 졸업 후 처음 작업실을 가졌다. 보증금도 화장실도 없는 월세 10만 원짜리 지하 건물이었지만 그에겐 최선의 작업실이었다. 물감과 그림 도구가 자리의 반을 차지하는 3평짜리 공간이었지만 작가는 젊음 하나로 6미터가 넘는 프로펠러를 만들어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가슴 속에서는 무언가 끊임없이 끓어올랐지만, 그것들을 표출해내기에는 작업실이 턱없이 비좁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가난한 작가가 갈 수 있는 작업실이 없었다. 일 년 정도를 지하 작업실에서 버티다 팔당댐 근처의 닭 사육 농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여 년 간의 캔버스 작업들이 세워지고 천장 밑으로 달아맨 선반 위에는 그의 첫 개인전 작품들과 같은 크기의 나무상자, 입체 작업들이 종이박스에 가득 담겨 올려져 있다.
언젠가 방문했던 한 큐레이터는 보물 창고라고 감탄했지만 작업하는 사람에게는 고단한 작가의 삶을 말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나마 초창기의 작품들은 옮길 곳이 없어 불살라 버렸으니 이만한 공간이 있는 건 운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생각과 부딪혀 존재하는가?
작가는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보려 한다. 눈으로 가시화된 형상보다 그 형상의 흔적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 아마도 작가로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용철은 이런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는 자국이나 흔적을 그의 작업에 즐겨 사용해 왔다.
동그란 형상은 빠져나가고 남겨진 네모 종이는 비밀스러운 상상이 출발하는 시작이 된다.
여기, 누군가에게서 받은 선물 상자가 있다. 그 상자 속 선물은 꺼내어지고 상자는 벨벳으로 감싼 틀만이 남아있다. 물체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흔적을 보며 우리는 처음에 상자에 담긴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한다.
김용철은 입체작업을 많이 한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전공의 경계는 그에게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을 ‘잡식성 작가’라 스스로 칭한다.
한동안 그는 하얀색 뿔만을 하염없이 깎았다. 그릇을 빚는 도공처럼 소의 뿔같이 생긴 조각물을 수 백 개 똑같이 만들더니 이번엔 공들여 하나씩 갈아내었다.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는 뿔 조각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두 길 사이에 길이 있다
점은 점대로, 터치는 터치대로,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모두가 각각 독립적일 수는 없을까?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이미지를 이룬다는 회화의 기본 개념이 작가는 불편했다.
작업을 하는 사람이면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붓질과 정제되고 냉철한 표현 두 가지 상반된 작업 사이에서 한 번쯤은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그리고 방법적으로 그 두 가지 길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곤 한다. 점을 찍어서 이미지를 만들고. 터치로 대상을 표현해서 서로 종속시키는 것 말고. 점은 점대로 자유롭고,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터치로 화면을 채우며, 그러면서도 이미지가 드러나기를 작가는 욕심을 부렸다.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풍경을 이룬다
사람들이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때 김용철은 스케치북에 그린다. 그는 몇 백 몇 천 화소의 카메라 렌즈보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가 풍경을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메라 휴대가 간편해지면서 많은 작가가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더 선호하지만, 김용철은 여전히 가방에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다닌다. 하얀 도화지와 연필이 제 몸 마냥 익숙해지기도 했고 가끔 그것이 작업실에서 벗어나 누릴 수 있는 놀이이자 휴식이기도 해서다.
사용된 꿈, 장난감을 모으다
쌓여 있는 장난감 더미 속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았다. 소유에 대한 욕망과 경쟁, 전쟁의 폭력성과 성적인 욕구 등과 같은 어른들의 다양한 욕망이 귀엽고 화려한 색깔의 장난감 속에 투사된 것을 보았다. 장난감에 숨겨진 욕망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 아닐까?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향해 간다
그는 아팠다. 그리고 여전히 아프다. 두 해 전 김용철은 암 선고를 받았다. 처음 그를 진찰했던 의사는 검사 결과를 말해 주는 대신 도통 알 수 없는 긴 영문으로 된 진단서를 그에게 주었다. 의사 입으로 직접 말하기가 난처한 듯.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환자의 흰 머리카락을 찾아 몇 올 뽑아주었고 어렵게 말을 덧붙였다.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다시 할 테니 아직 단정하지는 마세요….”
설마 설마 하며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일주일 동안 그의 등에 자리 잡은 암 덩어리는 공처럼 부풀어 엎어 놓은 사발만큼 커졌다. 악성 림프종으로 추측할 뿐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은 채 그는 고열 속에 응급실에 실려갔다.
아직도 투병 중인 나는 하고 싶은게 아직도 많다.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는 아주 일상적인 것부터 20여 년간 해왔던 작업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49년이라는 삶 속에서 가슴앓이의 시간이 지나가고 걷기조차 힘들었던 몸이 조금씩 회복하자 항암치료와 이식으로 미루었던 전시를 다시 준비하고 싶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지난 작업들을 다시 꺼내 당시의 기억들을 흩어진 퍼즐처럼 하나씩 짜맞추게 했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계속했던 자기검증을 견뎌내던 지난 작업들이 온기 없는 작업실에서 외롭고 애처롭게 습기를 먹고 있었다.
그리 비범치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나의 작업들을 이제는 보듬고 싶다.
나에게 예술은 모험과 놀이로 가득한 것이었으며 나 자신과 마주하는 거울이었다.
예술은 인생이고 생활이고 친구이고 가르침이며 위로와 용기였다.
삶에 대한 이해와 반성이 연결되며 그어진 선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스스로를 끌어안을 때 또 한 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예술의 종착지에 비록 못 미쳐 스러진다 해도 같은 꿈을 꾸는 누군가 건널 수 있는 작은 디딤돌만 되더라도 나의 이 기록은 충분히 멋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은이 ㅣ 김용철
대학과 중앙대학교 일반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49년의 삶에서 갑자기 림프암이라는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만났지만, 작가 본성의 긍정주의로 경기도 양평에서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1996년부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으며, 최근에도 <서로 이어져 비추다>,<꿈을 두드리다>등의 활발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이 ㅣ 이흙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대에 그림밖에 할 줄 모르는 김용철 작가를 만나 양평의 산골로 들어왔다. 그간 <달려라 달려>,<긍정주의자의 하늘>,<구름찾기>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소금논 이야기>,<날개 달린 달팽이를 보았니>등 다수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 두 아이를 키우며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목 차
글을 열면서·이 흙 / 004
1부---조각배
그의 작업실 / 010
비밀의 상자 / 028
무엇을 담아야 할까 / 052
철사를 엮어 나의 모습을 만든다 / 062
낯설게 보기 / 074
나는 어떤 생각과 부딪혀 존재하는가? / 082
두 길 사이에 길이 있다 / 096
그 풀들이 엉켜있는 것일까? / 122
꽃처럼 피어나 꽃처럼 질까? / 128
풀잎 같은 생각이 핀다 / 142
선으로 연결되어 풍경을 이룬다 / 152
장난감을 모으다 / 168
장난감 잔혹사 ‘사용된 꿈’ / 190
모아서 새기다 / 194
2부---선을 긋다
새로운 시작 / 216
강을 추억하며 그리다 / 222
나는 여전히 투병중이다 / 228
역사와 조우하다 / 232
나의 색깔로 누군가를 비추다 / 240
자연 속에 있었다 / 242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 250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김용철 / 256
도판목록 / 259
김용철 / 273
Kim Yong Chul /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