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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을 만나다

  • 청구기호660.1/백57ㅅ
  • 저자명백승균 지음
  • 출판사북길드
  • 출판년도2014년 9월
  • ISBN9788996937418
  • 가격20,000원

상세정보

암울한 현 세태를 비판하거나 한탄하기보다는 근원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마련한다.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낳은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철학의 고전적 관점을 지목하는 동시에 사진철학, 인간이 살아가는 철학이 무엇인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책 소 개

사진철학을 만날 시간

‘사진철학’은 참 매력적인 말이지만, 아직은 너무도 생소하다. 우리는 왜 ‘사진철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낯설고 어색한 것일까?

“우리나라 사진계는 전시회에 치중하거나 아니면 전문 사진가들의 현장 활동을 기록하여 그 의미를 해석하는 일에만 몰두해왔다. 그러다보니 사진의 이론적 체계나 사진철학을 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철학계가 사진을 철학의 주제로 삼아 그런 작업을 수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사진철학이라는 것이 철학의 한 특수 분야라고는 할 수 있어도 순수논리학, 혹은 인식론, 그도 아니면 존재론이나 형이상학처럼 학문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의 본래 영역 어디에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 따라서 아직까지는 어느 철학자도 사진철학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202쪽)

사진을 예술이라는 말과 결부시키는 건 너무도 자연스럽고, 카메라의 기능과 발전을 생각하면 과학기술과 연관 짓는 것도 억지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사진과 철학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둘의 조합은 뭔가 어울리지 않고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사진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면, 철학은 우리와 동떨어진 이론의 세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이 그저 찍고 감상하면 되는 유희라면, 철학은 진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고뇌의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둘은 얼핏 보기에 모순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극도로 단순화했을 때 철학이라는 말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뜻한다면,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과거 문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이성이니 과학이니 하는 표현들로 인간을 정의해왔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은 영상이다. 따라서 영상을 대표하는 사진, 구체적으로 말해 사진을 찍고, 보고, 유통하는 등, 사진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사진철학’의 시작이다.

디지털미디어 시대, 철학을 요청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정작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진을 쏟아내면서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사진과 사진철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피력한다. 시쳇말로 사진의 홍수 속에서 우리 모두 익사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차고 넘치는 사진들 속에서 살아간다. 나날이 새로운 사진들로 채워지고, 또 그렇게 채워진 사진들이 남아돌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들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진들은 우리들에게 지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렇게 남아도는 사진들은 잉여농산물처럼 잉여사진으로 밀려난다.”(170~171쪽)

그렇다면 도처에 널린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정확히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암울한 현 세태를 비판하거나 한탄하기보다는 근원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마련하려 든다. 무엇보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우리 삶의 ‘본래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각. 또한 우리 생활의 모든 인프라가 변했고, 그 의미와 가치도 바뀌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에는 인간존재를 위한 변화라는 깨달음. 이런 자각과 깨달음이야말로 사진이 무엇인지를 묻기 전에 인간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고, 동시에 사진철학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 이전에 인간이 살아가는 철학이 무엇인가를 되물을 수밖에 없다는 자기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낳은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 책은 철학의 고전적 관점을 지목한다.

사진철학으로 가는 길을 찾다

사진철학을 표제로 내걸었기에 I장에서는 먼저 사진과 사람의 관계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을 취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찍고 소비하는 사실의 사진, 죽은 아들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로 쓰다듬는 어머니를 찍은 의미의 사진, 연장노출과 다중노출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작가의 이념을 전달하는 의식의 사진. 이러한 세 가지 종류 외에도 수많은 경우의 사진들이 있겠지만 이런 명확한 구분법을 통해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관심을 이끌어낸다. 이어 사진의 태동기에 활동했던 사진가들은 물론이고, ‘사진이 예술인가, 아니면 과학인가?’라는 논쟁을 거쳐, 현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사진의 역사를 일별한다. 그와 함께 현대 사진예술계에서 주목받는 회퍼, 데만트, 리히터를 비롯해, 김아타와 이명호 등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작가들을 두루 언급하면서 사진계의 발전과 동향, 그리고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한다.
II장에서는 사진의 역사를 예술적 관점에서 고찰했던 발터 벤야민을 분석한다. 특히 사진예술에 관한 그의 유일한 에세이였던 〈사진의 작은 역사〉에 주목하며, 논의의 폭을 사진에서 전 방위적으로 확대한다. 즉 그가 여기서 주장한 사진예술의 논의를 통해 벤야민의 문예비평이나 예술이론, 심지어 그의 언어철학이나 역사철학 전체를 조감하려 시도한 것이다. 무엇보다 벤야민의 이 논의가 단순히 유럽의 사진가나 사진의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술작품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회화예술에서 사진기술로 변화했는지, 그 과정에서 사진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효과를 끼쳤는지 등 여러 의미를 상세하게 되짚어낸다.
사진의 기교적 의미론이나 단순한 예술론에 머물지 않고, 사진철학을 디지털미디어로 정식화한 빌렘 플루서와 그의 대표 저작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를 세세하게 분석한 III장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로 사진철학의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그렇다면 하고많은 철학자 중에 왜 플루서인가? 그는 적어도 이 한 권의 책으로 사진철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에 비견될 만한 성과물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였기 때문에 플루서를 지목한 것은 필연이었다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플루서는 글쓰기 방식뿐 아니라 철학적 사고방식 전체가 이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철저하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에 이 시대에 어울릴 만한 사진철학을 찾으려면 그의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플루서의 이론이나 저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기에 급급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논의의 방식과 구성은 플루서를 따라가면서도 거기에 철학적 논의를 한층 심화시켰다.
전체 결론에 해당하는 IV장에서는 사진철학을 가능케 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을 종횡무진 누비며 핵심 개념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철학자만 하더라도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헤겔, 니체, 베르그송, 후설, 사르트르,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그 방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진이 철학을 만날 때

사진을 매개로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카메라맨은 더욱 편리해지는 카메라의 자동화를 호기로 삼아 그 기능이 더욱 단순하고 쉬워지기를 바란다. 카메라의 완전자동화에 감탄하고, 또 그렇게 감탄한 사람들이 아마추어 사진클럽까지도 만든다. 카메라는 자동적으로 돌아가고, 카메라맨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대기만 하면 된다. 니체가 짚었던 일종의 ‘동일자의 영겁회귀’가 지속된다. 그렇게 되면 카메라맨이 아무리 재빠르다고 해도 그는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기껏 해봐야 사진의 카테고리로만 세상을 관찰할 뿐, 사진 찍기의 그 ‘위’에 설 수는 없다. (…) 그래서 카메라맨의 앨범에서는 사람 냄새나는 어떤 체험이나 새로운 인식 혹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없고, 다만 자동적으로 영상화된 장치적 가능성만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162~163쪽)

카메라의 기능에 종속된 카메라맨은 자신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도, 예술적으로 고민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자동화하라는 영겁회귀의 굴레에 완전히 휘말리게 된다는 분석과 시각은 사진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겠다는 사진철학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를 더 살펴보자.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뀐다.

“오늘날 가상은 단순한 가상이 아니라 바로 현실이고, 사이버공간 자체가 곧 우리의 현실세계이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세계가 가상의 세계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플라톤은 우리의 현실을 가상으로 보면서, 이데아의 세계를 참된 현실로 보았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전통적 예술작품의 아우라 역시 사라져가는 것이 디지털영상시대에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208쪽)

사이버네트워크 환경을 플라톤으로는 어떻게 풀어내는지 읽다보면 그 명료함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여기서 논의를 조금만 더 넓히면 플라톤을 되살려내 “지금 우리의 이 현실이 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25쪽)라고 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은이 ㅣ 백승균
고려대학교를 중퇴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M)대학교 철학부에서 수학했고, 튀빙겐Tubingen대학교 철학부에서 주정부 장학금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줄곧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에 재직했다. 1984년부터 1985년까지 독일정부초청교환교수(DAAD)였으며, 1990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해외파견교수였다. 대한철학회, 영남철학회, 대구지방사회연구회 회장직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철학회 이사장과 계명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서 목요철학원장직을 맡고 있다. 운제학당을 운영하며 저술과 철학의 대중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와 역사성≫ ≪변증법적 비판이론≫ ≪호스피스 철학≫(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추천도서) ≪플레스너의 철학적 인간학≫ ≪세계사적 역사인식과 칸트의 영구평화론≫(계명출판문화상, 문광부우수학술도서) ≪철학의 현실 찾기≫ ≪현실의 생명 찾기≫ ≪해석학과 현대철학≫ ≪인문학의 전통과 새로운 지평≫ ≪새로운 우리철학의 모색≫ ≪삶의 철학으로서 인문학≫ 등이 있고, ≪철학적 해석학≫ ≪삶의 철학≫ ≪생철학≫ ≪역사의 기원과 목표≫(11회 오늘의 책 선정) ≪비판이론서설≫ ≪실존철학과 현대≫ ≪변증법총설≫ ≪희망의 철학자 블로흐≫ ≪야스퍼스의 생애와 철학≫ ≪하이데거의 철학이론≫ ≪철학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인식의 해석학(인식의 철학 I)≫ ≪진리의 양면성(인식의 철학 II)≫ 등을 번역했다.


목 차

프롤로그 사진철학으로 가는 길

I 사진과 사람, 그리고 사진철학
1. 사진과 사진철학
사진, 철학에서 길을 찾다
사진, 회화에서 길을 찾다
2. 사진과 인간의 의식
사실의 사진
의미의 사진
의식의 사진
「캔버스 위를 움직이는 표면들」
3. 디지털시대의 사진
사진에 대한 눈높이
아날로그사진의 역사
디지털사진의 등장
디지털사진과 비트겐슈타인
디지털사진과 하이데거
4. 사진의 인간화

II 사진의 역사와 사진예술
1. 벤야민의 「사진의 작은 역사」
2. 복제시대의 예술작품과 사진기술
3. 사진기술과 회화기법
4. 예술작품과 사진예술
5. 사진의 예술화

III 사진의 정보와 사진철학
1. 플루서와《사진의 철학》
플루서의 생애
플루서의 사진철학
2. 사진철학의 근거인 현실세계
제1장 그림
제2장 영상
3. 사진철학을 위한 사진의 도구적 장치
제3장 사진기
제4장 사진 찍기
제5장 사진술
4. 사진철학을 위한 사진의 담론적 정보
제6장 사진의 배포
제7장 사진의 수용
제8장 사진의 우주(세계)
5. 사진의 철학화
제9장 사진철학의 필연성

IV 《사진의 철학》을 가능케 한 철학들
인터넷에서의 활발한 논의들
전통철학과 플루서
데카르트와 플루서
니체와 플루서
베르그송과 플루서
후설, 사르트르와 플루서
하이데거와 플루서
야스퍼스와 플루서
헤겔과 플루서
칸트와 플루서
다시 야스퍼스와 플루서

주석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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