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이민자로 가난하게 시작했으나 세상을 떠날 때 1천6백억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긴 사실주의 구상화가, 루시언 프로이드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을 그린 전기이다. 이 책은 크고 작고 거칠고 부드러운 수많은 점들이 모여 한 예술가의 초상화가 그려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책 소 개

20세기 최고의 사실주의 구상화가, 루시언 프로이드

‘200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로서 최고가(약 350억 원)로 작품(「잠든 연금 관리자」) 거래.’ ‘2013년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루시언 프로이드의 초상화 연작(「루시언 프로이드에 대한 세 가지 습작」)이 경매 사상 최고가(약 1,528억 원) 경신.’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미술가로 손꼽히는 루시언 프로이드의 이름은 늘 엄청난 수식어와 함께한다. 그는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손자로 태어나 평생 할아버지의 아우라 속에서 그 혈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았다. 1930년대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지만 루시언은 영국의 로열패밀리는 물론 데번셔 공작과 보퍼트 공작, 윌러비 남작부인 등 엘리트 귀족들과의 돈독한 관계와 후원을 평생 유지했다. 또한 그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으며, 수많은 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최소 열네 자녀의 아버지로 화제가 되곤 했다(서른 혹은 마흔 명의 자녀가 있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더구나 프로이드의 대표작인 벌거벗은 인물화 중에는 그의 아들, 딸이 모델인 경우도 있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팔십 대에 이르러서도 여인들과 관계를 갖거나 난투극을 벌여 가십난을 장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루시언 프로이드는 2011년 여든여덟 살에 세상을 떠나기 전 십여 년 동안 전 세계 미술계를 재패한 최고의 화가였다. 70여 년간 이어진 그의 작품 활동의 중심 주제는 언제나 ‘인물’이었으며, 그는 특히 누드화에 전념했다. 거친 붓질의 물감층을 세밀하게 중첩시켜 인체의 질감과 양감을 표현하고, 그로써 인물의 존재감을 드러낸 화면으로 프로이드는 ‘20세기 최고의 사실주의 구상화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생전에 자신의 작품이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어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직접 보았으니, 그는 예술가로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다 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지극히 꺼렸으며, 자신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모든 인터뷰를 거부하고 심지어 변장을 한 채 기자나 파파라치들을 피해 다녔다. 그와 관련된 이들도 비밀유지에 무조건 동참해야 했다. 그래서 프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무성했어도 정작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경우는 매우 드물어, 이렇게 불편한 누드화를 그리는 인물은 대체 누구인지, 왜 이렇게 그리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도 2년이 흐른 뒤, 그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전기 『루시언 프로이드Breakfast with Lucian』가 공개되었다.

루시언 프로이드와 아침식사를 함께하다

이 책의 저자 조디 그레이그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십 대에 루시언 프로이드의 작품을 보고 매료된 이후 30여 년간 그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과 견해, 평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루시언 프로이드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저자는 오랜 시간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프로이드가 이젤 앞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며 가까운 친지들과 함께하는 아침식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생애 말년에 십 년 이상 매주 함께해온 아침 살롱에서 프로이드는 아들뻘 되는 저자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나 범위에는 경계가 없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프로이드 박사에 대한 추억에서부터 가족, 친구, 애인,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화가로서의 예술관에 이르기까지, 노년의 프로이드는 담담하고 때로는 재치 있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강박적으로 사생활을 지키고자 했던 프로이드가 저자와의 대화를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내보여도 된다고 유일하게 허락했을 정도로, 저자와 노화가의 신뢰는 두터웠다.

이러한 프로이드와의 진심어린 대화에, 그와 삶을 공유한 가족, 애인, 친구, 후원자, 화상, 자녀들의 인터뷰가 더해져 루시언 프로이드라는 한 예술가의 인생이 훌륭하게 재구성되었다. 프로이드를 중심으로 그와 관계의 끈이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한때 비참한 배신과 아픔, 상처가 난무했을지라도 프로이드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애정, 존경심이 묻어난다. 이들 이야기가 정교하게 교차하며 잘 엮여서 만들어진 이 전기는 독자들 또한 프로이드에게 한없이 가까이 가게 만든다. 눈앞의 벌거벗은 인물을 이리저리 살피고 꿰뚫어본 결과를 화면에 옮기는 프로이드처럼, 독자는 크고 작고 거칠고 부드러운 수많은 점들이 모여 한 예술가의 초상화가 그려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진정 예술가다운 예술가, 루시언 프로이드

루시언 프로이드는 회오리처럼 휘돌아가는 복잡하고 혼란스런 삶의 중심에 있었지만, 뚜렷하고 확고한 자기 의지를 지닌 채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예술가였다. 그의 삶은 온전히 그림을 향해 바쳐졌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강철 같은 야심과 견고한 이기심, 강박적인 창작욕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이런 자기 확신에 근거해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희생하거나 거부하며 한 길을 나아간 예술가의 전형이었다. 그는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가 정한 규칙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것도 따르거나 순응하려 하지 않은, 마지막 보헤미안이었다. 예술 앞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 앞에서 타협 없이 살아온 덕분에 프로이드는 극적인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초상화로써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상실해버린 미술계에서 단연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 『루시언 프로이드』는, 유대인 이민자로 가난하게 시작했으나 세상을 떠날 때 1천6백억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기고 간 성공한 예술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실패와 성공, 절망과 희망, 사랑과 이별이 수없이 교차하는 인생에서 쉽게 포기하거나 방향을 전환하거나 하지 않고 치열한 자기 싸움을 벌이며 꿋꿋이 자신을 지킨, 예술가다운 예술가를 꽤 오랜만에 만나게 해준다. 

지은이 ㅣ 조디 그레이그 (Geordie Greig)

영국의 저널리스트. 『메일 온 선데이Mail on Sunday』의 편집인이다. 앞서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London Evening Standard』와 『태틀러Tatler』에서도 일했다. 

영국 최고의 마당발로 인정받는 그레이그는 이튼 스쿨 학생이던 십 대에 루시언 프로이드에게 매료돼 이후 30여 년간 그에 대한 관심의 끈을 이어갔다. 프로이드를 향한 그의 정성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그는 프로이드의 생애 마지막 십 년간 매주 아침식사를 함께하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찻잔과 아침 신문을 앞에 두고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해 말한 것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전의 프로이드로부터 허락을 받아두었다. 『루시언 프로이드 Breakfast with Lucian』에서 그레이그는 프로이드의 생생한 육성과 더불어 그와 삶의 일부를 공유한 수많은 지인들의 인터뷰를 엮어 화가 루시언 프로이드의 삶을 훌륭하게 구성해냈다.

옮긴이 ㅣ 권영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산갤러리 큐레이터,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공저 『아르코 미술 작가론 : 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2009)이 있으며, 주요 번역서로는 『현대예술로서의 사진』(2007), 『지역예술운동 : 미국의 공동체 중심 퍼포먼스』(2008)가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아침식사

2장 스토킹

3장 어린 시절

4장 첫사랑

5장 강박

6장 로나의 유산

7장 캐롤라인

8장 물감

9장 연인들

10장 딸의 이야기

11장 만년의 두 모델

12장 화상과 도박

13장 자식들

14장 대단원

감사의 말

가계도

후주

도판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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