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과 컬렉터 이야기로 보는 유럽 문화예술사, 영국의 박물관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컬렉션과 전시 해석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곳,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구가 영국에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영국 박물관 26개를 선정해 소개한다. 알려지지 않은 귀족의 성, 하우스 박물관까지 담아낸다.
책 소 개
유럽에서 봐야 할 건 영국 박물관에 다 있네.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랜드 투어가 시작된다.
영국은 지구상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박물관이 있는 나라로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정식 등록된 박물관만 2천760개에 이른다. 1987년 전후로는 2주에 하나 꼴로 새로운 박물관을 생겼을 정도라고 한다(잉글랜드 지역과 면적 및 인구가 비슷한 우리나라에 박물관이 4백여 개다). 영국에 박물관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사다난한 유럽과 영국의 왕가 및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 로마 군대, 바이킹, 노르만 족에 돌아가며 지배를 받았던 역사는 영국 각지의 유적지로 남아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피 튀기는 싸움이 있었으나 성공회를 고수한 덕에 곳곳에 성당과 사원, 종교화 등 종교 관련 유물 역시 잘 보존되어 있다. 섬나라인 덕분에 침략 받지 않고 비교적 순탄하게 왕조를 유지해와 왕실의 성, 보물, 초상화 등도 많다.
17~18세기 귀족 사이에서 유행한 그랜드 투어도 온갖 종류의 귀한 것들을 영국으로 모으는 데 일조했다. 견문을 넓히고 소양을 키우기 위해 벨기에, 프랑스,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의 문화를 접하는 그랜드 투어에서 돌아올 때는 그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의 작품과 독특한 물건들을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해가 지지 않았다던 빅토리아 시대 산업혁명으로 쌓은 부와 제국주의는 세계 각지의 진귀한 물건들을 자석처럼 영국으로 끌어 모았다. 진귀한 것들을 모으기만 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계층인 부르주아들은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특권층만 향유하던 예술과 문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소장품을 기증하고 박물관 설립에 앞장섰다. 20세기 들어서 귀족들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문의 성과 소장품을 대중에게 개방했다. 이 모든 것이 영국의 박물관이 된 것이다.
《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는 영국의 박물관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Museum’은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전시관, 자료관, 표본실’로 번역된다. 이 책은 여기에 영국박물관협회에서 정의하는 박물관의 범위(왕실과 귀족 소유의 성, 잉글리시 헤리티지, 내셔널 트러스트 등)까지 포함하고 있다.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한 이지희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지적 탐험을 할 수 있는 곳, 컬렉션과 전시 해석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곳, 무엇보다 가족이나 친구가 영국에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영국 박물관 26개를 선정해 소개한다. 필수 관광코스인 대영박물관과 영국국립미술관(내셔널 갤러리)에서부터 박진감 넘치는 역사를 간직한 귀족의 성,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단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하우스 박물관까지 담아냈다.
사연 없는 박물관은 없고, 집착 없는 컬렉터도 없다.
소장품과 컬렉터 이야기로 보는 유럽 문화예술사
박물관이 수적으로 많기도 하지만 영국 박물관의 강력한 점은 컬렉션의 다양성에 있다. ‘컬렉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회화나 조각상, 보석 같은 것을 떠올리는데,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류의 대표 명작에서부터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이런 것까지?’하는 의아함과 놀라움을 자아내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영국을 대표하는 ‘대영박물관’은 첼시의 땅 부자였던 한스 슬론이 모은 잡동사니인 슬론 컬렉션에서 시작되었다. 제약회사를 차려 백만장자가 된 헨리 웰컴이 광적으로 수집한 어마어마한 양의 희한한 것들은 ‘웰컴 컬렉션’이 되었다(웰컴 컬렉션이 문을 열기 전 헨리 웰컴의 수집품은 처치 곤란한 것들로 여겨지기도 했다). ‘존 손 경 박물관’은 제자들의 데생을 위해 수집한 다양한 온갖 것들로 가득 차 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왕실의 성을 사들여
아르데코 스타일로 개축한 코톨트 부부의 ‘엘섬 궁’, 발명가 윌리엄 암스트롱이 지은 최첨단 건축물 ‘크랙사이드 대저택’, <해리 포터>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가 되었던 ‘안위크 성’, 천재 디자이너 찰스 레니 매킨토시가 디자인한 ‘78 던게이트’, 빅토리아 시대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블리스츠 힐 빅토리안 타운’ 등은 그 자체가 전시물이기도 하다.
개인마다 수집을 하는 계기와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후원하고 수집하는 찰스 사치 같은 전략적 컬렉터가 있는가 하면,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수집품의 질적·양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증기기관차나 무기·병기의 매력에 빠져 이와 관련된 부품 등을 수집하는 경우처럼 개인의 취향과 애착, 특별한 신념으로 수집하는 애호가 유형의 컬렉터도 있다. 《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조지 4세와 경쟁하듯 예술품을 사 모은 하트퍼트 후작 가문이 소장품 창고로 쓰던 곳이 지금의 ‘월리스 컬렉션’이다. 하트퍼트 가문 자손들은 대를 이어 적극적으로 수집해 현재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존 손은 병석에 누워 있을 때 윌리엄 호가스의 <탕아의 편력> 원본이 경매에 나온 것을 알고 아내에게 간병은 필요 없고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반드시 구입해오게 했다. 웨지우드 도자기를 발명한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아름다운 색을 내는 도자기 공식을 찾기까지 수만 번의 실험을 했는데, 그 과정물이 지금 ‘웨지우드 박물관’의 소장품이자 전시품이다.
왕족이나 귀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애호가 문화도 여러 박물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폐선이 되어 강가에 버려졌다 박물관화한 ‘커티 삭’, 경제성의 논리로 사라질 시설을 박물관으로 만들고 회비와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국립수로박물관’과 ‘런던 운하박물관’, 셜록 홈스를 실제인물처럼 느껴지게 하는 각종의 증거를 전시해놓은 ‘셜록 홈스 박물관’ 등에선 오래된 것을 사랑하고 지키는 영국의 국민성과 애호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재미있게 만든 BBC 박물관 기행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책
영국으로 박물관 여행을 떠나게 싶게 하는 책!
박물관의 기원은 르네상스 시대 왕족과 귀족이 진기한 물건을 수집·전시해놓던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이다. 호기심의 방은 자신이 구한 좋은 작품이나 신기한 물건을 자랑하고 그것을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수집품의 규모가 커지고 종류가 많아지면서 분류 체계와 박물관의 형태가 생기고 18세기에 이으러 점차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박물관은 사회 지식층이 지적 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지금도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육이다.
《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는 박물관의 교육적인 기능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풍부한 사진과 함께 작가가 도슨트처럼 들려주는 박물관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유럽의 역사와 문화예술사, 건축 문화와 최신 예술 이슈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에 갔을 때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사람들에게 휩쓸려 다닌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얻을 것이 더 있다.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전공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박물관 관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프레임을 제시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박물관에 가기 전 무엇을 보고 느낄지 상상하며 기대하는 것은 박물관 경험을 증폭시킨다. 박물관을 다
녀온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인터넷에서 다른 관람기나 사진 등을 찾아서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도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전 준비가 관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내가 기대하는 내용이 박물관에서 보고 듣고 느낄 내용을 어느 정도 결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 독자들은 아름다운 것과 진귀한 것에 대한 수집벽이 만들어낸 영국 박물관으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지 않을까 싶다. 또 보물을 오늘의 잡동사니를 수백 년 후에는 보물로 만드는 것은 지켜내는 힘이라는 것도 느낄 듯싶다.
지은이 ㅣ 이지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박물관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연예술아카데미 보조연구원, 2009년 한국국제아트페어 진행요원, 북서울 꿈의 숲 드림갤러리 도슨트로 일했으며 ‘영국 100퍼센트 디자인’, ‘텐트 런던’ 등 여러 전시회에서 번역과 통역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간사로, 영국 뱅크키하우스 미술관(Gallery at Bank Quay House)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했다. 현재 런던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근무하며 SDI미디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미술관이 있고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박물관을 만나게 되는 나라 영국. 이 책에서 작가는 영국에 친구와 가족이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 감상을 넘어 지적 탐험을 할 수 있는 곳, 독특하고 흥미로운 컬렉션을 전시하는 26개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값비싼 걸작에서부터 소소하고 엉뚱한 물건까지 무엇이든 모으고 기록하는 영국의 박물관들을 통해 세계의 지식과 교양, 유럽의 역사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목 차
추천사 | 영국 박물관으로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
프롤로그 | 당신의 박물관은 몇 개입니까?
PART 1 미에 대한 소유와 집착, 귀족의 성과 명사의 저택
엘섬 궁 | 상속자의 화려한 삶을 엿보는 아르데코 대저택
월리스 컬렉션 | 가문의 취미와 취향이 만들어낸 궁극의 컬렉션
78 던게이트 | 다른 운명의 두 천재가 디자인한 아르누보 테라스
성 미카엘 언덕 | 수도자의 유배지, 포위됐던 요새, 영국판 몽생미셸
크랙사이드 대저택 | 19세기 엔지니어가 설계한 신기술 최첨단 저택
안위크 성 | 7백년 고성에 남겨진 한 귀족 가문의 파란만장 연대기
알고 가면 더 좋은 잡학 박물관 1 알뜰하고 현명하게 관람하는 몇 가지 방법
PART 2 온갖 잡동사니에서 시작된 거대한 ‘호기심의 방’들
대영박물관 | 이곳이 영국을 대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맨체스터 박물관 | 실험과 탐구의 정신을 보여주는 대학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 아이는 신 나고 어른에겐 신기한 자연의 성전聖殿
리버풀 박물관 | 리버풀과 박물관에 대한 모든 예상과 짐작을 깨는 곳
국제노예제도박물관 | 공포와 분노의 공간, 반성과 인식의 시간
알고 가면 더 좋은 잡학 박물관 2 박물관에도 브랜드가 있다
PART 3 세계 걸작의 향연, 영국의 미술관
영국국립초상미술관 | 역사가 된 이들의 드라마 같은 삶을 전시하다
영국국립미술관 | ‘국민에겐 예술이 필요해’ 국가의 미학 신념에서 탄생하다
테이트 브리튼 | 영국화파와 렉스 휘슬러로 만나는 영국미술
맨체스터미술관 | ‘무엇을 느끼든지~’ 감상의 모든 자유를 허한 미술관
알고 가면 더 좋은 박물관 잡학 3 박물관 기부함, 그냥 지나치세요?
PART 4 역사의 현장, 현장의 지식 - 아웃도어 뮤지엄
블리스츠 힐 빅토리안 타운 | 빅토리아 시대의 시공간을 경험하는 영국의 민속촌
에덴 프로젝트 | 열대와 극지의 날씨를 본 적 있나요? 기후 박물관
커티 삭 | 잘나가던 쾌속 범선이 은퇴 후 육지에 올라와 하는 일
영국국립수로박물관 | 영국의 애호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
런던 운하박물관 | 비즈니스적 발상과 공학적인 설계가 만들어낸 두 곳
알고 가면 더 좋은 박물관 잡학 4 영국의 귀족 문화와 가문의 상징
PART 5 사랑 다음은 소유, 그 다음은 수집, 마지막은 박물관
존 손 경 박물관 | 건축가의 소장품이 만들어낸 시적 영감의 공간
웰컴 컬렉션 | 한 남자의 호기심과 수집벽이 만든 희한한 컬렉션
프로이트 박물관 | 위대한 학자, 따뜻한 아버지, 수줍은 남자의 정신세계
웨지우드 박물관 | 완벽한 도자기의 공식을 찾아서
노샘프턴 박물관·미술관 신발 컬렉션 | 맨발부터 나이키까지, 신발로 보는 역사와 문화
셜록 홈스 박물관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주는 판타지
알고 가면 더 좋은 박물관 잡학 5 박물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까?
에필로그. 미래의 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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