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치유의 관련성을 전제로 인간의 감정을 일곱 가지로 나눠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전한다. 작가는 소개된 이들이 미술사적으로 탁월한 예술가들이지만, 삶 속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서툴고 미숙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그들처럼 자기감정에 몰입하고 표현해보길 유도한다.
책소개
감정을 표현할 때, 치유도 일어난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우리의 자화상
‘감정’이란 단어 곁에 무엇을 둘 수 있을까? ‘풍부하다’ ‘억누르다’ ‘메마르다’부터 ‘노동’ ‘수업’이란 단어까지 기쁨, 슬픔, 사랑, 분노 등 수많은 감정의 종류만큼 감정을 수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온몸과 마음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비해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미숙하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외면하고 숨기려 든다. 정확히 현재 내 감정이 어떠한 상태이고 또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감정의 무게는 우리를 조금씩 짓누른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들은 좀처럼 감정을 절제할 줄 모르며, 때로는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어쩌면 예술가들이야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능숙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기쁘고 즐겁고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채색하고, 슬프고 밉고 욕망하는 ‘감정의 밑바닥’을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곧 그들의 감정은 그림이 되어버린다.
“여기 소개된 예술가들은 모두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탁월한 예술가들이지만, 삶 속에서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서툴고 미숙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소심하고 비겁하며 때로는 강박적이고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데에도 과잉과 결핍을 오락가락했다. 그런 만큼 그들은 자기감정에 몰입했으며, 자기표현에 충실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10쪽)
그림 앞에서 만나는 예술가의 삶
여기,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작품이 있다. 이 매력적인 작품은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심지어 작품 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결코 화려하거나 규모가 커서도 아니다. 그저 창작자의 감정이나 경험이 알게 모르게 감상자에게 온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영화나 그림을 보고 눈물이 고였던 경험, 논리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감정의 파문을 가져온 그 무엇은 작품을 통해 전달된 예술가의 감정이며, 곧 그의 이야기이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예술가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수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 고민은 무엇을 담고,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치중하기보다는 자신이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감정을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지난한 과정의 연속일 것이다. 결국 모든 작품은 예술가의 자화상이나 마찬가지다.
예술가들이 다양한 자화상을 그리듯이 지은이는 그들의 삶을 휘감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비추어보고, 타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치 “고대의 주술사들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들을 치유”하듯이, 우리 곁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들려준다. 이때 ‘이야기’는 치유의 힘을 갖는다. “다시 말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손가락만 아픈 것이 아니며, 심지어 내 손가락이 아픈 것을 참 다행스럽게 여기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치유에 근간한 성찰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예술가의 삶에서 찾은 지금 내 감정
그림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삶의 영감을 주며, 가끔은 부딪힌 현실에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지은이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감정,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는 일곱 가지 감정으로 다양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분류했다.
먼저 ‘즐거움’에서는 페르난도 보테로, 앙리 마티스, 키스 해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보테로의 그림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지, 마티스의 색채에 담긴 즐거운 상상력의 근원은 무엇인지 작품의 의미를 한결 풍성하게 전한다. ‘욕망’에서는 피카소와 앤디 워홀이 왜 ‘욕망’이란 감정에 사로잡혔는지,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이 왜 욕망의 탁월한 비유로 해석되는지 이야기한다. ‘사랑’에서는 왜 보나르가 병든 여인 ‘마르트’의 모습을 거의 모든 작품에 걸쳐 그렸는지, 프리다 칼로와 조지아 오키프의 사랑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얽히고설킨 그들의 감정을 풍부한 도판과 미술평론가인 지은이의 입체적인 이야기로 녹여낸다.
사랑과 우정의 결렬, 질투, 신의 뜻을 거역한 데서 오는 ‘분노’의 감정은 신화 속 인물인 메데이아, 폴 세잔과 에밀 졸라, 클로델과 로댕의 관계를 통해 폭넓게 보여주며, ‘증오’에서는 에곤 실레와 살바도르 달리, 에드가르 드가의 결핍에 대해서 그들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본다. ‘슬픔’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조울증, 뭉크와 마그리트에게 유년시절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마지막 ‘기쁨’에서는 독서, 반 고흐와 폴 고갱, 좋아하는 그림 등을 이야기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은 작품 뒤에 가려진 예술가의 진짜 모습을 일곱 가지 감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충분히 돕는다. 책장을 넘기며 우리가 예술가들을 만난 시간은 그들의 감정과 삶에 우리 자신을 비추게 만든다. 더불어 넌지시 내 감정을 돌보고 당당히 표현하는 것, 그 자체가 나 자신에 대한 치유이자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라 알려준다. 어쩌면 그것이예술가들이 작품을 남긴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지은이 | 유경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전공하였으며, 시각예술과 정신분석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에서는 자신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예술행정을 공부했고, 뮤지엄 인턴십을 하다가 며칠 만에 때려치우기도 했다. 늘 예술 그 자체보다는 예술적인 삶에 더 흥미를 가지는 까닭에 예술가들의 기질, 성격, 취향을 비롯해 무의식, 트라우마, 콤플렉스, 억압된 것 등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한 인격체로서 예술가의 유년시절과 인간관계에 집중하는데, 누구와 어떤 독특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관계의 레토릭이 작품
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는 결국 인간 본성과 심리에 대한 섬세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로써 삶의 경이로움이 지속된다는 믿음이다.
최근에는 놀이터이자 작업실인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열고, 고대의 주술사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픈 사람들을 치유했던 것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영적·정신적으로는 더할 수 없이 피폐해진 오늘의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예술가들과 시공을 초월한 소통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치유와 더불어 성찰을 제공한다. 이런 진지한 미션을 쾌활하게 진행 중이며, 매번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에 전율하는 일이야말로 구원이고 자유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예술가의 탄생』과 『아트살롱』 『창작의 힘』등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며 | 감정의 치유, 치유의 그림
樂 즐거움 | 숨겨진 모든 감각을 활용하라
1. 뚱뚱한 여자를 만지는 즐거움 | 페르난도 보테로
2. 병상에서의 가위질 | 앙리 마티스
3. 낙서로 세상을 지배하라 | 키스 해링
慾 욕망 | 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1. 오만한 여성 편력과 찬사를 위한 예술중독 | 파블로 피카소
2. 욕망의 공장 | 앤디 워홀
3. 헛것을 짚기에 인생은 계속된다 | 한스 홀바인
愛 사랑 | 진짜 사랑은 창조하는 것
1. 시든 여자를 사랑한 남자 | 피에르 보나르
2. 히스테리자와 나르시시스트 사이 | 프리다 칼로
3. 예술을 위해 선택한 사랑 | 조지아 오키프
怒 분노 | 어떤 배반에 대한 이유
1. 질투는 나의 힘 | 메데이아
2. 우정과 라이벌의 기로 | 폴 세잔과 에밀 졸라
3. 연인인가 앙숙인가 |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
惡 증오 |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미움
1. 엄마를 미워하다 생긴 자학의 자화상 | 에곤 실레
2. 반항과 거부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 살바도르 달리
3. 인간 혐오자가 빚은 무희들 | 에드가르 드가
哀 슬픔 | 슬픔을 애도하는 몇 가지 방법
1. 조증이 만들어낸 강박적 일중독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2. 죽음이 만든 심미적 공포 | 에드바르 뭉크
3. 쾌락이 된 우울 | 르네 마그리트
喜 기쁨 | 순간의 만남, 영원이 되다
1. 몰입하는 나, 나를 발견하는 독서 | 책 읽는 여자
2. 지금 곁에 있는 사람 | 반 고흐와 폴 고갱
3. 당신의 그림은 무엇입니까? | 그림이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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