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과 철학을 구체적인 예시들로 설명했고, 누구나 알만한 예술가와 철학자들을 다루었다. 또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시적 감수성까지 일깨우려는 시도와 그 과정이 단순히 정답을 찾는 과정이 되지 않게 유도했다. 무엇보다 ‘오직 나이게 하는 예술과 철학’ 이야기가 되도록 기획했다.
책소개
이중섭, 가슴 벅찬 사랑과 그리움의 이야기를 복원하다
바로잡은 서사, 35년 만의 새 번역으로 만나는 이중섭의 편지들
“이중섭 편지 모음의 결정판”
- 유홍준(미술평론가‧전 문화재청장)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 내년이면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자 타계한 지 60년이 되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것과 잘못 알려진 것투성이다. 1971년 조정자의 석사논문이 발표된 이래로 이중섭에 관한 연구서와 평전, 편지를 모은 책이 발간되어왔지만 대개는 지인들의 기억과 충분하지 못한 자료에 의존한 것들이라 부족한 부분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다. 부인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 역시 쓴 날짜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공개된 것이 많고 그대로 서사가 뒤엉킨 상태로 묶여 읽힌 탓에 오해와 억측을 키우기도 했다. 탄생 100주년을 앞둔 바로 지금이 그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신화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간 화가이자 인간으로서 이중섭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한 밑작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 것이다. 이 책은 이중섭 연구로 가장 정평이 난 미술평론가인 최석태가 편지들의 순서를 밝혀 바로잡고, 미공개 편지 두 편을 새롭게 발굴했으며, 일본어 편지를 양억관이 새로운 감각으로 번역하고, 이중섭의 행로를 따라 편지를 네 장으로 나눠 묶어 이중섭의 이야기를 복원해냈다. 이 책은 화가 이중섭이 전쟁과 가난으로 이별해야 했던 아내와 두 아들,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그의 그림과 함께 실은 것이다. 이산의 시절, 환희와 절망의 삶을 살다 간 천재 화가 이중섭의 예술 세계, 그리고 가족을 향한 애달픈 영혼의 목소리는 자필 편지 위에 수놓아졌다. 이제 우리는 그가 남긴 편지와 그림을 통해 비운의 삶을 살았던 한 화가의 불꽃같았던 예술혼에 한 걸음 다가간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모든 것을 바쳐 하나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어요. 예술은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라오.”
- 1954년 12월의 편지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이중섭의 편지는 대부분 아내 이남덕(마사코)와 두 아이 태현과 태성에게 보낸 것이며, 조카 이영진, 정치열과 박용주 등 지인에게 보낸 편지가 각각 한 편씩이다. 이중섭은 1952년 한국전쟁 통에 지독한 가난을 피하기 위해 일본인 아내 마사코(남덕)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후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부인에게 쓴 편지 중 지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서른아홉 통이다. 여기에 두 아이에게 보낸 편지까지 합하면 60여 통이 넘는다. 가족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일본어로 쓰였는데, 일본어에 익숙한 아내와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일한 번역가로 손꼽히는 양억관이 이 일본어 편지들을 우리말로 옮겨 행간에 담긴 이중섭의 숨결을 되살렸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두 편을 새롭게 싣고, 편지들의 날짜를 확인해 제 순서를 되살리고, 이중섭의 행로를 따라 부산, 통영, 서울, 대구의 네 장으로 나눠 이중섭의 이야기를 복원해냈다. 또한 연애 시절 보낸 그림엽서, 드로잉, 은박지그림, 유화 등을 제작과 발표 연대에 맞춰 배치하고 편지 원문을 함께 두어 독자들이 화가 이중섭의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중섭에 관한 가장 정평한 연구자에 의해 이중섭을 복원하다
이중섭의 부인이 남편이 보낸 편지를 처음 공개한 것은 1970년대 말이다. 이 편지들은 1980년에 처음 번역된 이래로 많은 독자에게 꾸준히 읽히며 감동과 사랑을 전하고 이중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편지가 공개될 당시 발신일을 따로 정리하지 않고 부주의하게 봉투와 편지지를 분리해버렸고, 날짜가 확인되지 않은 편지가 적지 않았던 탓에 편지의 순서도 뒤섞이고 말았다. 순서가 엉킨 글은 당연히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작품의 제작연도와 전시의 순서 등에 관해 오해와 억측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최석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를 바탕으로 이중섭이 편지를 보낸 날짜와 내용을 확인해 발신 순서에 맞춰 배열하고 부인과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두 편을 새롭게 더해 화가 이중섭의 이야기를 복원했다. 가족에게 쓴 편지와 지인에게 쓴 편지를 나누지 않은 것도 그편이 그 무렵 이중섭의 상황과 감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서이다. 예를 들어, 새롭게 공개되는 1955년 2월 20일자 편지는 부인에게 전시가 성공했고 수금도 잘 되고 있음을 알린다. 그런데 2월 22일에 시인 박용주에게 보낸 편지에는 전시의 수금이 잘 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두 편의 편지를 연달아 읽고 나면 부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곧 가족을 다시 만날 희망을 버리기도 싫었던 이중섭의 심경이 잘 드러난다. 이후 대구 전시를 실패한 이중섭은 실망과 분노, 영양부족이 겹쳐 몹시 쇠약해지고 만다. 이런 이야기의 복원이 독자로 하여금 왜 마지막 시절의 이중섭이 그토록 절망하게 되는지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부산, 통영, 서울, 대구 — 삶의 행로에 맞춘 네 개의 장
이 책은 이중섭이 지낸 장소에 따라 크게 ‘부산, 통영, 서울, 대구’의 네 장으로 편지를 나눠 담았다. 편지를 네 장으로 나눈 이유는 이중섭의 삶과 작품의 모습이 우연찮게도 그가 그림을 그리며 머물렀던 곳과 겹쳐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탓이다. 각 장의 시작부에는 당시 이중섭의 생활과 그 무렵 그렸던 그림 등의 상황을 설명해두어 독자가 편지에 담기지 못한 저간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림의 배치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연애 시절 보낸 그림엽서, 초기의 드로잉, 부산과 제주 시절에 주로 그린 은박지그림, 유화 등을 발표 연대에 맞춰 총 78점을 배치해 이중섭의 화풍의 변화와 당시의 감정 상태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를테면 그림 그리기에 가장 안정된 시기였던 통영 시절에 이중섭은 <떠받으려는 소>, <노을을 등지고 울부짖는 소> 등의 소를 그린 대표작을 완성하고 풍경화를 즐겨 그렸다. 반면에 이중섭이 말년에 그린 소들은 힘과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듯 위태로우며, <돌아오지 않는 강>과 같은 작품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예감한 듯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잘 구성된 그림과도 같은 자필 편지의 도판을 번역문과 함께 놓아 이중섭의 편지에 담겨 있는, 문장으로 다하지 못한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부록으로 미술평론가 최석태가 공들여 작성한 연보를 더해 이중섭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정서를 잃지 않은 아름다운 문장, 번역의 힘
이중섭은 부인과 아이들에게 일본어로 편지를 보냈다. 문장을 잇지 못하고 연신 이어지는 말줄임표와 계속 반복되는 어휘 등은 이중섭의 일본어 실력이 그의 복잡한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또한 기분에 따라 마구 휘갈겨 쓰거나 격한 마음을 표현할 길 없어 한글을 쓴 부분마저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꽤 다혈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번역가 양억관은 식민지 시대와 전쟁의 혼란기를 살았던 이중섭의 글들을 지금 시대 독자에게 잘 읽힐 수 있게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옮겼다.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다 바치는 사람의 갈피를 잡기 힘든 심경은 그 정서와 맥락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독성 있는 문장들이 되었다.
이중섭에게 편지는 그의 혼이고 살이었다. 편지에 그린 그림처럼 황소가 끄는 소달구지에 가족을 태워 남쪽 나라로 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것, 그래서 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은 이중섭 개인뿐 아니라 한국의 미술계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화공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예술에 대한 가없는 열정을 독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기를 바란다.
지은이 | 이중섭(李仲燮, 1916~1956)
이산의 시절, 환희와 절망의 삶을 살다 간 천재 화가. 어릴 때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원산과 도쿄, 부산과 제주, 통영, 서울과 대구에 이르는 삶의 행로마다 전통과 현대를 포용하면서도 강렬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가 되기를 애타게 바랐지만, 그의 염원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견딜 수 없이 큰 그리움과 절망은 그의 육신을 앗아갔다. 그러나 그는 힘차고 대담한 터치와 탄력적이고 단순화된 형태, 선명한 원색이 두드러진 작품들을 통해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 잡았다. 그가 연인 마사코(남덕)에게 글 없이 그림만 그려 보낸 수많은 엽서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쓴 편지는 그의 예술을 반영하는 창이자 그의 예술혼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열쇠이다. 편지 속의 이중섭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새로운 예술표현을 찾아 헤맨 정직한 화공이었고, 세상에 더없을 만큼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였으며, 두 아이를 그리워한 아버지였다.
옮긴이 | 양억관
번역가. 『노르웨이의 숲』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69』 『용의자 X의 헌신』 『코인로커 베이비스』 『제로의 초점』 『메멘토 모리』 『패왕의 가문』등을 번역했다.
기획 | 최석태
부산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공부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이중섭의 그림 전시와 인터넷 사이트를 기획하고, 이중섭에 관한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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