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스톨의 거리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에 이르는 그라피티를 통해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발자취를 쫓는다. 이 책은 지명수배자이면서 유명 예술가로 절대 자신을 공개하는 법이 없었던 작가 스스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담긴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책소개
베일에 가려진 아티스트, 모든 것을 공개하다!
『WALL AND PIECE』(월앤피스)는 ‘게릴라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에 관한 책이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뱅크시는 그래피티를 통해 기성의 관습이나 권력화된 제도, 자본주의에 물든 미술계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비롯해 유수의 미술관 등지에서 자신의 작품을 무단으로 전시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브리스톨의 어느 거리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에 이르기까지 그래피티를 통한 그의 발자취를 쫓아간다. 특히 그의 작품을 흉내 낸 위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와중에서도 절대로 자신을 공개하는 법이 없었던 뱅크시 스스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피티, 범죄인가? 예술인가?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그래피티는 항상 공공기물을 무단으로 파손하는 범죄라는 비난과 함께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권위에 저항하는 예술이라는 평가를 함께 받아왔다. 그리고 그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언제나 뱅크시가 있었다. 실제로 현재 뉴욕에서 그는 지명수배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단지 기성의 관습과 권력화된 제도에 대항해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래피티라는 ‘무기’를 들고 일어선 것뿐이라고 말한다.
뱅크시의 작품들을 가지고 옳고 그름의 문제로 입씨름하는 것은 어쩌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 자신의 작업은 그저 낙서에 지나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단지 자신의 낙서를 통해 ‘당당하게 희망을 가져라’고 말할 뿐이다. 권력 앞에서 앉아서 당하지 말고, 맞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것을 그는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뱅크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메시지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저항’과 ‘희망’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절망과 좌절에 빠진 지금의 대한민국,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재수 없어서 꼬리가 밟히게 되면, 결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토니 블레어나 케이트 모스 같은 이들과 함께 시답잖은 전시회 테이프나 끊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당할 수도 있다. 그건 길거리에 몰래 낙서나 그림을 그리는 짓을 해서 얻는 흥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후다닥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담배를 입에 문 채 소파에 느긋이 앉아서 그들은 절대 나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즐기는 건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이다. 그건 정말이지 섹스나 마약보다도 훨씬 더 나를 흥분시킨다.” - 뱅크시
그래피티, 범죄인가? 예술인가?
#1 경찰청은 최근 지하철 전동차나 빌딩의 벽면에 몰래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경찰의 엄벌 방침은 최근 국내에 그래피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하철 차량기지를 비롯한 주요 교통시설 차고지, 공장지대, 오래된 빌딩 밀집지 등 그래피티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심야시간대 예방 순찰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2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리의 테러리스트, 뱅크시
어떤 이들은 그를 ‘아트 테러리스트’라 부른다. 또 어떤 이들은 ‘게릴라 아티스트’라 부르기도 한다. 어떤 의미이든 간에 썩 유쾌한 표현은 아니다. 그만큼 세상은 그를 두려워하고, 또 경계한다.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벌이는 일들은 언제나 논란을 불러온다. 허락도 없이 남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미술관에 무단으로 그림을 건다. 공권력을 비웃고, 심지어 여왕 폐하마저 모독한다. 어느 누가 이런 짓들을 하면서 감히 얼굴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 한편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의 그래피티가 그려진 담벼락을 그대로 떼어내 경매에 붙이고, 부자들은 서로 그의 작품을 구입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 그의 그래피티가 그려진 곳은 주민투표를 통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그래피티는 싸구려 예술이 아니다.”
뱅크시의 캔버스는 전 세계의 담벼락이다. 브리스톨의 어느 거리에서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까지,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래피티를 남긴다. 그리고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기성의 관습과 권력화된 제도, 평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 상업주의와 결탁한 미술계 등 기득권의 모든 행태에 대해 정면으로 저항한다. 그래피티란 결국 담벼락을 더럽히는 낙서가 아니냐는 편견에 대해서도 그는 힘주어 말한다. 정작 우리 주변을 더럽히는 건 그래피티가 아니라, 바로 기업의 광고라고.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상품을 강요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광고로 도배하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공공 기물 파괴자’가 아니겠냐며 반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마치 가장 어리석고 불공정한 경주를 하는 경기장과도 같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뱅크시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질서와 명령을 어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질서와 명령에 순응해 폭탄을 투하하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이 진짜 범죄라고 그는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 앞에서 뱅크시는 당당하게 그래피티를 그려 넣는다. 풍선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가는 소녀를 그리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그렸다. 사다리를 그려 누구나 그 벽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있어 진짜 범죄자들은 바로 사람들을 가두는 거대한 벽을 만들고 폭탄을 투하하는 국가와, 소비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기업들, 자본주의와 결탁해 예술을 재벌들의 수집품으로 전락시키는 미술계,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하는 기성 제도와 권위 그 자체인 것이다.
“사람들은 나를 아주 좋아하는 게 아니면 매우 싫어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거나.”
그렇기에 뱅크시의 작품들은 더욱 더 전복적으로 다가온다. 경찰과 군인을 조롱하는 그림을 그리고, 기존의 광고들을 비틀며, 미술관에 도둑 전시를 하고, 명작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댄다(물론, 복제본이다. 그는 진짜 테리리스트가 아니기에). 이것이 바로 세상이 그를 단순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만 보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뱅크시의 작품에는 그만의 독창성과 예술성, 그리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관광객들은 런던 시내를 투어하며 그의 작품들을 둘러본다. 주민투표를 통해 그의 작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경찰들은 그의 작품을 보호하기까지 한다. 지명수배자인 동시에 인기 아티스트까지, 뱅크시를 향한 아이러니한 평가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상을 향해 꽃을 던져라
뱅크시의 작품들을 가지고 옳고 그름의 문제로 입씨름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작업은 그저 낙서에 지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메시지는 어차피 전달되었기 때문에 지우는 것이 맞으며, 또한 지워져야만 다시 새로운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뱅크시는 세상이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단지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낙서’라는 무기를 손에 든 ‘게릴라’일 뿐이다. 다만 이 게릴라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재산을 빼앗고 속이지 않는다. 절망을 안겨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희망을 이야기한다. 세상이 강요하는 대로 ‘앉아서 당하고 있지 말라’고. 맞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라고. 우리 스스로의 느낌을 무시하지 말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이것이 바로 ‘거리의 테러리스트’ 뱅크시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메시지이다.
지은이 | 뱅크시
뱅크시는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본명 로버트 뱅크스, 1974년 영국 브리스톨 출생으로 추정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이다. ‘게릴라 아티스트’ 또는 ‘거리의 아트 테러리스트’ 등으로 불리며, 그래피티를 통해 기성의 관습이나 권력화된 제도, 그리고 자본주의에 물든 미술계 등을 비판하고 있다. 2005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지에서 자신의 작품을 무단으로 전시하고 이를 동영상에 담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로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으며, 이 영화로 2010년 제23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다큐멘터리상, 2011년 인디 스피릿 어워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손정욱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매체를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에 설립된 디자인 전문회사 웬즈데이(주)의 대표와 도서출판 세리프의 발행인 겸 편집장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친환경북디자인연구소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파주에 있는 1인출판협동조합의 부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14년부터 그가 만든 첫 스타트업 기업 웬즈데이커머스(주)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목차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