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화동의 계단벽화 훼손사건은 지속해 온 공공미술의 논란을 다시 부각시켰다. 공공과 미술의 만남은, 미술의 원형이 공공미술에 있지만 역사의 갈래에서 생긴 성격 차이로, 논쟁을 계속해왔다. 편자는 80년대 중엽 이후 견해와 의견 차이에 의해 생산된 공공미술에 대한 주요 글들을 엮었다. 먼저 공공미술이 무엇인지 ‘공공과 미술’로 시작해서 천여 명의 탄원서 등으로 결국 철거된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와 그 이후를 통해 ‘공공미술의 딜레마’를 보인다. 이어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물> 등 기념물 혹은 추모물로 ‘전쟁의 기억’이란 주제를 끌어낸다. 그 외의 관련 글은 ‘또 다른 공공미술’로 묶였다.
『공공미술』은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석ㆍ박사 과정의 제자들과 20여 년을 지속해 온 읽기 모임을 통해 번역하고 엮어 출간해 온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시리즈이다. 1999년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002년 『전시의 담론』, 2009년 『페미니즘과 미술』에 이은 네 번째 마지막 주제이다. 책머리에 함께 읽고 배우며 결실을 이뤘다는, 느슨하고 유동적인 이 모임의 지속이유 끝에는 지식의 공유를 통해 독자들이 얻은 기쁨을 더해야 한다. 국내 번역가의 참혹한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제 현대미술포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모임의 다음 행보는 현재 당면한 우리 미술의 집필이다. 그 행로를 응원한다.
책소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윤난지 교수가 석박사 과정의 제자들과 ‘읽기모임’을 통해 출간해 온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시리즈 4권째 마지막 주제인 ‘공공미술’에 관한 주요 텍스트 23편을 번역해 엮은 책이다.
‘미술을 위한 미술’이라는 모더니즘 신화를 벗어나 미술을 다시 공공의 지평에 위치시키려는, 혹은 공공의 입장에서 미술을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부상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많은 실천적 사례들을 통해 구현되어 왔다. 공공미술이 제작되고 이를 위한 제도들이 마련된 것인데, 이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쟁들도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책은 1980년대 중엽 이후에 부상한 이런 논쟁들, 즉 서로 다른 입장들과 의견들의 부딪침이 필연적으로 생산될 수밖에 없는 공공미술에 대한 주요 텍스트들을 엮은 것이다. 이들은 결국 ‘공공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화두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내포한 모순과 역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향해야 할 비전 등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를 네 개의 범주로 분류해 엮었다.
Ⅰ. 공공과 미술
우선 첫 번째 장은 공공과 미술의 관계와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조명하는 글을 엮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글은 주제의 성격상 미술사학자나 비평가들에 의해서뿐 아니라 미학이나 문학 등의 영역에서 문화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에 의해서도 쓰인다.
●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시간, 장소, 그리고 의미 - 힐데 하인
● 일시성과 공공미술 - 패트리샤 필립스
● 관계의 미학 - 니콜라 부리오
● 공공미술과 그것의 유용 - 로잘린 도이치
● 개코 원숭이, 펫 락, 그리고 폭탄의 위협: 공공미술과 공공의 인식 - 헤리엇 세니
● 동성애자 해방을 주제로 한 조지 시걸의 조각과 공공의식의 성 정치학적 애매성 - 조셉 디스폰지오
Ⅱ. 공공미술의 딜레마: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공공미술의 딜레마를 드러내는 표본이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1981년에 ‘건축 속의 미술(Art in Architectur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맨해튼의 연방정부 청사 앞 광장에 설치되었다가 긴 논쟁 끝에 1989년에 철거된 이 조각은 그 자체가 현대 공공미술에 대한 일종의 기념물이 되었다. Ⅱ장에는 이 작품을 둘러싼 많은 논쟁 중 대표적인 것을 엮었다.
● 〈기울어진 호〉: 공공의 적? - 로버트 스토어
● 장소-특정성의 재정의 - 더글라스 크림프
● 예술과 검열 - 리처드 세라
● 공공미술과 공공의 공간: 〈기울어진 호〉 논쟁의 스펙터클 - 그렉 호로위츠
● 공공미술 논쟁: 세라와 린의 사례 - 마이클 켈리
● 〈기울어진 호〉 이후 - 헤리엇 세니
Ⅲ. 전쟁의 기억: 기념물 혹은 추모물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예이자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것이 전쟁기념물일 것이다. 전쟁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영웅의 업적을 찬양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전쟁기념물은 인류의 역사와 부침을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20세기 후반에는 그 의미와 형식이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쟁들 또한 표면화된다.
●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물과 워싱턴 몰 - 찰스 그리즈월드
● 남겨진 물건들, 기억된 개인들 - 헤리엇 세니
● 미국의 홀로코스트 추모물: 과정으로서의 공공미술 - 제임스 영
● 반(反)기념물: 오늘날 독일의 기억에 반하는 기억 - 제임스 영
Ⅳ. 또 다른 공공미술
지금까지의 내용이 공공미술의 개념과 그 사례들을 둘러싼 논쟁들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Ⅳ장은 기존의 예들과는 또 다른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 뒷문을 통하여: 공공미술에 대한 대안적 접근들 - 버지니아 막시모비츠
● 투쟁 벽화: 정치예술 공원 만들기 프로젝트 - 에바 콕크로프트
● 두 개의 시선, 그리고 뜻밖의 연관성: 헬렌과 뉴턴 해리슨 - 알린 레이븐
● 수잔 레이시: 사회개혁자로서의 마녀 - 모이라 로스
● 균열적 공간 - 수잔 레이시
● 문화적 순례들과 은유적 여행들 - 수잔 레이시
● 그러나 이것이 예술인가: 행동주의로서의 예술정신 - 니나 펠신
이상에서와 같이, 이 책에 엮인 글들은 공공미술의 개념과 그 문제점을 둘러싼 논의들, 그 구체적 사례들, 그리고 새로운 공공미술을 제안하는 목소리들이다. 그 목소리들은 결국 ‘공공과 미술의 만남’을, 그 종류와 방법을, 그것이 내포한 의미와 문제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이 만나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한다. 공공과 미술의 ‘만남?’에서 ‘만남!’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들인 것이다. 우리는 이 글들을 읽으며, 공공장소는 고정된 ‘물리적 장소(physical space)’라기보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교차하는, 따라서 끊임없이 유동하는 ‘담론적 장소(discursive space)’임을, 그리고 공공미술은 이를 만들어 가는 열린 과정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엮은이 | 윤난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 사회학과, 미술사학과 석사과정을 거쳐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석주미술상(평론 부문), 2007년 석남미술이론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현대미술의 풍경』 『추상미술과 유토피아』 등이 있으며, 『20세기의 미술』 『현대조각의 흐름』 등을 번역했다.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와 『전시의 담론』을 편역했고 「단색조 회화의 다색조 맥락: 젠더의 창으로 접근하기」 등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목차
책머리에 5
엮은이 해제: 공공과 미술의 만남?! / 윤난지 11
Ⅰ. 공공과 미술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시간, 장소, 그리고 의미 - 힐데 하인 / 이장은 27
일시성과 공공미술 - 패트리샤 필립스 / 장유리 41
관계의 미학 - 니콜라 부리오 / 최정원 53
공공미술과 그것의 유용 - 로잘린 도이치 / 박장민 69
개코 원숭이, 펫 락, 그리고 폭탄의 위협: 공공미술과 공공의 인식 - 헤리엇 세니 / 임수진 84
동성애자 해방을 주제로 한 조지 시걸의 조각과 공공의식의 성 정치학적 애매성 - 조셉 디스폰지오 / 오유진 94
Ⅱ. 공공미술의 딜레마: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기울어진 호〉: 공공의 적? - 로버트 스토어 / 조아라 117
장소-특정성의 재정의 - 더글라스 크림프 / 박소현 138
예술과 검열 - 리처드 세라 / 박미연 168
공공미술과 공공의 공간: 〈기울어진 호〉 논쟁의 스펙터클 - 그렉 호로위츠/ 이순령 178
공공미술 논쟁: 세라와 린의 사례 - 마이클 켈리 / 전유신 193
〈기울어진 호〉 이후 - 헤리엇 세니 / 이슬비 212
Ⅲ. 전쟁의 기억: 기념물 혹은 추모물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물〉과 워싱턴 몰: 정치적 도상학에 대한 철학적 고찰 -찰스 그리즈월드 / 김나정 247
남겨진 물건들, 기억된 개인들:〈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물〉에서의‘ 기억을 현실로 만들기’ - 헤리엇 세니 / 박소희 286
미국의 홀로코스트 추모물들: 과정으로서의 공공미술 - 제임스 영 / 주은정 296
반(反)기념물: 오늘날 독일의 기억에 반하는 기억 - 제임스 영 / 김희경 314
Ⅳ. 또 다른 공공미술
뒷문을 통하여: 공공미술에 대한 대안적 접근들 - 버지니아 막시모비츠 / 송연승 349
투쟁 벽화: 정치예술 공원 만들기 프로젝트 - 에바 콕크로프트 / 김효정 364
두 개의 시선, 그리고 뜻밖의 연관성: 헬렌과 뉴턴 해리슨 - 알린 레이븐 / 정인진 374
수잔 레이시: 사회 개혁자로서의 마녀 - 모이라 로스 / 김의연 391
균열적 공간 - 수잔 레이시 / 박윤조 412
문화적 순례들과 은유적 여행들 - 수잔 레이시 / 박미현 429
그러나 이것이 예술인가?: 행동주의로서의 예술정신 - 니나 펠신 / 박미연 443
원전 469
필자 약력 472
역자 약력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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