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래 나혜석 연구를 계속해온 저자가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그간 적은 나혜석 문학세계에 관한 연구를 묶었다. 그의 문학작품을 찾고-이해하고-해석하는, 세 단계 연구 과정을 통한 글들은 나혜석 문학작품 발굴에 대한 글을 비롯하여 전반에 녹아있는 그의 페미니스트 철학 관련 연구와 미술까지 여러모로 조명했다.
책소개
한국 최초의 본격 페미니스트 작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문학활동에 초점을 맞춘 『나혜석 문학 연구』가 <푸른사상 학술총서 36>으로 출간되었다. 근대소설의 발상기였던 1910년대에 이미 완성된 형태의 단편소설을 집필했던 나혜석,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등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했던 그의 문학세계, 문학을 통해 확인되는 예술성 등, 여성주의 문학을 주로 연구해온 저자 서정자 교수의 나혜석론이 실려 있다.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요란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 나혜석. 그러나 나혜석은 한국 여성 문인 1세대로서 「경희」와 「회생한 손녀에게」 같은 소설과 시,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을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삶과 사상, 그리고 작품 활동에서 확고한 여성주의로 일관했던 최초의 본격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서정자 교수의 『나혜석 문학 연구』는 그러한 나혜석의 문학세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연구서이다.
나혜석의 단편소설 「경희」와 「회생한 손녀에게」를 발굴하고 쓴 「나혜석 연구」,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처녀작을 추적한 「나혜석의 처녀작 「부부」에 대하여」 등 나혜석의 작품 발굴에 대한 글을 비롯하여, 나혜석 문학작품을 페미니즘적으로 분석한 글, 문학작품을 통해 화가로서의 나혜석을 다시 발견한 글, 나혜석의 문학세계에 대한 본격적 분석, 편지와 수필을 통해 나혜석의 심리를 추적한 글 등 나혜석 문학이 다각도로 조명되어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1987년부터 햇수로 30년, 그동안 쓴 나혜석 문학 연구의 글을 모아 탄생 120년을 기념하여 묶어본다. 30년이면 긴 세월 같지만 70년간 스캔들의 주인공으로만 회자되었던 나혜석에게는 작가로, 그 문학세계를 따로 논할 수 있게 복권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바빴던 시간이었다. 단편 「경희」와 「회생한 손녀에게」가 발굴되고 나혜석 문학을 이해하고 깊이 해석하게 되면서 나혜석은 한국 여성주의 문학의 보물 1호이자 100년을 앞서간 진정한 의미의 선구자로 이 시대에 우뚝 섰다. 나혜석 연구는 문학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화가, 독립운동가, 작가, 여성해방사상가 등 인간 나혜석을 연구한 저서는 평전이 주를 이루었다.
한국 최초의 본격 페미니스트 작가가 나혜석이다. 여성작가가 쓰는 소설은 필연적으로 페미니즘 문학을 낳게 되어 있는 것이 근대 여성문학의 특징인데 나혜석의 경우, 페미니즘 소설을 쓴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고 스스로 검증하며 자기의 삶을 그에 따라 산 작가는 나혜석이 유일하다.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이루어온 부르주아지가 발명해낸 모럴 감각 중의 하나가 스캔들이다. 이 계급은 스캔들을 통해 그들 계층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징계했다. 나혜석은 징계되었고 매장되었다. 그런 그가 호명되었고 살아났다.
나혜석 연구는 지난 30년 동안에 크게 신장됐다. 페미니즘 문학의 열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페미니즘 시대는 젠더 시각으로 시야를 넓히는 새로운 시대로 급격히 이행해갔다. 지난 30년 나혜석 문학 연구는 실로 페미니즘 이론의 눈부신 변화를 좇아가기에만도 겨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혜석은 국내도 중국도 세계도 많이 돌아다닌 데 못지않게 책을 많이 읽은 것으로 보인다. 솔직하고 정직한 그의 영혼은 자기가 체험한 것을 정시했으며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남다른 결론에 이르고 실행에 나아갔다. 나는 나혜석의 솔직성과 정직함을 존경한다. 나혜석을 선입견 없이 그 자체로 보려고 노력했다. 나영균 교수의 “나혜석은 끝까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후회하지도 않았다.”는 증언을 듣고 그러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럼에도 나혜석의 작품을 발굴하고 관심을 가진 다음 30년이나 지났는데 겨우 논문 십수 편이라니 부끄럽지만(일부는 수록 제외) 그만큼 페미니스트 나혜석의 복권이 이루어진 것이니 보람 있게 생각한다.
나혜석에게는 힘이 있다. 나혜석의 단편 「경희」와 「회생한 손녀에게」를 발굴하여 학계에 보고할 때의 일이다. 부산, 대전, 서울의 교수들이 한국여성문학연구회를 창립하여 학술대회를 갖게 되었는데 내게 홍보를 맡으라고 강권하여 창립 학술대회 발표 자료를 전달했는데 하나같이 나혜석 논문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가 됐다. 오해를 받아 심포지엄 장에서 발표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던 기억이 새롭다. 나 역시 당황하였으므로 유구무언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혜석은 실로 보도가치로서 일등급, 특종이었던 것이다. 나혜석은 힘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야 깨달은 진실이다. 나혜석이 가진 힘이 무엇인가. 그것을 구명하는 것이 우리 연구자에게 주어진 사명인지도 모른다. 나혜석을 위한 변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말한 바 “한 걸음의 전진을 이루려면 한 세기 전체가 지나가야 한다.”
지은이 | 서정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한국 근대 여성소설 연구』 『한국 여성소설과 비평』 『우리 문학 속 타자의 복원과 젠더』 『박화성 한국 문학사를 관통하다』(공저) 『디아스포라와 한국문학』(공저) 등, 수필집으로 『여성을 중심에 놓고 보다』, 편저로 『한국여성소설선 1』 『원본 나혜석 전집』 『박화성 문학전집』 『지하련 전집』 『강경애 선집-인간문제』 『김명순 문학전집』(공편) 등이 있다. 나혜석학술상, 숙명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초당대학교 교수, 초당대학교 부총장, 나혜석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2016년 현재 초당대학교 명예교수, 학교법인 초당학원 이사, 박화성연구회장, 한국여성문학학회 고문이다.
목차
· 책머리에|나혜석은 힘이 있다
제1부 나혜석 단편의 문학사적 가치
나혜석의 처녀작 「부부」에 대하여:최초의 여성작가론
1. 들어가며
2. 『여자계』 창간호
3. 나혜석의 소설 「부부」
4. 1910년대 소설과 부부 문제
나혜석 연구:단편 「경희」, 「회생한 손녀에게」 발굴 보고
1. 들어가며
2. 나혜석의 1910년대 단편소설
3. 나혜석 단편의 문학사적 가치
제2부 나혜석의 문학세계
나혜석의 문학세계와 그 위상
1. 그림과 글쓰기, 나혜석의 두 날개
2. 나혜석의 문학세계와 그 위상
3. 마무리하며
제3부 이미지비평과 여성소설
가사노동 담론을 통해서 본 여성 이미지:1910~1970년대 여성소설을 중심으로
1. 여성의식과‘ 문화적 틈새’
2. 감추어진 여자, 시월이
3. 서사의 중심으로 온 어멈
4. 부엌이 없는 여자들
5. 마무리하며―어멈이 사라진 소설의 의미
제4부 문학에 나타난 나혜석의 그림
나혜석의 문학과 미술 이어 읽기
1. 들어가며
2. 나혜석의 글에서 찾아본 나혜석의 예술
3. 빛의 화가 나혜석
제5부 나혜석의 여성비평과 인문정신
선각자 나혜석의 도전과 인문정신:여성비평의 형성과 전개를 중심으로
1. 나혜석의 인문정신, 그 고유명사를 위하여
2. 선각자 나혜석의 도전과 인문정신
3. 선각자 나혜석의 인문정신―결론을 대신하여
제6부 나혜석과 주변인물
나혜석과 일엽 김원주:나혜석과의 관련을 따라 살펴본 김일엽의 생애와 사상
1. 김일엽·『신여자』·그의 사상 다시 읽기
2. 김일엽의 생애와 사상
3. 마무리하며―남은 문제들
뿌리 뽑힌 여성과 관대한 사회:『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화혼 판위량』 그리고 나혜석
1. 디아스포라를 선택한 여성들
2. 판위량의 극적인 생애
3. 수잔 브링크와 그 어머니
4. 나혜석의 마지막 카드
5. 뿌리 뽑힌 여성과 관대한 사회
제7부 나혜석이 남긴 마지막 말
편지를 계기로 다시 본다:나혜석의 암흑기, 그 분노의 수사학
1. 들어가며
2. 나혜석의 편지와 분노의 수사학
3. 「해인사의 풍광」 다시 보기
4. 나혜석의 암흑기와 박화성의 증언
5. 마무리하며
제8부 나혜석과 일본 체험
도쿄 심포지엄 참가기:「식민지기 조선 문학자의 일본 체험에 관한 총합적 연구」
1. 나혜석을 주제로 대화하다
2. 나혜석의 동경 유학과 근대
3. 정월(晶月)의 사상과 예술
4. 나혜석 연구의 새 방향
에구사 미츠코(江種滿子) 교수와의 대담
최승구의 학적부와 나혜석의 졸업앨범
1. 나혜석 연구와 자료 발굴
2. 모모야마학원 사료실
3. 최승구의 학적부
4. 나혜석의 졸업앨범
· 발표지 목록
· 참고문헌
· 나혜석의 작품 목록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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