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부산ㆍ제주ㆍ진주ㆍ통영ㆍ대구ㆍ서울행으로 만난 작가 이중섭의 남겨진 흔적을 통해, 인간이며 화가인 그 본연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노력하며 기록했다. 특정 시기나 파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 생애를 짚어가며, 인생의 어느 순간이건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현장과 접붙여 전한다.
책소개
“나는 어떠한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걸으며 그림을 그립니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60주년
서울에서 통영, 부산 제주, 그리고 일본 도쿄, 화가 이중섭의 삶과 사랑, 예술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대표작 <흰 소>, <싸우는 소>, <길 떠나는 가족>을 비롯한 60여 점 수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화가 중 하나인 이중섭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화가, 비운의 삶을 살다 요절한 예술가, 미쳐버린 천재화가, 한국의 반 고흐.” 이중섭을 수식하는 여러 말들로 인해 우리는 이미 그를 다 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린 ‘소’ 그림과 그의 극적인 삶은 그 자체로 신화가 되었고, 그로 인해 실제 이중섭의 삶과 작품에 그 이상의 호기심을 보이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찾지 않기에 이르렀다.
스무 살 무렵 실제 <흰 소>를 처음 보고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은 저자는 탄생 100주년, 사망 60주년을 맞은 올해 이중섭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던 편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이중섭을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했다. 100년의 시간 동안 ‘이중섭’이라는 이름 위에 켜켜이 쌓인 신화의 무게를 걷어내고, 인간 이중섭과 화가 이중섭의 본연의 모습을 살펴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이중섭의 삶과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그의 흔적을 찾아 직접 기행을 떠났다. 여정은 이중섭이 태어나고 자란 평안남도 평원을 제외하고 도쿄에서 부산, 제주, 진주, 통영, 대구, 서울로 이어진다. 저자는 그가 머물렀던 곳들을 직접 거닐고 숨결을 느끼며 이중섭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신격화를 경계하며 객관적이되 인간적인 시선으로 이중섭의 민얼굴을 보여준다.
이중섭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매 고비마다 그가 겪었을 고뇌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오롯이 대면하게 된다. 예술가로서의 이중섭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오직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며 외로운 시간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견뎌낸 이중섭의 짧고 강렬한 생애와 그가 남긴 위대한 예술을 통해 그를 수식하는 말들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신화는 계속된다.
40년 삶의 궤적 속에서 되살아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중섭
기록이나 증언을 바탕으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곳을 직접 따라가면서 한 인물을 추억한다는 것은 색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이중섭이 동료 화가, 문인들과 마음을 나누던 부산의 다방, 가족과 뒹굴며 짧지만 행복한 한때를 보낸 서귀포의 단칸방, 가족과 헤어져 그리움으로 나날을 보내던 부산의 판잣집, 바다를 보며 외로움을 달래던 통영 등 곳곳에 남아 있는 그의 흔적들을 더듬다보면 어느새 이중섭이 옆자리에 함께 있는 듯 생생함이 전해진다.
이중섭은 40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일제식민지배, 해방, 전쟁, 분단이라는 굴곡진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유랑하며 살아야 했다. 가족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라 부산과 제주를 옮겨 다니며 지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고,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에 보낸 후 남은 생애 내내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살다가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다. 끔찍이도 아끼는 가족, 특히 부인 이남덕을 향한 순정과 그리움은 기행 내내 우리의 마음을 애달프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중섭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족적을 밟아가며 그를 온전히 느껴본다. 저자는 그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 가운데 사실과 추정을 교차해가며 이중섭의 진짜 삶에 더욱 가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랑하고 외로워하고 그리워하는 인간 이중섭의 모습을 통해 그를 더욱 가깝고 편안하게 느끼는 순간 우리는 그의 신화가 단순한 거품이 아닌 실체로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이중섭의 그림과 신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과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그림이다. 이 책에는 그의 인생 여정과 함께 수많은 그림과 이중섭의 사진,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 편지 등 다채로운 이미지가 담겨 있다. 저자는 특히 그가 평생에 걸쳐 애착을 갖고 그렸던 ‘소’를 중심으로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하여 그가 유독 소를 많이 그린 이유와 그 과정을 들려준다. 또한 소 다음으로 많이 그린 소재인 아이들과 게, 새, 바다 등의 모티브들을 소개하고, 작품에 담긴 이중섭과 삶의 애환과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함께 설명한다.이중섭은 힘들 때나 외로울 때, 즐거울 때나 슬플 때 언제나 그림을 그렸다. 평생의 친구였던 시인 구상은 이중섭을 회상하며 “판잣집 끝방,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노동을 하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그렸다.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도 그렸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충무,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漂浪) 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고 했다. 이처럼 그의 생은 그림과 분리될 수 없다. 이중섭이 남긴 수많은 그림 속에는 그의 인생과 아이처럼 순수한 감정,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저자는 특정 시기나 파편적인 이야기, 혹은 드라마틱한 인생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의 전 생애를 되짚어가며 그의 삶과 예술을 살펴본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증언,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 우리는 저자의 시선을 통해 이중섭이 표랑하였던 삶의 현장에서 직접 당시의 분위기와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지은이 | 허나영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마쳤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목원대학교 등에 출강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KBS 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양한 매체와 공간에서 보다 대중적인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이 된 여인』,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 『화가 vs 화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아트폼즈』, 『꼭 읽어야할 예술비평용어 31선』 등이 있다. 그 외에 국립현대미술관 웹진 [ARTMU] 등 여러 매체에 미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우리가 아는 이중섭은 과연 누구인가
1 루네쌍스 다방의 화가들
전쟁 속에서도 예술은 죽지 않는다 | 밀다원 시대의 예술가들 | 범일동 판잣집에 외로운 몸을 누이다
2 반도에서 온 천재화가
소년, 그림을 시작하다 | 청년, 예술가로 성장하다 | 예술가, 뮤즈를 만나다 | 동방의 루오가 도쿄에 있었다 | 격랑의 시대, 다시 고향으로
3 전쟁에 휘말린 소
새로운 가족을 꾸리다 | 전쟁의 발발과 영원한 이별 | 남쪽으로, 더 남쪽으로 소는 떠난다
4 행복의 도원을 향하는 소달구지
길 떠나는 가족 | 무릉도원 속 아이들 | 섬이 보이는 풍경 | 다시 떠날 때가 되었다 |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5 가족을 향한 황소의 울음
바다를 사이에 둔 그리움 | 1년 만에 허락된 일주일 | 새로운 바다를 그리다 | 걷고 싸우고 울부짖는 황소 | 그리고 다시 걸어간다
6 은지에 담은 소의 꿈
두 번의 전시, 두 번의 실패 | 희망을 잃은 파랑새 | 은지에 담은 꿈 | 난 미치지 않았다!
7 꿈에서 깨어나 몸부림치는 떠돌이 소
온전치 못한 절반의 성공 | 꿈과 희망과 사랑을 담아 | 따뜻한 시선이 담긴 드로잉 | 그림 속 새들의 날갯짓 | 돌아오지 않는 강 | 소, 마지막 잠에 들다
8 그리고 신화가 되다
한국의 화공, 한국의 대표작가 | 또 다른 신화, <황소>의 미술관 | 신화는 끝나지 않는다
나가는 글
감사의 글
art & travel 이중섭으로 떠나는 여행
biography 이중섭, 떠돌이 소의 삶
works list
bibliography
FAMILY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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