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예총의 격월간문화예술잡지 『함께 가는 예술인』의 전 편집진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내놓은 인터뷰집이다. 예술이 작품이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인터뷰한 예술가의 예술보다 예술적인 태도에 집중했다. 고결하고 숭고한 것은 예술이라는 삶을 사는 그들의 태도라고 말한다.
책소개
예술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예술가에 관한 선입견을 뒤집어 볼만한 책이 나왔다. <므시 그리 중요하노?>는 부산민예총의 격월간문화예술잡지 『함께가는예술인』의 전 편집진이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내놓은 예술가인터뷰집이다. 부산민예총에서 예술가를 대상으로 낸 최초의 단행본이기도 하다.
예술가를 신성시하거나 반대로 예술가를 배고픈 직업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예술을 대하는 그 사회의 선입견에 해당한다. 예술작품을 쓰레기라고 말하는 예술가는 그런 편견을 간단히 허물어 뜨린다. 예술이 숭고하거나 고상한 무엇이 아니라 작용하고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어떤 대단한 재주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예술적인 태도를 평생에 걸쳐 꾸려나가는 사람이다. 예술이 고결하고 숭고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삶을 사는 예술가의 태도가 그래야 한다는 말일 터.
이 책은 예술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사회적 쓸모를 고민하는 책이다. 예술이라는 생활을 사는 사람들이 과연 가치있는 생각과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 먼저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말하는 것으로 운을 떼고 싶다. 생뚱맞게도 야구와 관련한 이야기다. 고품격 문화예술잡지 『함께가는예술인』 편집장을 할 때였는데, 초등학생 아들의 진로문제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때였다. 야구를 자못 사랑하여 야구인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아들을 이대로 야구를 하게 두어도 과연 안전할까 하고 고민이 깊었는데, 편집회의 끝나고 뒤풀이 때였나 배인석 화백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배 화백은 어렸을 때 그림 잘 그린다고 신동 소리 듣고 그랬어요? 타고난 재능 같은 게 있었나?”
그러자 배인석 화백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화가 중에 그림 못 그리는 화가가 얼마나 많은데. 뭐 타고난 재주 같은 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화가라고 하면 그런 재주가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평생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죠. 그런 게 화가지. 그렇게 좋아하면 해야겠네.”
예술이 한낱 재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꾸려가야 할 실천적인 것,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내는 것이 바로 예술가라고, 그때 생각했다.
『함께가는예술인』의 편집을 처음 맡았을 때 가졌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술이 작품이라는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함께가는예술인』은 예술가를 신비롭게 바라보는 일에 애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히려 예술이 아니라 예술적인 태도를 보고 싶었다. 인터뷰에 함께한 예술가들은 모두 그런 태도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의 기획에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 아니라 이런 예술가들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예술은 늘 그 범주가 유연해야만 쓸모가 있고, 법은 항상 변해가는 세상과 사람들의 관념에 맞추어 그 허점을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난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는 마땅히 예술가다운 것으로 생각한다. 예술가는 필요하다면 시대적 관념과 불화하고, 법과도 기꺼이 불화할 수 있고, 모든 상식과 일상과 불화할 준비를 기꺼이 하는 사람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예술가라는 평범한 사람과 만나 그 삶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예술적인 태도를 그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고, 남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사람, 세상과 사람에 관한 순진한 호기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 삶의 가치가 돈이 아니라 더욱 숭고한 무언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예술이 고결하고 숭고한 것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는 삶을 사는 그들의 태도가 그런 것이다.
이번 인터뷰 책은 『함께가는예술인』을 함께 꾸렸던 편집진의 마지막 프로젝트다. 그동안 함께했던 구태희, 기재성, 김덕원, 김성아, 김재식, 김주찬, 김진해, 박경배, 박병률, 박소영, 박주영, 배은희, 배인석, 신동욱, 신용철, 윤주, 이연승, 이일록, 이은희, 이장수, 이재원, 임태환, 장현정, 조혜지, 최양현, 최우창, 허소희, 홍자영.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다들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음에 담은 한 마디를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매일 매일 패배하고 있지만, 그 패배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지은이 | 조동흠
<함께가는예술인> 편집장과 편집위원을 역임
쉬운말연구소장
언어가 가진 권력을 허물어뜨리는 글쓰기 작업 중
지은이 | 정남준
사회다큐사진집단『비주류사진관』
‘자갈치 정씨 어르신’ 등 작업 중
목차
사건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담아야 했어요 _ 화덕헌 009
먼지 한 톨, 공기 한 줌도 어루만지는 그림 _ 하성봉 043
우리의 밥과 양식이 되는 순간 _ 홍순연 077
뒤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춤 _ 허경미 107
비평가, 실패함으로써 걸을 수 있는 자 _ 김만석 139
바닥의 삶을 노래하는 소리꾼 _ 양일동 169
돈이 거머쥔 세상을 꿰뚫어라 _ 김선관 197
패배로 인해서 세상은 매일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_ 박배일 227
생명과 영성을 노래하는 음악 _ 우창수 255
살인도 면하게 해 주는 게 글이에요 _ 나여경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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