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대표적 소수자들인 ‘장애인, 추방자, 유대인, 창녀, 유색인, 자살자, 유기아와 사생아, 성 소수자’ 등 주제로 묶고, 그 안에서 형태와 시각을 달리해 나타난 모습을 살핀다.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과 사상도 함께 조명하며, 어두운 곳을 비추고 지치고 버려진 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 말한다.
책소개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은 누구를 위해 슬퍼하는가?
장애인, 추방자, 유대인, 창녀, 유색인, 자살자, 유기아와 사생아, 성 소수자
세상의 모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소외된 자들의 예술
●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 오페라 평론가, 문화 예술 칼럼니스트, 풍월당 대표 등 명함이 모자랄 정도로 직함이 많은 박종호. 그의 책 『불멸의 오페라』는 오페라의 바이블로, 그가 운영하는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 ‘풍월당’은 클래식 마니아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불멸의 오페라』,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등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그가 새 책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를 선보인다. 이 책에는 그가 수백 차례 유럽 여행을 다니며 수천 편의 공연을 보고 들은 경험과, 책 뒤편에 밝힌 180여 편에 이르는 책, 영화, 공연 영상 등의 참고 자료를 섭렵한 그의 전방위적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한 사람이 시인이자 음악가, 철학자이며 동시에 과학자이자 정치가, 또는 건축가이거나 의사이기도 했다. 시와 음악, 역사와 정치, 문학과 철학을 함께 논하는 종합 예술가이자 교양인들이었다. 그런 예술이 점차 세분화되고 상업화되어 가면서 예술은 추구하던 원래의 목표를 잊고 길을 잃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박수와 칭찬, 돈과 권력, 명예에 취하기 시작했고, 예술 향유자들도 예술은 그저 즐기는 것이라거나 위로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게 되었다. 심지어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자랑이나 과시로 삼기도 한다.
이에 박종호는 “예술은 밝은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가려운 등이나 긁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잘난 사람들의 남아도는 시간을 때워 주거나, 고급스러운 취미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과 다른 고상함을 보여 주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라고 말한다.
● 예술, 우리의 마지막 희망
그렇다면 도대체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예술은 주로 약자들, 소수자들, 소외된 자들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그리고 예술가 그 자신들 역시 소외된 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사회가 가진 편견과 무지, 인간의 탐욕, 위선적인 체제, 그리고 종교와 권력의 이기주의에 의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대신해서 외치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다. 그것이 예술가의 소명이다. 저자는 “어두운 곳을 비추고 지치고 버려진 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수많은 문학, 연극, 음악, 오페라, 미술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약자들이었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장르인 오페라만 봐도, 『나비 부인』의 초초상은 소녀 가장,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매춘부, 『카르멘』의 주인공은 집시, 『리골레토』의 주인공은 장애인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노예, 포로, 추방자, 창녀, 병자, 장애인, 유색인, 광대, 부랑자 등 사회의 약자들, 즉 소외된 자들이다.
박종호가 이전의 책들에서 주로 개별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왔다면, 이 책에서는 여러 작품들이 품고 있는 주제들을 씨줄로 엮어 이야기한다. 여러 장르의 다양한 명작들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되고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하고, 그 주제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대표적인 소수자들인 “장애인, 추방자, 유대인, 창녀, 유색인, 자살자, 유기아와 사생아, 성 소수자” 등 여덟 가지의 주제 아래, 음악, 문학, 영화 등 여러 예술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주제가 여러 종류의 예술 속에서 어떻게 형태와 시각을 달리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가를 살펴본다. 또한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보다 더 극적인 예술가들의 삶과 사상도 함께 조명한다.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박종호의 종횡무진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그가 언급하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직접 찾아서 보고 듣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예술은 “사사로운 욕심에 함몰되었던 우리에게 세계를 열어 주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며, “삶과 실천 사이에서, 개인의 윤리와 세상의 정의 문제를 마주쳐 보고, 자신의 인식과 세계 사이의 간극에 막막해지는 것”이다. 우리를 불편하고 아프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예술이다. 예술이 주는 고통을 견뎌 낼 때, 비로소 내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 된다. 카프카의 말처럼, 진정한 예술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내면의 얼음을 깨는 도끼 같은 것”이다.
예술이 슬퍼할 때, 예술이 진정으로 눈물 흘릴 때, 비로소 우리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고, 그런 예술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은이 | 박종호
풍월당 대표, 오페라 평론가, 문화 예술 칼럼니스트, 정신과 전문의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은 품격 있는 교양인이자 균형 잡힌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고 관찰하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사람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라고 생각하는 그는, 보고 듣고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쓰고 행동하는 인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도전도 거부하지 않는다. 자신의 스승은 책과 음반과 공연과 여행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까지 수백 차례 유럽 여행을 다녀왔지만, 매번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다시 떠난다. 2003년 우려와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 풍월당을, 2007년 만류와 반대를 무릅쓰고 풍월당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풍월당과 풍월당 아카데미가 고양된 정신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공적 장소가 되기를 꿈꾸며, 다만 경영인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풍월당 아카데미를 통해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전 3권), 『불멸의 오페라』(전 3권),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오페라 에센스 55』, 『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의 이탈리아 여행기 - 황홀한 여행』,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
프롤로그 - 소외된 자들의 예술
1 장애인 - 천형으로 짊으진 고통과 모멸
2 추방자 - 떠도는 자들에 의해 탄생한 예술
3 유대인 - 박해와 방랑으로 이어진 수천 년
4 창녀 -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버린 그녀들
5 유색인 - 인종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하는 세상을
6 자살자 - 그들에게 열려 있던 유일한 비상구
7 유기아와 사생아 - 정말 축복받아야 할 아이들
8 성 소수자 - 이해받지 못하는 사랑의 진실
에필로그 - 진짜 예술 같은 세상을 기다리며
나가며 - 잘못과 반성을 거듭한 예술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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