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은 당대의 문화ㆍ철학ㆍ정치ㆍ사회ㆍ과학과 밀접하게 생성하는 이유로, 그것을 둘러싼 물리적ㆍ정신적 세계와 문화의 세계가 함께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의도로 다각도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꼼꼼한 원어 병기와 번역오류를 막으려는 노력을 더해 정보 정확도를 높였다.
책소개
미술사에서 명화라고 인정받는 그림은 많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명성이 오히려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그림 뒤에 숨은 역사의 다양한 층위들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은 시대와 역사가 합작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필연적으로 당대의 문화, 철학, 정치, 사회, 과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본서의 저자는 물리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 인간의 문화가 서로 끊임없이 영향력을 주고받기에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둘러싼 세계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림은 세 번째 세계 끝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완벽하게 공정한 평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회에서 비슷한 그림에 대한 평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례로 스캔들을 통해 명성을 얻은 마네를 본 사전트는 그와 같이 단숨에 유명 화가로 발돋움할 것을 기대하며 살롱전에서 <마담 X>를 선보였으나 냉담한 평에 상처받은 채 끝내 그림을 내려야 했다. 표면적 이유는 ‘선정성’ 때문이었지만 실은 이전까지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던 상류층의 이중성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점의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시대와 역사, 사건을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화가의 개인사를 알아야만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한 그림도 있다. 그동안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왔던 피에르 보나르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 그가 실은 개인주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며 그의 그림 속에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리가 숨어 있음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남긴 화가들은 모두 특정 시대의 아들인 동시에, 한 시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던 선구자들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탁월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지은이 | 김채린
예술과 관련한 인간의 감정과 인지주의 철학 연구로 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거와 현대를 가르는 경계에 호기심을 갖고 현대를 규정하는 것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예술과 관련하여 근대, 근대성,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라는 주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철학 이야기』(금성출판사, 공저), 『다시 읽는 고전』 (꿈결, 공저, 근간), 『춤판 팔일』(한국 문화재 보호 재단) 등이 있고 각종 매체에 예술과 철학,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목차
머리말
1 과학사에서 지워진 화가의 이름
미술이 얻은 성취를 과학이 뺏어가다
얀 스테판 판 칼카르 Jan Steven van Calcar 1499–1546
2 인생의 8할이 종교개혁인 화가의 인생
종교개혁, 유럽의 근간을 흔들다
한스 홀바인 Hans Holbein the Younger 1497-1543
3 그녀의 부활을 꿈꾸었을까?
파리의 중산층, 아름다운 도시에서 궁핍한 삶을 살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1840-1926
4 이중적인 사회와 이중적인 그림 속의 희생자
신흥 부자와 미국인에 대한 찬미와 경멸
존 싱어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5 지나간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개인주의 시대의 시작
피에르 보나르 Pierre Bonnard 1867-1947
6 그리고 폭탄이 떨어졌다
새로운 과학의 등장과 전쟁, 그리고 예술가들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1904-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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