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문지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저자의 미술산문집이다. 그림 한 점 넣지 않음으로 그림 감상에서 벗어나 미술에 관한 깊은 생각을 유도하며,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예술의 현실에 대한 사색과 고민을 담았다. 너무 많은 것을 쥔 우리 미술을 비판하며, 기본을 회복하자고 전한다.책소개
방대한 문화적 배경지식, 쉽고 간결한 문장, 그 속에 담긴 짙은 사색…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영원한 미술 저널리스트 이건수의 미술 사색
영원한 미술 저널리스트 이건수 전 《월간미술》 편집장의 새 미술산문집이 나왔다. 『에디토리얼』(2011) 이후 계속해서 이어진 현대미술 현장에 대한 그의 아포리즘을 담았다. 『에디토리얼』이 예술의 내재적이고 생래적인 고민을 묵상했다면, 새 책 『미술의 피부』는 보다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예술의 현실에 대한 사색이자 비판을 담았다.
『에디토리얼』은 소리 없이 강한 미술산문집이다. 날이 갈수록 오그라드는 출판 시장에서, 그중에서도 미술이라는 작은 분야에서 이 책은 몇 차례 중쇄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방대한 문화적 배경지식, 오랜 시간 글을 써온 내공이 만들어낸 쉽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한 남자의 사색을 간직해온 적지 않은 팬들이 그의 새 책을 기다려왔다.
실제로 이건수의 미술 강의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건, 대중을 상대로 미술의 방정식을 쉽게 풀어주건 미술을 향한 그의 애정과 조언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미술에 대한 이건수의 글과 말은 사색의 경지에 다다라 미술을 넘어 우리의 삶에 생각의 물꼬를 트게 만든다. 그의 글과 말은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곱씹게 한다.
『미술의 피부』는 그림 한 점 들어 있지 않은 미술책이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이유로 미술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고 싶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글은 생각의 부스러기이고 껍질이다. 글은 관념의 찌꺼기이고 죽어서 바스러진 생각들이다. 생각은 쓰인 즉시 죽어버리고 굳어져버린다. 글은 생각의 주검이고 미라다. 글이란 쓰인 순간 이미 ‘지나가버린’다. 그러나 그 지나가버린 시간의 찰나에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그의 생각의 이력에 동행하는 것이다. 『미술의 피부』는 그 생각의 힘을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세계미술 현장을 가장 많이, 그리고 널리 목격한 사람 중 한 명인 저자의 ‘생각’을 모았다.
바야흐로 스마트 시대다. 시대는 확실히 바뀌었다. 활자매체가 TV와 같은 전파매체에 위세를 빼앗긴 이후 책 읽기와 책 쓰기의 성격이 변했다. 활자매체로부터 작업의 영감을 얻던 전파매체가 이제는 활자매체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 어제까지 아무 반응이 없던 한 권의 책이 전파매체에 등장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어제까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한 작가가 전파매체에 등장하며 ‘셀럽’이 된다. 이제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문화의 사회적 소통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TV 전파력의 막강한 힘에 의욕적으로 올라탄 이질적 예술의 언어가 근본을 달리하는 매체 시스템에 의해서 희화화되고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다. TV 속 미술, 음악, 문학이 매스미디어에게 배반당하고 소외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결국 ‘돌아가야’ 한다. 본래의 행위, 읽기와 쓰기로 귀의해야 한다. 예술에 대한 책 쓰기가 이 차가운 매체의 시대에 아무 의미 없더라도, 팔리지도 않을 책을 내고 팔리지 않은 현실에 상처 받을지라도, 진리에 대한 갈증과 확인이 피곤할 지라도 읽고 써야 한다. 물론 말하고 쓰는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더 많이 알려고 애쓰지 말고,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진정성을 추출하여,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심플하고 조용하고 정갈한 ‘생각의 사리’를 남겨야 한다. 『미술의 피부』라는 사색의 결과물을 남긴 경험 많은 미술인 이건수의 충정 어린 고언이다.
저자의 조언은 조금 더 깊이 이어진다. 미술의 새로운 경향과 운동, 진보 속에서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예술가들에게 ‘기본’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그 기본의 회복은 근대적 예술 개념의 탄생기를 다시 성찰하는 일이다. 모더니즘의 반성, 모더니티의 재인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장광설보다 동시대 예술이 기반하고 있는 근대적 철학의 기원 속에서 예술의 진실성과 순수성을 재발견하자고 말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스러져가는 영화의 미래를 구원할 감독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언급한 사실을 기억하는가. 현란한 테크놀로지와 영상기법이 들어 있지 않은 그의 소박한 영화가 21세기 영화의 구원으로 추론된 이유는 그의 영화가 기본에 충실한 가장 순수한 영화적 ‘자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카메라와 시나리오와 배우만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 영화는 시작했고 그것이 전부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미술은 너무 많은 것들을 거느리고 있는지 모른다.
『미술의 피부』는 미술의 끝에 ‘삶’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의 미술은 단순히 작가들의 미적 향유의 결과가 아니다. 미술은 우리의 생활과 현실에 녹아 있다. 아니 삶과 현실 그 자체다. 하나의 미술작품에는 동시대의 철학과 역사와 정서가 들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고 해석하여 또다른 세계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동시대 예술가의 임무다. 그 삶의 일정을 묵묵히 감당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그러한 예술가들을 기다리고 응원하고 싶은 예술 애호가들에게 『미술의 피부』가 소중한 동반자가 되길 바라본다.
지은이 | 이건수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러시아 문학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했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다수의 대학에서 예술철학과 미술이론을 강의했고, 6편의 개념영화를 연출했다. 2014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감독을 지냈고, 〈한국의 마에스트로〉 〈동양화 파라디소〉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2013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06 에르메스 코리아 등 다수의 공모전과 미술상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역서로 『러시아 미술사』(1996), 저서로 『깨끗한 눈』 『토착과 자생』 『혼을 구하다』 『editorial』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김중만』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Part 1
생략할 수 없는 주름
세기 초 징후
예술과 오락
오디션 왕국
아날로그로 사랑하기
미술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키치
발굴된 미래
김중만을 만난 후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Part 2
위대한 전통의 소비자
인간의 조건
힘의 순위
환유의 풍경
‘고스트 페인터’에게
봄날은 간다
예술에 대한 예의
불필요한 독서
그 많은 세상 속의 미술
바람이 전하는 말
Part 3
치유와 풍경
사진의 화법
선물론
미술은 아편이다
레프 도진이 지키는 것
시장에 간 이중섭
베니스에서 길을 잃다
자칼의 시간
달과 6펜스
再見, 베이징
편집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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