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실제 사실이 바탕이 된 기록을 퍼즐 조각 삼아 고대 그리스부터 루벤스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이야기를 맞춰간다. 마지막 루벤스에 이르러, 안토니아 코레아가 조선인이 아님을 방건ㆍ상투ㆍ철릭 등의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 주장했다.
책소개
상상력을 발휘해서 수천 년 전 구슬을 꿸 수는 있다. 그러면 하나의 주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이다!
신간『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지은이인 미술사학자 노성두는 미술사는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색이나 선 그리고 형태를 기준으로 낱개의 퍼즐들을 한 무더기씩 분류해 쌓아두고, 가장자리부터 시작해 여백을 메워 나가다보면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미술의 역사의 흔적을 재구성하는 일은 이보다 까다로워서, 퍼즐 박스의 절반이 사라지고 없거나, 500조각 퍼즐 가운데 여남은 개 정도가 남아 있거나, 껍데기는 있는데 내용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는 일도 예사란다.
그래서 미술의 역사를 퍼즐에 비교하자면,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그나마 몇 알 남아 있는 것조차 덧칠이 되어 있거나, 곰팡이가 심하게 슬었거나, 가짜가 두서없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박스 내용물이 온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천, 수만 개의 박스가 제멋대로 엉뚱하게 굴러다니는데, 퍼즐 알갱이들도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서 출처불명 뒤범벅이 된 상태가 태반이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에서 노성두는 이런 퍼즐 조각과 같은 고전시대의 미술을 ‘고전의 탄생’과 ‘고전의 발명’으로 크게 나누고 우리들을 작품들 속으로 안내한다.
미술 작품을 두고 펼치는 그의 현란한 스토리텔링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며 우리는 고전 시대 미술 속에 담긴 비밀 또는 새로운 사실과 맞닥뜨린다.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에서 시작한 미술 기행은 ‘산 마르코의 청동 말’ ‘여상주 카리아티다’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사티로스와 농부’ ‘원숭이의 모방예술’ 등 20여 개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미술사의 첫 걸음인 원재료를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따라 분류하고, 퍼즐을 맞추어 원상태의 그림을 재구성하면서 실물작품을 비교하고 문헌을 뒤져서 작업에 얽힌 역사와 사연을 재구성한다.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안토니오 코레아. 매우 낯익은 이 이름은 198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소묘작품 사상 최고가인 32만4천 파운드에 낙찰돼 화제가 됐던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게티미술관 소장)의 모델이다.
그런데 이 안토니오 코레아가 ‘조선인’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 노성두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특히 안토니오 코레아의 신화가 픽션과 팩트 사이를 넘나들면서 군살이 많이 붙었던 것에서 역사적 사실로부터 오류의 더께를 벗겨내고 기록을 근거로 치밀하게 추적한 연구서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2004, 곽차섭 지음, 푸른역사 펴냄)에 오류가 있다고 노성두는 지적한다.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부산대)가 이 책에서 △머리에 조선 방건을 쓰고 있다(곽차섭 교수의 주장) △상투를 틀었다(한문학자 강명관 교수 주장) △조선 철릭을 입었다(복식학자 석주선 교수 주장)는 근거를 내세워 루벤스가 그린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노성두는 루벤스의 또 다른 그림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빈미술사박물관)을 제시하며, 이 그림에는 똑같은 인물이 나온다(곽차섭 교수도 동의)며, 그림 속 동양인은 게티 소묘의 주인공처럼 둥근 방건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의 방건은 사각형의 관모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라고 노성두는 말한다.
또 노성두는 철릭에 대한 입장도 곽차섭 교수와 달리한다. 노성두는 곽 교수가 그의 책에서 원작소묘의 흑백 프린트에다 목깃 안쪽에 마치 조선식 철릭의 동정이 있는 것처럼 굵은 검정색으로 가필한 점을 지적한다. 이 소묘의 모델은 동정이 없는 ‘중국식’ 철릭을 입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소묘의 가장자리가 잘려나간 뒤 가장자리 선을 덧붙여 그린 사실을 곽 교수가 몰랐으며, 불완전한 소묘 도판을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여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노성두는 곽차섭 교수의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 여러 차례 중첩되면서 논리적 차원을 크게 이탈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노성두의 결론은 “루벤스가 그린 동양인 소묘는 조선이 아니다. 그리고 안토니오 코레아도 아니다.”이다.
지은이 | 노성두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 철학부에서 서양미술사,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전시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예술가와 주문자의 관계, 예술가의 삶과 작업실, 작품의 탄생 배경이 되는 시대, 역사, 종교적 상황과 미술이론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서양미술에 대한 100여 권의 책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주요 저서로 《유혹하는 모나리자》, 《성화의 미소》,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 읽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알베르티의 회화론》, 《예술가의 전설》, 《바보배》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
part 1 고전의 탄생 : 고대 조각, 건축, 회화
음악을 사랑했던 마르시아스 · 12
산마르코의 청동 말 · 24
에스퀼리노의 비너스 · 38
안티노우스, 나일 강의 붉은 연꽃 · 48
여상주 카리아티다 · 60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 · 72
에페소스의 켈수스 도서관 · 84
트라야누스 전승기념주 · 98
소소스의 모자이크 · 110
펜테실레아 · 122
part2 고전의 발명 : 고대의 부활
아비에게 젖을 물린 페로 이야기 · 134
교만의 최후 · 146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 156
알렉산더 대왕의 세상 끝 탐험기 · 168
기게스의 투명반지 · 178
사티로스와 농부 · 190
연인의 그림자에서 탄생한 회화예술 · 202
원숭이와 모방 예술 · 214
구름의 둔갑술 · 224
안토니오 코레아 · 238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