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서명본
피부과 전문의인 저자는 2009년 미술학도가 되어 그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두 번째 박사 논문인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 병변 연구」를 썼다. 연구와 기고를 더해 정리한 이 책은 5백여 점의 조선시대 초상화를 엄밀하게 분석해 그 사실성을 확인하고, 서양ㆍ중국ㆍ일본의 초상화와도 비교해 조선만의 특별한 가치를 재조명한다.
책소개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선비들의 얼굴을 진단한 피부과 의사의 조선시대 초상화 진료차트!
초상화의 나라 조선, 얼굴의 피부병까지 그대로 그려내다
조선시대는 초상화의 시대였다.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태조 어진〉과 〈윤두서 자화상〉 등을 필두로 5점,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는 70점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걸작들이 그려졌고, 또 지금까지 전한다.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라도 다르게 그리면 그건 다른 사람이다’라는 숙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조선시대 초상화는 실제 대상 인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데 집중하였고, 모습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더 나아가, 조선시대 초상화는 같은 시기 세계 어느 나라의 초상화와 비교해도 유독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냈다.
본래 동서를 막론하고 초상화는 대상 인물의 권위를 과시하거나, 그를 기리기 위해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선 역시 누구를 그리느냐에 있어서는 같아서 초상화의 대부분은 나라를 상징하는 임금을 그린 어진을 시작으로, 큰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공신상 등이었다. 하지만 대상 인물의 결점을 감추거나 미화하는 경우가 많았던 다른 문화의 초상화와는 달리 조선시대 초상화는 사실 그대로의 묘사에 충실했고, 그 증거로 온갖 피부병이 집요할 정도로 묘사되어 있다.
피부과 의사, 초상화 속 피부병을 진단하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이성낙 박사는 초상화로 그려진 인물들의 얼굴에 나타난 피부병을 본격적으로 분석하였다.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을 주제로 연구하는 것은 의학에서의 전문성과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을 동시에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연세대학교, 아주대학교의 피부과 교수를 지낸 지은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초상화에 피부병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연구해 세상에 알렸고, 조선시대 초상화를 소개할 때 ‘피부병까지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졌다’는 대목은 빠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성낙 박사의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에 대한 연구는 피부병과 초상화 모두를 알아야 가능한 것이며, 동시에 조선시대 초상화의 사실정신이 얼마나 철저했는가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다. 미술사와 의학이 만난 이 책은 학제 간의 통섭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웅변하고 있다.”
유홍준 |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5백 년이 넘도록 지켜진 초상화 제작의 원칙,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조선시대 화가들은, 그리고 그림으로 그려진 선비들은 왜 그렇게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의 초상화를 남겼을까. 바탕에는 물론 조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남겨 효를 실천하려는 유교 전통이 깔려 있고, 이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초상화에서는 그 원칙이 중국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실천되었고, 지은이는 이것이 조선이란 나라를 이끌어간 선비정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은 조선을 이끈 이들의 정직함, 올곧음의 증거란 것이다.
“서양 유화의 초점이 인물화였듯, 조선시대 그림의 정화는 선비들을 그린 초상화였다. 특히 조선시대 초상화는 인물의 정체성을 담는 데 지성이어서 인품까지 담았다. 덕분에 그림사랑 의사는 선조들의 피부병은 물론 선비정신까지 짚어낼 수 있었다.”
김형국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장욱진 평전》 저자
519점의 초상화를 대상으로 내린 엄밀한 임상 진단
지은이는 조선시대 초상화 속에 얼마나 피부병이 정확하게, 엄밀하게 묘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피부과 전문의인 연세대 방동식 교수, 아주대 이은소 교수와 함께 519점의 초상화를 대상으로 진단을 내렸다. 그중 161점은 보존 상태 등의 문제로 진단이 불가능했으나, 나머지 초상화 368점 중에서는 무려 4분의 3에 달하는 268점에서 20종에 달하는 다양한 피부병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점(후천성멜라닌세포모반점) 113점, 검버섯(노인성흑색점) 85점, 돌출된 검버섯(지루각화증) 37점 등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피부병변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로 나타났다. 천연두 흉터가 73점이나 나타난 것은 조선시대에 천연두가 얼마나 창궐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이고, 만성간질환의 결과 나타나는 흑색황달이 9점이나 관찰된 것도 흥미롭다. 지은이는 조선시대 초상화가 조선시대의 질병역학(疾病疫學) 연구에도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학, 그중에서도 피부과학에서의 전문성, 미술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이 모여 이 한 권의 책을 일구어냈다. 또한 피부과 전문의 두 명과 함께 객관적 확인 절차를 밟은 것은 이 책이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근거 중심의 자료가 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방동식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다양한 피부병들
이 책에서는 피부병을 확인할 수 있는 조선시대 초상화 중에서도 대표적인 그림 18폭을 다루었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초상화는 개국 군주 태조 이성계를 그린 〈태조 어진〉이다. 그 오른쪽 눈썹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혹이 그려져 있다. 15세기 초에 개국 군주의 얼굴을 그릴 때부터 이미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린다는 원칙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이러한 제작 원칙은 5백 년이 넘도록 그대로 지켜져서, 19세기 말에 〈태조 어진〉이 모사될 때도 눈썹 위 혹은 그대로 다시 그려졌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宣祖)를 보필했던 홍진은 코가 주먹만큼 크게 부풀어 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딸기코종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비류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도 홍진이 콧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나와 근거를 더한다.
덴리대학도서관 소장 〈오명항 초상〉 속 오명항은 얼굴이 시커멓다. 간질환이 악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흑색황달을 묘사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오명항이 죽은 해 그려진 다른 초상에는 얼굴이 그렇게 검게 그려지지 않았고, 흑색황달의 전단계인 황달이 관찰된다. 이 초상이 그려진 후 오명항은 간질환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죽기 직전에 덴리대학도서관 소장 초상화가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얼굴 가득 묘사된 천연두 흉터도 눈에 띈다.
〈유복명 초상〉에는 다모증이 표현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얼굴이 조금 검게 그려진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복명의 안면 전체에 난 가는 털을 확인할 수 있다. 〈송창명 초상〉은 얼굴 곳곳이 하얗게 그려졌다.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것으로도 유명한 백반증 증상이다. 특히 하얗게 변한 피부의 가장자리가 약간 거뭇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백반증이 퍼져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계과색소침윤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이 사실을 밝혀내 독일의 피부과학 학술지에 발표하였고, 그 결과 〈송창명 초상〉은 백반증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그림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얼굴에 나타나는 몽골반점의 일종인 오타모반이 묘사된 〈서명응 초상〉, 여드름 흉터가 교과서적으로 나타나 있는 〈서매수 초상〉, 한 모공에서 털이 셋 나온 군집모가 포착되어 있는 〈서직수 초상〉,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앓은 흔적이 보이는 〈홍직필 초상〉 등이 소개된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묘사의 리얼리티를 으뜸으로 자랑한다. 인물 재현의 진실성 덕분에 500명이 넘는 옛 문인들 초상화의 피부병을 진단한 의사, 이성낙 박사를 만나게 되었다. 유사 이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피부과 의사가 이렇게 많이 몇백 년 전 죽은 이의 얼굴을 살핀 일은 전무할 게다. 그 진료차트인 이 책은 우리 초상화만이 지닌 고유의 사실정신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태호 |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
동서양 초상화와 비교할 때 더욱 드러나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고유함과 그 의미
이렇게 피부병변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은 다른 문화권의 초상화들과 비교할 때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책의 마지막에서 지은이는 서양의 초상화,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초상화와 조선시대 초상화가 각각 어떤 식으로 피부병을 다루었는지를 비교하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서양 미술은 대상 인물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지은이가 서구권의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 전문 미술관인 영국 런던의 국립초상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1,400여 점의 초상화들을 검토한 결과 피부병변이 묘사된 것은 7점에 불과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명나라 때는 대상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였으나 조선시대 초상화처럼 피부병을 정직하게 묘사하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 일본은 정형화된 화법에 따라 초상화를 그렸기에 피부병을 관찰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이는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이 단순히 특이하고 신기한 이야깃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은이 | 이성낙
1938년 출생.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의과대학 예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의학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피부과 전문의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주임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초대 학장·의무부총장, 가천대학교 명예총장, 국제베체트학회 회장을 지냈다.
2014년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 병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현대미술관회 회장, 한국의·약사평론가회장을 지냈고,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2015년 독일연방공화국 대통령이 수여한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목차
서문
넋두리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Ⅰ장 초상화에서 피부병을 발견하다
1. 초상화에 빠진 피부과 의사
2. 정직함의 발현, 초상화 속 피부병
◆윤두서 자화상과 뒤러 자화상, 어느 쪽이 더 세밀한가
Ⅱ장 개국 군주에서부터 망국의 지사까지
1. 태조 어진 | 개국 군주의 얼굴에 흠집을 남기다
2. 홍진 초상 | 주먹만큼 부풀어오른 코, 코주부 선비의 고뇌
3. 김새신 초상 | 민둥민둥한 얼굴, 내시의 초상
◆나무불상에 담긴 내시 아내의 애달픈 사연
4. 장만 초상 | 애꾸눈의 두 전쟁 영웅, 서로 다른 초상화
5. 이시방 초상 | 말굽에 채인 상처일까, 피부병의 흔적일까
◆클레의 작품에 스민 전신성경피증의 고통
6. 오명항 초상 | 어두워진 얼굴빛, 죽음의 그림자
7. 유복명 초상 | 얼굴 가득 털이 난 다모증의 선비
8. 송창명 초상 | 하얗게 물든 얼굴, 백반증의 증거
◆조선시대 탈에도 피부병이 묘사되어 있다
9. 서명응 초상 | 어른이 되어도 남은 ‘얼굴의 몽골반점’
10. 채제공 초상 | 당대 명재상의 사시를 그리다
◆채제공이 신윤복의 미인도를 봤다면?
11. 서매수 초상 | 청소년들의 영원한 고민, 울긋불긋 여드름
12. 서직수 초상 | 쌍둥이 모발에서 보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자존심
◆서양에서 온 초상화의 도우미, 카메라 옵스쿠라
13. 강인 초상 | 아버지와 아들, 팔자 주름이 닮았네
◆부채 속 애꾸눈 청년은 무엇을 꿈꾸었을까
14. 이채 초상 | 할아버지의 초상인가, 손자의 초상인가
◆베껴 그린 그림인가? 두 개의 홍상한 초상
15. 신홍주 초상 | 수염 속에 숨은 작은 혹까지도
16. 김정희 초상 | 추사의 얼굴에 다녀간 ‘손님병’의 흔적
17. 홍직필 초상 | 얼굴에 피어난 발진, 병마에 시달린 흔적
18. 황현 초상 | 죽음을 각오한 선비, 그 사팔눈에 담긴 개결함
Ⅲ장 조선시대 초상화, 그 고유함에 대하여
1. 피부병을 찾기 힘든 서양의 초상화
◆베르메르가 그린 소녀는 머리카락이 없었을까
2. 과시와 조상숭배, 중국의 초상화
3. 도식화된 권위, 일본의 초상화
◆빨간 립스틱을 바른 조선 선비?
4. 선비정신을 담은 조선시대 초상화
후기
선비정신, 다시 살아나야 한다
참고 문헌
참고 도록
외국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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