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이자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사진에 관해 쓴 7편의 글을 선별하고 해석을 더해 엮었다. 사진은 그에게 당대 기술과 예술이 집약된 새로운 매체이자 정치적 전망의 창이었다. 그가 쓴 가장 길고 대표적인 사진 관련 글인 「사진의 작은 역사」를 비롯해 각각 다른 밀도의 저작이 벤야민의 수집 사진, 기록 사진 등과 함께 실렸다.
책소개
발터 벤야민, 사진의 가능성에 세계의 미래를 걸다
사진으로 혁명을, 사진으로 새로운 인식을
현대 철학과 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 쓴 글들을 모으고, 벤야민 연구자 에스터 레슬리의 해석을 붙인 책. 탁월한 사진 비평가이자 이론가, 사진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지각을 문체로 구현한 철학적 사진작가, 어린 시절 엽서를 장식한 사진에 매료된 사진 수집가 벤야민을 만날 수 있는 책. 초기 사진의 시대 카메라가 어색했던 사람들로부터 자기 과시와 정치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된 사진의 시대를 지나 이미지로 둘러싸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진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래의 까막눈은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라즐로 모호이너지Lázló Moholy-Nagy
“사진이 삶의 일부가 되었을 때 삶은 변하고 있었고, 벤야민은 삶이 더 변할 수 있다는 데 내기를 걸었다. 그가 사진에 ‘혁명적 사용 가치’가 있을 가능성, 사진이 사회의 해체와 재건에 일조할 가능성을 구상해 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에스터 레슬리Esther Leslie
◈ 발터 벤야민과 사진
탁월한 철학자이자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에게 사진은 당대 기술과 예술이 집약된 새로운 매체이자 정치적 전망의 창이었다. ‘벤야민과 사진’이라는 키워드 아래 사진을 다룬 그의 다양한 글들을 엮은 신간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는 벤야민에게 사진이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벤야민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한 영국의 정치미학자 에스터 레슬리(Esther Leslie)는 벤야민의 사진 관련 글 일곱 편을 선별하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글들은 길이도 종류도 밀도도 제각기 다르다. 「사진의 작은 역사」는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서 쓴 가장 길고 대표적인 글이며, 벤야민이 평생에 걸쳐 완성하고자 했으나 끝내 미완으로 남은 『파사주 작업』의 ‘예비 작업’이라 할 만큼 중요한 글이다. 「그레테 콘에게」는 친구 부부에게 보낸 편지이고, 식물 사진을 통해 사진의 재현적 기능을 논한 「꽃들의 새로움」은 문예지에 실린 기사, 파리와 사진의 관계를 다룬 「거울 속의 도시」는 여성지에 무기명으로 실은 글이며, 「지젤 프로인트의 『19세기 프랑스 사진』에 대한 서평」은 학술지에 게재된 짧은 서평이다. 대중지의 사진에 대해 쓴 「화보 신문은 무죄!」와 사진엽서의 매력을 다룬 「성곽」은 생전에 게재되지 못한 글이다. 이 가운데 다수가 에스터 레슬리에 의한 최초의 영어 번역인 것은 물론이고 최초의 국역이기도 하다.*「사진의 작은 역사」와 「지젤 프로인트의 『19세기 프랑스 사진』에 대한 서평」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편의 글들은 이 책의 번역자 김정아가 국내 초역함. 그 가운데 「성곽」은 같은 번역자가 다른 번역서에 실은 것을 수정한 것임.
이 불균질한 글들의 틈은 엮은이 에스터 레슬리의 깊이 있는 해설과 용어 설명 그리고 번역자가 추가로 작성한 충실한 용어 설명과 해제로 메워진다.
이 책을 통해 사진/매체 비평가/이론가로서의 벤야민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유 이미지’라는 독특한 문체를 구사한 철학적 사진작가로서의 벤야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 실린 벤야민의 어린 시절 사진과 그가 수집한 사진, 당시 인물들의 사진, 사진엽서에 얽힌 그의 추억을 통해 사진이라는 놀라운 매체가 가져온 여러 변화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 사진이 바꾸어 놓은 시대의 풍경
벤야민의 유년기는 이미 사진이 일상생활과 예술, 기술, 언론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였다. 부르주아 계급은 사진관에서 어색한 차림을 하고 과도하게 장식적인 배경 앞에서 찍은 사진 액자를 가정에 세워 두었고, 신문의 표지와 내지를 장식하던 그림은 사진으로 대체되었으며, 전통적 회화와 예술은 사진에 위협받고 있었다. 벤야민이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 활동하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당시 사진 문화의 최전선이었다. 난해한 논문으로 인해 학계 진입에 실패하고 기고와 비평 작업을 하던 벤야민이 사진에 주목하고 사진가들의 작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벤야민은 이후 사진 관련 여러 저술에서 사진 기술과 복제 이미지, 피사체로서의 인간, 사진을 보는 시선, 사진의 시간성, 사진가의 경제적 상황, 회화와 사진의 관계, 아우라 개념과 사진 등을 다룬다.
벤야민은 사진이 인간 지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인식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진에 찍히는 현실이 눈이 보는 현실과 다른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사진에는 사진가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 포착될 수 있으며, 모종의 증거가 감춰진 현실의 이면을 폭로하거나 심층을 드러내 줄 수 있다. 카메라에는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무의식 공간이 찍히며, 카메라는 시지각적 무의식을 포착한다. 사진을 찍고 사진에 찍히는 경험은 다른 기계류를 다루는 동작에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의 출현이 예술에 가져온 변화는 거의 위협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강경한 사진 반대론자였던 보들레르에 비해, 벤야민은 기존 예술이 감춘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매체로서의 사진, 가짜 아우라가 제거된 사진에 포착된 시대상과 인물상에 주목한다.
◈ 사진으로 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벤야민은 사진의 재현적 기능과 폭로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사진의 정치적 가능성에 천착한다. 현실을 기만적으로 재현하거나 이상화하는 기존 예술에서 벗어난 사진에 심층으로 파고드는 설명글을 붙이는 방식을 통해 사진에 ‘혁명적 사용 가치’가 있을 가능성을 모색한다. 벤야민은 피사체를 허구적으로 보정하는 사진 기술과 그것이 낳는 상업적, 정치적 기만을 비판하고 특정한 계급과 시대의 유형적 속성을 드러내는 사진 작업(아우구스트 잔더, 외젠 앗제 등)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다가올 파시즘의 시대를 예견하듯이 권력자와 예술지상주의에 의해 사진이 프로파간다로 오용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사진의 가능성에 희망을 건 벤야민의 전망은 결국 그의 생전에 실현되지 못했다. 벤야민이 독일을 탈출한 1933년은 이러한 전망이 담긴 「사진의 작은 역사」를 쓴 지 2년 후였고, 유럽 탈출에 실패하고 자살한 1940년은 지젤 프로인트의 책 서평을 쓴 지 2년 후였다. 벤야민이 정치적 ‘훈련 교본’으로 평가한 잔더의 사진은 나치에게 소각당했고, 최고의 ‘인간상’이 출현했다고 칭송한 러시아혁명은 스탈린에 의해 이미 변질되었고 스탈린 체제 아래 사진은 권력자의 이미지를 보정하고 정적을 삭제하는 데 쓰이기에 이르렀다. 프로파간다와 상품자본주의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사진이 지닌 정치적 가능성이 완전히 잊힌 지금이 바로 벤야민의 정치적 모색에 다시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은이 |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유럽 모더니티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중 하나. 독일 사회에 동화된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베를린 토박이였지만, 인생에서 긴 시간을 유학생, 여행자, 망명자로 떠돌았다. 1920년대 초에 내놓은 세 편의 연구 논문은 각각 낭만주의와 괴테와 바로크 희곡 분야에서 불후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Ursprung des deutschen Trauerspiels』으로 학계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후에는 소비에트연방의 새로운 문화와 파리 문화계의 아방가르드 양쪽 다를 옹호하는 안목 있는 바이마르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대중문화를 처음으로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바이마르 시대의 벤야민, 그리고 그의 친구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였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작은 역사」는 바로 이 시기의 역작 중 하나다. 나치를 피해 독일을 탈출한 후에는 주로 파리에서 가난한 망명 작가 생활을 이어 가면서 『파사주 작업Das Passagen-Werk』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이 어마어마한 인용문 뭉치를 글로 엮는 데 필요한 여유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파사주 작업』의 의도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도시 상품자본주의가 출현한 양상을 문화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이었고, 「사진의 작은 역사」는 바로 이 『파사주 작업』의 ‘예비 작업’이었다. 벤야민은 개별 사진 작업들과 사진이라는 현상 전체에 대한 획기적이고도 뛰어난 논의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탁월한 사진 비평가이자 혁신적 사진 이론가이기도 했지만, ‘사유 이미지’라는 독특한 문체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사유의 순간을 찍는 철학적 사진작가이기도 했다. 그 문체를 대표하는 글이 바로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와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 시절Berliner Kindheit um 1900』이라는 유럽 모더니즘의 두 걸작이다. 1940년 나치가 프랑스로 진격하자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어 자살한다.
엮은이 | 에스터 레슬리 (Esther Leslie)
던대 버크벡 칼리지의 정치미학 교수. 부모는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조부는 독일인 아나키스트, 조모는 여성 참정권 투쟁으로 체포당한 이력이 있는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급진적이라고 일컬어지던 서식스 대학에 진학했고, 벤야민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벤야민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과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을 동시에 지양하는 역사 유물론적 해석으로 최근의 벤야민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주저인 『발터 벤야민, 순응주의의 압도Walter Benjamin: Overpowering Conformism』와 함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Hollywood Flatlands: Animation, Critical Theory and the Avant-garde』, 『합성된 세계Synthetic Worlds: Nature, Art and the Chemical Industry』, 『액체 크리스털Liquid Crystals: The Art and Science of a Fluid Form』 등을 통해 현대 대중문화의 시지각을 분석하고 있다.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옹호A Defence of History and Class Consciousness』와 『발터 벤야민 아카이브Walter Benjamin: The Archives』를 영어로 옮겼다.
옮긴이 | 김정아
영문학 석사, 비교문학 박사. 서울대, 연세대, 한국외대에서 문학이나 번역으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는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슬럼, 지구를 뒤덮다』, 『죽은 신을 위하여』, 『눈과 마음』, 『오만과 편견』, 『감정 자본주의』, 『폭풍의 언덕』,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 『역사—끝에서 두 번째 세계』, 『걷기의 인문학』 등이 있다. 최근 제닝스와 에일랜드가 공저한 벤야민 평전 Walter Benjamin : A Critical Life(근간)를 옮겼다.
목차
머리말
발터 벤야민과 사진의 탄생_에스터 레슬리 07
사진의 작은 역사(1931) 77
화보 신문은 무죄!(1925) 151
그레테 콘에게(1927년 10월 16일) 159
꽃들의 새로움(1928) 169
거울 속의 도시—작가들과 화가들이 ‘세계의 수도’ 파리에 바치는 사랑의 고백들(1929) 187
성곽(1932~1934년경) 205
지젤 프로인트의 『19세기 프랑스 사진—사회학적・미학적 고찰』에 대한 서평(1938) 219
감사의 글 229
사진 출처 230
옮긴이 해제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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